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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영이 Nov 17. 2024

[보금자리를 내어 주다]

    몇 년 전부터 텃밭을 가꾸어 왔다. 서툰 솜씨로 작물을 심고 가꾸는 일이 우선이었다. 해가 거듭될수록 관련 영상과 동네 어른의 도움을 받아 시기에 맞는 종자를 뿌리고 돌보는 일에 적응해 간다. 첫 해는 무작정 덤벼들었다. 텃밭에 갈 때마다 필요한 농기구를 구입하고 모종을 사서 심었다. 작은 모종이 자라 열매를 맺고 수확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제법 텃밭 농사꾼이 되어간다.

    농사일지는 수첩을 활용해 작물 파종 날짜나 모종을 심고 수확한 날을 간단하게 적었다. 텃밭용 퇴비를 종묘상에서 구입해 엉성하게 꾸려 나갔다. 투자한 비용 대비 수확량은 미미했다. 단순히 비용만 생각한다면 텃밭 작물 재배는 애초에 시작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밭을 일구어 씨를 뿌리고 관리하여 수확한 채소류는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친환경 저농약 작물을 직접 재배하여 가족이 함께 건강하게 식생활을 하는 것에 만족함을 둔다.

    텃밭 농사 삼 년 째부터는 요령이 생겼다. 손이 많이 가는 작물보다는 관리가 쉬운 종목으로 바뀌어 간다. 청양고추, 꽈리고추, 오이고추 등 종류별로 몇 그루씩 심고, 가을에는 마늘과 양파를 심어 이듬해 수확하고 그 후에는 감자와 고구마나 배추와 무를 심었다. 밭 언저리에는 씨 뿌리고 몇 년 간 관리만 하는 도라지와 더덕을 키운다. 울타리에는 단호박과 맷돌 호박, 애호박을 모종 하였다. 계절에 따라 파종과 어린 모종 심기는 시기를 잘 맞춰야 제대로 된 수확물을 얻을 수 있다. 이제 푸성귀는 사 먹는 것이 아닌 텃밭에서 공급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재배 품종도 다양해졌다. 소량 다품종 생산이다. 양상추와 아스파라거스가 추가되었다.

    숙모님이 거처하다가 돌아가시고 그동안 집이 비어 있었다. 텃밭을 오가면서 불편하지만 하루 밤 자거나 간단히 씻을 수 있었다.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쉼터로 제격이다. 그런데 그 집이 팔리면서 여러 가지 겪지 못한 불편함이 생겼다. 창고에 두고 사용하던 농기구의 보관부터  옷을 갈아입을 공간조차 없다. 농기구는 밭 가 빈 터를 정리해 큰 고무 통에 담아 임시로 놓아두었으나, 씻거나 옷을 갈아입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선 집에서 나설 때부터 텃밭 작업을 할 수 있는 옷차림으로 출발하는 준비부터 바뀌었다.

    갑작스러운 주택 매매로 평소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것이 불편하게 와닿는다. 동생 소유의 집을 지금까지 공짜로 이용해 왔다. 오히려 어머니가 더 서운한 모양이다. 여태껏 수십 년 동안 지켜보면서 접하지 못한 육두문자를 내뱉는 모습은 측은하기까지 하다. 그 소식을 접하고 며칠째 눈물이 그치지 않는단다. 무슨 말로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몇 년 만 더 지니고 있어도 될 텐데. 집주인의 갑작스러운 결정이 다소 의아스럽지만 도리가 없다. 사람이 누리고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한다. 잃거나 떠나고 나면 이전에 누렸던 일을 떠올리고 그때 일을 반성하는 누를 범한다.

    인생이 그런가 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세상에 앞만 보고 오로지 최고만 추구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추락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함께 누리고 자신의 주변을 살피고 균형 있는 삶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 살펴가는 모두를 위한 삶이 이루어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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