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기운과 함께 만남이 이루어졌다. 기대와 걱정이 뒤섞이면서 들어선 강의실은 한바탕 웃음으로 가득하다. 퇴직 후 인연이 닿아 몇 년째 즐거움과 보람으로 새로운 하루를 채우며 학생들을 만난다.
오늘은 일 년을 마무리하는 최종 수업 날이다. 사십 여분 걸리는 거리를 오가며 지낸 지 이년 째다. 두 개 학년 학생들을 접하는데 반마다 특성이 구분된다. 적극적인 수업참여로 분위기를 돋우는가 하면, 가끔은 딴지를 거는 녀석들까지 늘 생동감과 활력이 넘친다.
긴 휴식이 덤이다. 점심시간 동료들과 급식실에서 나누는 대화는 웃음으로 흘려보낸다. 아득한 현역 시절이 겹치면서 풋풋하고 귀여움이 묻어난다. 교사에게 함부로 하는 아이들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들다는 불평과 제멋대로 행동하는 이들이 못내 버겁단다. 해가 거듭될수록 정도가 심하단다. 중학교는 더욱이 지도 교사 대부분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이런 이유가 더해져 교사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다른 녀석이 더러 있다. 전체적으로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긍정적인 자세로 수업에 임한다. 가끔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라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다.
이럴 때면 한 호흡 쉬면서 ‘그래, 철없는 녀석들 때가 있겠지’하는 마음으로 기다려 준다. 일주일에 이틀 만나면서 조금은 정도 들었다. 복도에서 만날 때면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를 하거나 서로 손바닥을 부딪친다. 근무할 때와는 달리 수업에만 치중하자는 다짐을 스스로 한다. 하지만 천성을 어디 두랴, 지식은 혼자도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람 됨됨이는 다르다. 옛 성현들의 문장 중 일부를 가르침은 입장에서는 한 글자 더 알고 점수가 전부가 될 수 없다. 나의 고집에 수업 분위기가 좌우된다.
쉬는 시간 사무실로 학생들이 하나둘 몰려온다. 내일이면 3년간의 일정을 마감하는 졸업식이다. 두툼한 앨범 뒷장 빈 페이지를 펼치고 내민다. 정리된 글 틈바구니에 한 문장 채워 줄 것을 요청받는다. 수업 시간 집중하는 모습에 눈길이 갔던 친구다. 낮은 목소리로 ‘저 외국어고등학교에 합격했어요’하는 말에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를 건넨다. 같이 온 친구에게도 칭찬한다. 둘이 우정을 쌓고 경쟁하면서 고등학교는 서로 다르다. 붓 펜이 마련되지 않아 사인펜, 꿩 대신 닭이다. 꾸준히 노력하고 좋은 결과를 얻으라며 ‘마부작침’ 문구와 ‘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욱 맑아진다’라는 ‘향원익청’을 펜으로 옮긴다.
올해 마지막 시간이다. 아쉬움과 고마움으로 교실 문을 닫고 나선다. 자신을 돌아본다. 기다리는 조바심에 얽매여 나만의 틀에 맞추어 달려갈 것을 재촉하였다. 성숙한 어른으로 부족한 점을 반성해 본다.
담당자와 관리자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교문을 나선다. 다음 해에도 함께해 줄 것을 요청받는다. 고맙게도 능력을 알아주는 셈인가. 다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이 유지되어 강의할 수 있다면 더없는 영광이다. 무슨 일이든 어떤 곳에 있든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시작이 있으면 마무리가 필요하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다수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불러왔기를 기대해 본다. 다양한 자료 준비와 여유롭게 다가가는 새로운 한 해를 꿈꾼다. 얘들아! 내가 갈게,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