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방 쓰는 부부]

by 우영이

서로가 가장 한가한 시간에 틈을 내었다. 북경 여행을 갔다 온 이후 십여 년 만에 큐슈로 떠난다. 고교 동창 다섯 명이 부부 동반으로 완성체가 되었다. 이전에는 한 쌍이 함께하지 못해 이가 빠진 동그라미처럼 자연스럽지 않았다.
출발하기까지 과정은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순탄치만 않다. 장소와 일정이 문제였다. 멀리 갈 수 없고 평일에는 곤란하다. 주말이 포함된 2박 3일로 타협한지라 고르고 고른 일정이 근처 일본행이었다.
차례상에 제물 쌓듯 몇 년간 여행 적금을 들어 목돈을 마련하고 모자라는 금액은 출발 전 가구 분담금으로 충당하기로 하였다. 여권 준비가 최우선이다. 우리의 일정에 맞추어 항공권 구매가 가능하게 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가까스로 두 명의 여권까지 갖추어졌다. 숙식은 여행사에 일임하여 경비를 이체하고, 총액의 2할은 엔화로 바꾸어 단체 잡비로 마련하였다.
출발일이 가까워질수록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일기예보와 일정표를 번갈아 쳐다본다. 일행이 잡은 날짜가 그달 중에는 최적 날씨다. 전후로 비가 오거나 기온이 뚝 떨어진다.
드디어 공항으로 떠난다. 아침 비행기 인지라 새벽 별 보기 하듯 집에서 나선 시각은 다섯 시가 채 못되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신문물을 접한다. 거실에 앉아 앱으로 택시를 불러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 현관을 나선다. 캄캄한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가로등만이 줄지어 불 밝히는 큰길로 접어든다.
네 번째로 국제선 만남의 장소에 도착하였다. 약속 시각에 맞추어 다섯 부부와 여행사 가이드가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차림이 제각각이다. 사흘 동안의 그림이 그려진다.
비행기 창문 아래 들어오는 뭉게구름이 솜뭉치를 펼쳐 놓은 듯 따스함이 전해진다. 출국 수속 네 시간 만에 입국 절차를 거친다. 후쿠오카 땅은 몇 번째 밟는다. 우리 조상들의 피땀이 어려있는 흔적을 더듬어간다. 다섯 쌍 부부에 25인승 승합차라 자리는 여유가 있다. 나란히 앉아 가는 부부가 보이지 않는다. 전부 따로 따로다.
유후인과 구로가와를 찾아간다. 화산으로 형성된 지역이라 넓은 평원이 예사롭지 않다. 끝없이 펼쳐진 삼나무 숲과 멀리 흰 평원이 우리를 반긴다. 차창 밖의 백설은 두 눈에 담고 카메라에 저장시킨다. 한겨울에도 눈 구경이 어려운 일행에게 발목이 잠길 정도의 눈이 내렸다. 이런 덤이 어디 있을까. 생각지 못한 눈 구경이라니. 사진만 보면 북해도에 다녀왔노라 해도 믿을만하다. 공원의 홍매화는 꽃망울을 터트렸고 간밤에 눈이 어우러진 두 계절을 만끽한다. 카메라의 셔터를 연신 가동하는데 옆에서는 눈을 뭉쳐 격투가 벌어진다. 어릴 적 고향에서 뛰놀던 기억에 빠져든다. 타향에서 만나 함께한 지 강산이 다섯 번이나 바뀌는 세월이 흘렀다.
호텔에 도착하여 방 배정을 하는데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쓰자고 한다. 여행 안내자가 의아해하며, 구경 다닐 때는 그렇다지만 부부가 여행 와서 한방을 쓰지 않는 건 처음 본다며 희한한 모임이란다. 결국, 우리 부부를 제외한 네 쌍은 따로 이틀 밤을 보냈다. 부부의 속사정을 그 누가 알리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고 친구지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여행의 피로는 온천욕으로 마무리한다. 노천탕을 오가며 눈 덮인 풍경까지 뜨거움과 시원함을 두루 만끽한다. 아소 활화산은 유황 분출이 심하여 대관봉 전망대에서 대신한다.
벌써 귀국 시간이다. 풍경과 음식을 함께 누리며 빠르게 지나간 여정이다. 일본의 맛과 정경을 품에 안으며 사십 년간 이어져 온 모임의 결과물이 오늘이다. 서로를 챙기며 앞으로의 건승을 기원해 본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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