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담자가 예약된 상담에 오는 것이다.
물론 상담 이론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하는 다른 요소가 있다.
상담 관계에서 “라포”, 구조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상담자가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전이와 역전이, 방어기제, 진솔성 등을 이해하고 구조화를 익혀도 내담자가 상담에 오지 않으면 소용없다.
나는 내담자에게 상담에 잘 참여하는 것을 강조한다.
어떤 사람들은 상담을 받으려고 하는데 예약된 날에 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상담실제에서는 전이와 저항 때문에 종종 나오지 않으려고 한다.
고심해서 상담센터에 왔지만 막상 상담을 시작하면 심층의 마음이 작동해서 쉽지 않다.
그렇기에 상담 실제에 대해 알고 있는 상담자가 상담 진행에 대해서 안내한다.
며칠 전 종결한 내담자가 종결상담에서 상담 과정에서 불편했던 이야기를 했다.
종결상담에서는 상담 실제에서 자신이 원했던 상담 목표를 이뤘는지 점검하고 이뤘다면 성공 요인을 확인하고 이루지 못했다면 실패 요인을 확인한다.
상담 목표뿐 아니라 상담 실제에서 기억이 나는 것도 함께 이야기한다.
기억이 나는 이유는 긍정적이어서, 부정적이어서도 난다.
또는 의문이 들거나 상담에서 하고 싶은 말이 남았을 경우도 언급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것을 언급하는 것이다.
상담 실제에서 내담자가 부정적 경험을 하기도 하는데 전이와 역전이, 저항과 관련되거나 심층의 핵심주제가 뒤늦게 떠오른 것일 수 있다.
어떻거나 내담자가 상담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다.
인간 자체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아무리 상담이라고 해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만 가능하기에 내담자가 상담에서 불편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라포가 형성되었다는 의미다.
내담자는 상담 첫날 내가 했던 말이 기억나서 상담 중에 불편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무슨 이야기나 환영하지만 특히 불편한 것은 무엇이든 이야기해 주세요. 상담에 도움이 됩니다.”
상담자 입장에서는 별 말이 아닐 수 있겠지만 처음 상담에 오거나 과거 상담 경험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내담자에게는 도움이 된다.
상담 진행과 구조 설명은 우선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고 안정적인 상담에 기여해서 상담 효과를 높인다.
상담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상담 진행과 구조 설명이다.
이것을 “상담 구조화”라고 부른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상담센터에서는 “개인상담 사전 동의서”라는 제목으로 구조화를 서면으로 제공한다.
이 동의서는 서면으로 작성해서 내담자와 상담자가 하나씩 나눠 갖는다.
일종의 상담 계약서다.
우리 상담센터 상담 사전 동의서는 6장이다.
첫 장은 상담자 이력, 상담에 대한 정보로서 상담 목적과 상담자 주 이론, 상담 제한점, 상담에서 진단 의미가 안내된다.
두 번째 페이지는 우리 상담센터에서 진행 가능한 심리검사 안내, 상담자 의무가 적혀있다.
세 번째 페이지는 내담자 권리와 의무, 상담절차와 비용을 안내한다.
네 번째 페이지는 예약 변경과 취소, 비상 연락 안내가 되고 다섯 번째 페이지에는 생명존중에 대해서, 여섯 번째 페이지에서 정보에 근거한 동의를 내담자와 상담자 모두 자필 서명한다.
이 중에서 내담자에게 꼭 알려야 하는 것은 상담자 의무에 들어 있다.
간단하게 상담자 의무를 먼저 살펴보자.
상담자는 전문적 능력 향상을 위해 자기 점검 및 평가, 자문, 연수, 교육을 받아야 한다.
내담자에게 상담 관련 정보, 상담 기대효과, 상담 목표와 이점, 한계를 설명하고 상담자 개인 사정(질병, 사망,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장애)으로 상담 지속할 수 없을 때 연계 안내, 내담자에게 상담 외 홍보를 위한 소감문, 사진 촬영 등을 강요하지 않는다.
