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차 마케터, 길을 잃었다

아직까지 진로 고민을 할 줄 몰랐지

by 슈슈


마케터로 일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커리어 슬럼프가 왔다. 단순히 일하기 싫다, 가 아니라 도대체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근원적인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 같은데, 일을 하면 할수록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싶고, 별 성과도 내지 못하는 현 상황에 내 역량을 의심하게 된다.


내가 생각한 4년 차 마케터는 현 상황을 분석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시기별로 세워 다양한 캠페인을 운영할 줄 알아야 하는데, 지금의 나는 탑다운으로 내려온 업무를 쳐내기 급급하다. 물론, 회사가 원하는 방향성에 맞춰서 마케팅을 해야 하는 건 맞다. 다만, 그 전략이 내가 세운 것이 아닌, 회사가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회사가 요구하기 전에 미리 제안하고, 기획할 줄 알아야 하지 않나? 시키는 것만 할 줄 알면 내가 경력자라고 할 수 있나? 같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하다.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도 예전만큼 쉽지 않다. 타겟이 관심을 가질만한 키워드를 찾는 것도 어렵고, 우리 서비스와 자연스럽게 키워드를 연결해 콘텐츠를 작성하기도 벅차다. 이전에는 하루 정도면 완성했던 콘텐츠가 이제는 일주일이나 걸리니, 시작하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이 와중에 경쟁사는 퀄리티 있는 콘텐츠를 주에 2개씩 업로드하고 SEO까지 선점 중이다. 자꾸만 뒷페이지로 밀리는 나의 글을 보며 무엇을 위해 이 괴로운 일을 하고 있는 건지 현타가 온다.


이러니 내가 마케터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될 수밖에. 나만큼 글 쓰는 사람은 세상천지에 널려 있고, 크리에이티브 역량과 실행력을 갖춘 사람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날고 기는 마케터 사이에서 ‘저도 마케터예요(소근)’ ASMR이라도 할 수 있으려면 하나라도 역량을 키워야 한다. 데이터를 잘 분석한다든지, 퀄리티 있는 콘텐츠를 빠르게 작성할 수 있다든지, 다른 마케터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나만의 필살기가 있어야 되는데, 이걸 어떻게 단련해야 하냔 말이다. 그냥 닥치는 대로 인강을 듣고 실무에 적용시켜 봐야 할까. 아니면 모임에 나가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실무자들과 접점을 만들어야 할까. 뭐가 됐건 ‘난 아무것도 못하는 등신 쪼다야’ 상태를 벗어나려면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내가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땐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것만 한 게 없는 것 같다. 경험한 프로젝트를 정리하면서 나의 업무 방식과 역량을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려고 하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아래 구조로 간단하게 정리해 보려고 한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목표

해당 프로젝트에서의 나의 역할과 업무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 및 성과

이후 기획 시 개선하고 싶은 점


해당 구조로 정리하면 내가 무슨 생각과 의도로 마케팅을 진행했고, 어떤 성과와 인사이트를 얻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스트레스 만땅인 이 상태를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안 되면 뭐,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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