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점심시간, 1시간의 시간을 잘 활용하자!>
제목 그대로 나는 점심을 포기하고, 운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처음부터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호주에 온 이후로 4kg가 쪘기 때문이다!
눈물을 머금고, 점심을 포기하고 운동을 해야만 했다.
절대 이번만큼은 찌지 않으려고, 매일 출퇴근 시간마다 왕복 2시간을 걸었다.
이전 글에서도 썼듯이 처음에는 열심히 달렸었다.
그런데 이제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사람이 한번 달리는 것을 멈추다 보니 다시 원래 패턴으로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다.
주말에는 그저 쉬고만 싶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한 번도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던 나는, 현재 이런 규칙적인 삶에 적응하는 것이 무언가 힘들다고 느꼈다.
내 삶은 운동하는 시간이 항상 확보되어 있었다. 당연히 요가강사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리고 그다음에 나머지 일을 하였다.
그런데 지난날의 삶과 지금의 삶은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못하니까, 사람이 우울해졌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던 내가 운동을 규칙적으로 못하니까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래도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주말에라도 어떻게든 달리기를 했다.
그런데 이게 주말에 어디를 놀러 가거나 술을 마시면, 다시 사람이 그 사이클로 돌아오는 데까지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원래는 그냥 하자는 주의였는데, 지금은 자꾸만 미루게 되었다.
몸도 마음도 게을러지고 있는 중인 걸까?
그래. 맞다.
나 자신을 합리화시킨다.
그래도 이제는 어떻게든 운동을 해야만 한다.
나는 엄청난 대식가다.
여자가 이렇게 많이 먹는다고? 하겠지만 난 정말 많이 먹는다.
어릴 때부터 무용을 전공해서인지, 폭식하는 습관 때문에 위가 정말 남다르게 크다.
위를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추측한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먹는데, 왜 살이 찌지 않는지 한국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다.
당연히 그만큼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3-4시간씩 매일 운동을 했다.
당연히 프리랜서여서 가능했다.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여기 호주에서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는 회사원이 되었다.
처음에는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을 해보려고 노력도 했다.
하지만 매번 일어나지 못했다.
아침에 1시간 더 일찍 일어는 게 너무도 힘들게 되어버렸다.
10분이라도 자고만 싶다.
회사 3개월 차, 정말 체력이 이렇게 저질이 되어 갈 수 있나?
그래서 나는 몇 주간 서치를 했다.
필라테스... 라도 해야겠다.
돈을 내서 운동을 하면, 어떻게든 운동을 하겠지.
뭐 이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알다시피, 여기는 필라테스 수업 시간이 새벽 5시, 6시, 7시 아니면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점심시간을 포기하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업 가격이 우리나라 보다 월등히 비쌌지만, 어쩔 수 없다.
다짜고짜 회원권을 끊었다.
그런데 호주 필라테스 수업으로 컬처쇼크를 받기는 처음이다.
우선, 내가 다니는 필라테스 학원은 호주에서 체인점이 많은 학원이다.
이건 내가 필라테스 학원을 이곳밖에 다니지 않아서, 여기 학원의 수업 방식인가?
다른 필라테스 학원도 이런 지는 잘은 모르겠다. 나중에 다른 학원들도 다녀보고 후기를 더 남겨볼까 한다.
1. 수업시간 1분 전에 문을 열어준다. 다들 어디에서 기다리고 있냐고? 인포에서 기다리고 있다.
마치 백화점 오픈 시간에 맞춰, 한건을 잡으려고 하는 듯 우리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2. 탈의실이 없다.
그러면 어떻게 옷을 갈아입냐고? 집에서부터 요가복을 입고 오면 된다. 그래서 학원 문을 열면, 인포데스크가 있고, 두 번째 문을 열면 바로 필라테스 기구가 여러 개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3. 회원들이 밖에서 신었던 신발을 그대로 신고 들어오고, 그 자리에서 옷을 탈의한다.
당황스러웠지만 나도 탈의한다. 신발도 가지런히 리포머 기구 옆에 벗어놓고, 운동한다.
4. 우리나라는 필라테스 기구가 최대 많은 것이 6개다. 여기는 기구가 20개 정도가 된다.
말 그대로 그룹 수업 인원 수가 20명 이상 된다는 소리다.
5. 그래서 그런가 선생님이 티칭을 안 해주고, 내 뒤에 모니터가 있다. 그걸 보고 동작을 따라 해야 한다.
동작마다 카운터를 세주는 소리도 모니터에서 흘러나온다. 이럴 거면, 유튜를 보고 하는 거랑 무슨 차이인가?
6.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했는데, 그 많은 사람들에게 한 명씩 안부를 물으며, 스몰톡을 한다.
시간이 째깍째깍 가고 있다. 수업시간에는 운동을 해야 하는데... 성격 급한 나는 아깝기만 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스몰톡이 수업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나는 운동에 집중하고 싶은데... 그래도 어쩌겠는가? 여기 문화는 뭔가 물어보면 긍정의 힘을 물씬 가진 사람처럼 웃어야 하니... 애써 괜찮은 듯 웃으면 아임오케이라고 말하며, 할 수 있는 영어를 쥐어 짜낸다.
7. 분명 45분 수업인데 35분만 수업했다.
왜 이렇게 일찍 끝나지? 오늘 준비한 모든 동작이 다 끝나서, 빨리 끝난 건가? 한국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결론은 호주에서 필라테스를 경험하고 나서, 느낀 점은 필라테스도 한국이 최고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회사 점심시간이 되면, 점심을 포기하고 필라테스를 간다.
운동을 해야 하니까!
살이 너무 많이 쪄서, 빼는 것보다 차라리 지금부터 빼는 게 스트레스가 덜 할 걸 아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