상담자는 내담자 인적 사항, 상담내용 비밀을 지킨다.
여기에서 “상담내용 비밀” 관련해서 따로 설명이 되어 있다.
개인상담 사전 동의서에는 비밀보장 예외에 대해 당구장 표시와 굵은 글씨로 강조한다.
상담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상담을 받을 생각이 있는 많은 사람들 대부분은 상담은 무조건 비밀 보장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담은 비밀이 다 지켜지지 않는다.
백 퍼센트 비밀보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비밀보장이 제한된다고 하면 놀라거나 긴장한다.
첫 상담에서 안내받아도 놀라는데 상담 중간에 알게 되면 어떨까?
무조건 비밀 보장된다고 생각하고 다 말했더니 상담자가 안 된다고 하면 내담자는 쏟아낸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다.
이때 배신감을 느끼거나 당황한다.
상담은 신뢰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내담자에게 상담 관련 안내를 잘해야 한다.
특히 비밀보장 제한에 대해서는 더욱 설명이 필요하다.
비밀보장 제한은 내담자를 불안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비밀보장 제한되는 것이 무엇인지 안내가 필요하다.
비밀보장 제한되는 것은 딱 세 가지이다.
첫 번째, 자해 포함 생명 관련 된 것, 두 번째는 범죄 관련, 세 번째는 학대 관련이다.
비밀보장 제한 사항에 포함되는 것으로 치명적 질병, 전문가 팀 조력 관련이다.
만약 상담이 백 퍼센트 비밀보장이 된다면 상담자는 내담자 고통이나 위험을 무조건 해결해줘야 한다.
왜냐하면 고통을 해결하려고 내담자는 상담에 왔기 때문이다.
물론 비밀보장이 된다고 해서 상담자가 모든 고통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상담자를 여행 가이드에 비유하기도 하는 것처럼 상담의 주체는 내담자다.
그럼에도 상담자는 내담자의 안녕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비밀보장이 제한되는 세 가지 항목은 내담자 안녕과 복지에 중요하다.
특히 생명 관련은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상담자는 정해진 상담 시간에만 내담자를 도울 수 있다.
이를 상담 경계라고 부른다.
상담에서 내담자가 생명, 범죄, 학대 위험에 있다는 것을 상담자가 알았다면 상담 경계를 지키며 내담자를 보호해야 한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모든 위험을 바로 해결해 주면 좋겠지만 상담자는 그렇지 못하다.
초심상담자일 때는 내담자의 모든 고통을 바로 해결해주고 싶었다.
열정이 앞서서도 있지만 상담자로서가 아닌 상담자 개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일이다.
경력이 쌓일수록 상담자는 자신의 한계를 명확하게 알게 된다.
상담은 내담자의 것이지 상담자의 능력을 과시하는 장이 아니다.
그러니 상담자는 내담자 안녕과 복지를 위해 대비해야 한다.
상담자가 내담자 안녕과 복지를 담보할 수 없다면 제삼자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고 이때 내담자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
이때 미주알고주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정보를 전달하게 되어 있다.
여기서 제삼자란 내담자가 개인상담 사전 동의서에 지정한 인물이 우선 되며 그밖에 공인된 사람들이 된다.
나는 외부인에게 내담자가 처한 위험을 알리고 도움을 받기 전에 내담자와 충분히 상의한다.
어차피 도움은 내담자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비밀보장 제한이 포함된 상담 비밀보장 항목은 “상담자 의무”에 들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상담자는 내담자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고 내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의무도 있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는 것은 상담자가 어벤저스처럼 막강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상담자의 인간적 한계를 인정하고 내담자를 현실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상담에서 비밀보장이 제한되는, 백퍼센터 비밀보장이 되지 않는 이유는 상담자가 만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담자 상황과 상관없이 내담자는 어떠한 순간에도 보호받아야 한다.
내담자가 안전해야 상담에 잘 나올 수 있다.
그래야 상담자가 심리역동을 다뤄 내담자의 안녕과 복지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상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담자가 약속된 날에 상담센터로 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이 이뤄지기 위해서 많은 요소들이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