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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떻게]

by 우영이

오늘도 즐거운 마음과 부푼 기대를 안고 시골로 향한다. 일 년째 누리는 일상이다. 삼도사촌, 사도삼촌인가. 한 주의 출발은 도시에서 벗어난 주택의 향취를 맞이하면서 시작한다. 일주일을 단위로 도심의 복잡함을 지우고 새로운 조각을 입힌다.

해가 지기 전의 일과는 텃밭 정리와 집 주변 챙기기다. 지난주 그루터기를 뽑아내고 가지런히 다음 작물 파종을 기다린다. 잎이 무성해지고 꽃이 고개를 내미는 모습을 상상한다. 별이 보이기 시작하는 저녁 시간은 도시와는 다르다. 띄엄띄엄 가로등 불빛이 고맙기만 하다.

이른 시간 저녁밥을 먹고 시달린 허리를 녹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라디오 채널을 맞춘다. 전화기 너머 갑자기 딸의 떨리는 목소리가 전해온다. 퇴근을 하던 중에 차량끼리 충돌하는 교통사고가 났단다. 당황한 가운데 사고 현장 사진을 찍고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했단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유턴하는 차량과 도로로 진입하려는 딸이 모는 차의 운전석을 충돌하였다. 겉으로 보기에 외상은 없지만 차는 운행이 되지 않을 정도로 파손되어 견인 후 정비소로 이동된단다.

저녁 열 시가 지났다. 목소리는 확인하였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사고로 충격을 받았을 아이 걱정에 문만 닫아 두고 우리 부부는 집을 나섰다. 고속도로에 접어든다. 추월선은 많은 차량으로 늘어서 있다. 조급함에 속도를 낼 수 없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고가 갑자기 생겼다. 어떤 경우라도 안전이 제일이다. 사전 방어 운전이 필요하다. 불가분의 상황이 생길 수 있겠지만 사고가 일어나면 어쨌든 손해다.

한 시간을 달려 딸의 얼굴을 마주했다. 외상은 없는 듯하다. 손을 꼭 잡고 안아준다. 침대에 늘 부러져 있는 모습은 안타깝다. 날이 밝은 대로 병원 진료를 받도록 했다. 나이가 들어도 자식은 여전히 애련하다. 별다른 후유증이 없어야 할 텐데, 나 자신이 초보운전 때 가족을 태우고 교외로 가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를 떠올려 본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파해 줄 수 있다면, 딸은 결국 입원을 하였다. 사고 충격으로 손에 마비가 왔다.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펴지지 않는다. 로봇이 움직이는 듯 딸이 보내 준 영상 속의 모습은 걱정을 안긴다.

치료를 받으면 차츰 좋아질 것이다. 목과 팔다리가 뻐근하단다. 퇴원을 하면서 통원 치료를 이어간다. 세상 일은 좋은 일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새 생명의 잉태를 확인하고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누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런데 곧바로 가족들에게 여러 가지 일이 생겼다. 수술과 입원하는 일이 잇달아 찾아왔다. 모든 것은 수습보다 예방이 최선이다.

길고 긴 하루를 보낸다. 집을 나서는 모두에게 오늘 하루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다녀오라 인사를 건넨다. 복잡한 사회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느닷없이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매사에 조심하고 사전 예방이 최우선이다.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오늘 하루도 채워 나간다. 삼도 사촌 아니 사도 삼촌의 일정, 나의 재능을 함께 나누고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다. 조력자로 건강한 삶을 채워나가려무나. 너도 나도 서로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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