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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노트 May 16. 2024

화창한 오후, 빵집에서 생긴 일


어제 부처님 오신 날은 하루 종일 날씨가 화창했다. 아침부터 서두른 탓에 해야 할 것들을 마치자 오후 4시! 기분도 좋고 이 햇살이 사라지기 전에 강변 산책이나 가자 싶어 옷을 챙겨 입었다. 혹시 모르니 장바구니도, 책 한 권도 챙겨 기분 좋게 집을 나서자 햇살이 가로수  사이로 부서져 내 온몸에 와닿았다.


휴일이라 그런지 강변에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끼리끼리 친구들과 자전거 타는 모습, 아빠와 산책 나온 어린 딸, 유모차를 밀고 나온 젊은 부부 등, 눈부신 날씨만큼 온 동네가 활기차 보였다. 그렇게 늘 내가 다니던 코스로 강변을 따라 번화가로 접어들었다. 마침 배도 고프고 여기 오면 가끔 가는 빵집에 들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 휴가 날, 이 집에서 산 빵을 먹다가  딸아이가 기겁을 하며 내가 보여줬던 이물질이 생각났다. 식빵을 돌돌 만 샌드위치였는데 거의 다 먹어갈 때쯤, 길이 5센티에 폭이 1센티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투명 비닐이 나왔다.


물론 음식을 만들다 보면 이럴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너무도 길어서 어째 이게 발견이 되지 않았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일단 사진을 몇 장 찍어뒀다. 혹시 다음에 갈 일이 있으면 알려는 줘야겠다 싶었는데 그날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이야.


빵을 몇 개 고르고 계산대에 올렸다. 마침 매장에 손님이 없는걸 발견하고 직원에게 조심스레 사진을 보여줬다. 지난주 금요일 산 빵에서 이런 게 나왔다고. 어린 아르바이트생은 놀라며 급히  제빵사 한 분을 데리고 왔다. 서른 초반의 젊은 직원이었다. 사진을 보여주니 어떤 빵이냐고 내게 물었다. 당시 내가 많이 사기도 했고, 거의 다 먹어가는 사진이라 나도 생각이 잘 나질 않았다. 


혹시 직접 빵을 만드시니 모르겠냐고 내가 되물었다. 나도 기억이 확실치 않고 사진상으로도 잘 분간이 안되면 환불이나 다른 제품으로 교환이 힘들다며 혹시 다른 곳에서 산거 아니냐고 내게 물었다.


순간 그만 내 성질이 욱하고 올라왔다. 먼저 사과부터 하고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를 얘기해야 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과는 뒷전이고 어느 빵인지가 중요했다. 그래야 그 빵만큼 돈을 환불하던지 다시 하나를 주든지 하는데 그걸 모르니 난처해하며 급기야 내가 다른 곳에서 산 것을 착각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 것이다.


 순간 의심받는 마음이 불쾌하기도 하고 계산대에 두 세명이 기다리고 있어, 그냥 됐으매니 이거나 계산해 달라고 했다. 이때 갑자기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급하게 다가와 혹시 방문한 날짜가 언제였는지 다시 물었다. 난 5일 전 대략 몇 시 경이였는데 지금 그런 거 따지고 싶지 않다며 빨리 계산이나 해 달라며 다시 한번 퉁명스레 말했다.


이러고 가면 자기들도 마음이 불편하니 급하게 빵 하나를 더 넣으려는 찰나, 나는 그냥 됐다며, 그건 안 먹는다며 급하게 내가 산 몇 개 값만 지불하고 나왔다. 


사실 처음 가게를 들어설 때 마음은 계산할 때 이런 며칠 전에 산 빵에서 이런 이물질이 나왔다고  언급만 해 주고 싶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오는 가게라 서로 얼굴 붉히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이런 민원에 대처하는 모습에 화가 났고 대충 빵 하나로 무마하려는, 끝까지 사과는 하지 않는 것이 괘씸했다.


나도 그렇게 흥분해서 나올 게 아니라 이런 내 마음을 조목조목 설명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다시 강변을 따라 걸어오는데 다시 그 집을 갈 수 있을까 걱정하는 내 모습이 우스웠다. 할 말을 다 하지 못했다는 것과 그런 모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내 모습에 화가 났다. 욱할 게 아니라 할 말을 하고 나왔어야 했는데 말이다.


화가 날 땐, 일단 잠시 멈추라 했거늘, 그게 왜 이렇게 실행이 안 되는지.. 조금 참는 시간 동안 화도 가라앉고, 내가 해야 할 말도 정리가 되어 논리적으로 나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론만 배우고 실전엔 적용이 안되니 아직 수행이 덜 되었나 보다.




강변을 따라 핀 들꽃을 보니 조금씩 기분이 가라앉으며 평정심을 되찾았다. 이런 상태라면 내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화가 나는 상황이 닥쳤을 때, 내가 흥분하려는 상태를 바로 알아채고, 멈추고, 다스리기까지의 속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좋게 떠난 산책에서 '빵 사건'을 계기로 순간 우울해지긴 했지만 또 하나 복기하며 배웠다. 역시 걷다 보면 무언가 하나는 배우고 깨닫게 된다.


시간과 날씨가 허락될 때마다 무조건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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