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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NS Apr 18. 2024

이 즐거운 호들갑,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앨범리뷰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EP [HOW?] 앨범리뷰



#BOYNEXTDOOR

소년들은 첫사랑을 어떻게 끝맺을까. 보이넥스트도어의 두 번째 미니앨범 [HOW?]는 첫사랑의 설렘을 담은 데뷔앨범 [WHO!]와 이별의 상실과 아픔을 담은 [WHY..]의 가운데 시점의 이야기를 담았다. 명재현, 태산, 운학은 데뷔 앨범부터 꾸준히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며 친근하고 일상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에너지가 넘치는 그룹의 정체성을 이루어 가고 있다. 그룹이 가진 컨셉처럼 보이넥스트도어도 꾸준히 이지리스닝을 지향해 왔다. 첫사랑이라는 아주 접근성 높은 스토리로 앨범 단위를 넘어 각 곡의 스토리텔링에 연결성을 부여했고 프로듀서 '지코'와 'Pop time'의 디렉팅은 확실한 대중성을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보이넥스트도어의 지난 디스코그라피들에게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유기성이다. 짝사랑으로 시작한 첫사랑의 낯섦과 설렘부터 처음으로 맞이한 이별을 때론 치기 어리게, 때론 절망적으로 표현하는데 두 앨범에 수록된 곡 모두가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이어져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두 번째 미니앨범 [HOW?]의 이야기는 이미 이별을 경험하고 스토리가 끝났다고 생각했기에 그 내용이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기도 하다. [HOW?]는 사랑과 이별 그 사이를 어떻게 경험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아 각자의 트랙들은 어느 때 보다도 강한 존재감을 가진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자신들의 스타일을 '키치코어(KitschCore)'라 칭한다. 최근 케이팝 트렌드에서 주목할만한 점이 스스로의 분위기와 장르를 칭하는 네이밍을 만들며 브랜드화하고 있는데 보이넥스트도어 역시 이 흐름에 올라탄 것으로 보인다. '키치코어'는 통통 튀는 발랄한 매력을 뜻하는 Kitsch(키치)와 일상적이지만 세련된 Nomcore(놈코어)의 합성어로 주로 패션계에서 사용되는 두 단어의 합성어이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이 '키치코어'를 활용해 소년들의 요동치는 감정을 보다 일상적이지만 보다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하려 한다.



#Earth, Wind & Fire

작사 Kako, 명재현, 태산, 운학, 지코 (ZICO)
작곡 Poptime, Kako, 명재현, 태산, 지코 (ZICO), Daily, Likey
편곡 Poptime, Daily, Likey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지구, 바람 그리고 불. 어떤 메시지를 담은 곡인지 유추해 보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종잡을 수 없는 곡이다. 앨범의 4번 트랙에 수록된 'Earth, Wind & Fire'은 비범한 제목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고 시시 때때로 변하는 첫사랑의 혼돈을 자연에 빗대어 표현한다. 짝사랑 상대를 지구, 바람 그리고 불처럼 세상의 전부라고 할 만큼 소중히 여기지만 점점 꼬여만가는 관계에 대한 혼돈을 하이퍼 팝 요소에 담았다. hyper(하이퍼)라는 접두사에 팝이 붙어 만들어진 하이퍼 팝 장르는 말 그대로 과장되고 과잉된 팝을 의미하는데 보이넥스트도어가 지향하고자 하는 '키치함'을 표현하기에 아주 적합한 장르 그 자체다. 

통화연결음과 같은 다양한 효과음은 물론이고 사운드 구성과 곡 전개가 예상할 수 없이 흘러간다. 초반부터 휘몰아치는 드럼과 일렉기타, 자유분방한 신스가 키치함을 더한다. 곡 공개 전부터 프로모션 영상과 하이라이트 메들리 등으로 화제가 되었던 자체 스피드 업 구간은 최근 숏폼 트렌드를 담아내면서도 동시에 곡의 포인트와 중독성을 잡아주는 구간으로 활용했다. 2절 벌스에서 블락비를 연상시키는 명재현의 랩핑과 동시에 저지클럽 비트로 변주되는 리듬과 케이팝 공식을 따른 브릿지,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일명 외계인 랩까지 어느 하나 적당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이들의 혼란에는 정신 사나움보단 긍정적인 역동성이 느껴진다. 전작들보다 매끄러워진 보컬과 래핑, 유려한 강약조절, 확실한 킬링 포인트 구간은 마구잡이로 때려 넣은 것이 아닌 하나하나 촘촘히 설계된 결과물이다. 

수록된 트랙들을 순서대로 들으면 첫사랑의 전개 과정이 그려진다. 타이틀 곡이 4번째에 수록될 만큼 스토리라인을 이어가기에 진심인 것인데, 그렇기에 앨범 전체 듣기를 클릭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물론 이 한 가지 이유만은 아니다. 프로듀서 지코의 작품인 1번 트랙 'OUR'은 첫 데이트를 경쾌하고 통통 튀는 매력으로 담아낸 지코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무드의 힙합 곡이다. 중독성 있는 탑라인과 지코의 바이브에 더해진 보이넥스트도어 멤버들의 싱잉랩과 미성의 보컬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를 형성한다. 3번 트랙 'So let's go see the stars'은 연인들의 밤 데이트의 모습을 그린 곡으로 레트로 하면서도 몽환적인 신스가 낭만적인 분위기를 업 시킨다. 여기에 더해진 락 사운드적 요소와 '어? 뭐야 마이크 켜놓고 있었네'와 같은 포인트는 듣는 재미를 더해주고 마지막 코러스 파트에서 키를 올려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본 듯한 느낌을 가진다. 


보이넥스트도어의 장르적인 도전도 눈에 띈다. 'l i f e i s c o o l'은 물론 그들의 마스코트 같은 힙합 곡이지만 곡 후반부에 로우파이 감성을 머금은 재즈가 등장한다. 곡 전체를 귀엽고 발랄하게 끌어오다 사운드가 뮤트 되고 등장하는 깜짝 재즈파트의 등장 자체도 신박하게 느껴질뿐더러 덕분에 곡의 앞선 파트들이 더 '키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감성을 그대로 이은 다음 트랙 'Dear. My Darling'은 빈티지한 피아노로 시작하는 재지한 락 발라드 곡이다.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는 소년의 마음을 편지 형식으로 풀어냈다. 1분 40초라는 짧은 러닝 타임으로 멤버들의 보컬 역량을 강조했는데 특히나 멤버 리우의 보컬적 매력이 잘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보이넥스트도어의 음악적 정체성을 완벽하게 확립하고 5세대 케이팝 씬에서 자신들의 장르를 개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다. 그러나 작년 9월에 발매한 첫 번째 미니앨범 이후 6개월간의 긴 공백기 그리고 그 사이에 무섭게 치고 올라온 라이즈의 존재감과 대중성을 꽉 잡은 플레디스의 신인 투어스의 맹공은 보이그룹 대진에서 보이넥스트도어의 위치를 조금 애매하게 만들었다. 성공적인 브랜딩을 마쳤지만 이들이 가진 매력을 더 많이, 더 오래 보여주기엔 타이밍이 아쉽다. 바쁘게 달려야 한다. 보이넥스트도어의 HOW는 이미 스스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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