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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좋아하고 즐기는]

by 우영이 Jan 19. 2025

    서울 올림픽이 열린 해, 당시 동서 이념을 넘어 역대 대회 중에서 가장 많은 올림픽 가입 회원 국가들이 참여한다고 왁자지껄했다.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다.


    직장에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퇴근 후 무엇을 하면 나의 삶에 활력소가 되고 인생 전반에 보탬이 될까 싶어 찾는 일에 시일이 걸렸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 근처 서예 학원을 찾아 가 수강 등록을 하였다. 선 긋기부터 배우는데 그것이 마음처럼 쉽지 다. 붓 끝 세우는 일은 몇 차례 고비를 넘겨 글자로 이어진다. 일과 후 6개월을 줄기차게 하루 두세 시간씩 연습에 몰두하였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고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나와는 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 소질이 없는 것인지...

   `시작을 하였으면 끝을 보아야지` 마음을 굳게 먹고 상기된 모습으로 학원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반갑게 맞아 주는 서실 선배들을 통하여 선택을 잘하였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원장님의 지도로 나날이 기량이 높아지면서 처음으로 분과 활동 중 하나인 연구원 서도분과에 가입하여 회원전에 작품을 전시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를 계기로 지속적으로 매년 작품을 내고 전국에서 시행하는 서예 공모전에도 출품하여 입선의 기쁨을 누린다.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며 글도 좋아지고 붓질하는 기량도 익어 주변 사람으로부터 글 부탁을 받기도 한다. 축하의 자리와 건물 시설에 나의 글을 올리는 기회도 가졌다. 연말이 다가오면 직접 연하장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보낸다. 입춘 방을 쓰고 지금까지 제작한 작품은 인터넷 카페 공간에 올려 감상과 다짐의 기회를 가진다. 실용성과 예술미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언젠가부터는 보여주기 위한 글쓰기가 아닌 글쓰기 자체를 즐기는 시간으로 나날을 함께 하고 있다.

     동료와 함께 퇴근 후 서실에서 두어 시간을 작품 연습과 동시에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휴식의 공간으로 완성된다. 주변에서 여느 사람들의 부럽다는 이야기, 당신은 나중에  할 일이 있어서 좋겠습니다. 그렇다. 여럿이 할 수 있는 것과 긴 인생을 두고 마지막에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는 게 필요하다. 붓글씨가 좋아하는 것에서 이제는 누구에게나 내어 놓고 자랑스럽게 내가 잘하는 것으로 내세운다. 어쩌면 두 번째 직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글쓰기가 단순한 임서(臨書)의 단계를 넘어 고유의 독창성을 나타내도록 하는 연구가 부단히 필요하다. 한 획 한 글자 완성해 가는 가운데 요즘과 어울리는 실용성 있는 글이 살아남는다. 예술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녹아져 있는 상업성은 뒤로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공감하고 곳곳에 걸어두고 언제든지 쉽게 접하는 글쓰기가 남은 과제다.

    사람들은 인생의 목표, 어떤 삶을 살고 무엇을 해야 할지 확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끊임없이 욕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그것을 이루게 되었을 때 만족과 보람을 느낀다. 이처럼 자신의 느낌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표현하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취미활동이 아닐까?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시작은 어설프고 보잘것없을지라도 노력한 결과 이제는 어엿한 작가로서의 꿈을 다져나간다. 잘하는 것을 이제는 즐긴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이 곧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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