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를 바꿨다.
떼어낸 타이어와 새 타이어의 아주 조금의 두께 차이에 수없이 감겨있던 시간을 바라보았다.
다시 만나는 도로는 부드럽고 조용해졌다.
나는 혼자서 세상을 만나는 것이 아니었다.
자동차 타이어로 만나는 시골길처럼 누군가와의 관계와 무슨 사연이든 늘 발바닥처럼 무엇을 사이에 두고 만난다.
그 사이를 잘 만드는 것이 잘 사는 법이 되었다.
발바닥
양말을 신으면
앞이 보이지 않는 하루가 시작된다 나는
올려다보는 모든 바닥의 바닥
만나는 바닥마다 반가운 소리를 낸다
장소와 사람에 따라 몸과 마음의 자세를 고치며
힘 들어간 뒤꿈치는 단단해진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에도 바닥을 살피지 않는
먼 곳을 보는 눈의 습관은
자꾸 헛디디고 흔들린다
바닥이 바닥에 닿지 않으면
두발이 모두 그림자를 놓치면
추락한다
손바닥 발바닥이 다급히 다른 바닥을 찾는다
몸에 바닥이 없다면
그 많은 난간과 난관을
어찌 다 건널 수 있었을까?
가시 하나 숨겨두지 않으면
들여다 봐주지 않는 곳
눈물을 바닥까지 밀어 넣고 숨겨
늘 축축한 곳
다져진 딱딱한 눈물 딛고 건너는 날이 많으니
언제 한번 발바닥 내보이며 울어 보겠는가?
저녁이면 길게 늘어진 그림자 안고 들어와
발등에 얹힌 비눗물 조금 얻어 쓰고
비로소 일으켜진다
어떤 바닥에도 닿아 있지 않은 시간
꿈에 쫓기는 몸이 뒤척인다
무거운 내일을 받치려면
접힌 오늘을 팽팽하게 펴두어야 한다
멀리 보는 마음과 눈을 밀치고
원하는 곳에 제일 가까운 건
발바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