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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 Jun 07. 2023

시절 인연










모든 마주침엔 다 제 인연의 때가 있는 법. 굳이 애쓰지 않아도 어떻게든 만나게 될 연과, 아무리 애를 써보아도 만나지 못한 연이 있다는 뜻. 그렇듯 시절 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만날 수 없고 모든 인연엔 오가는 시기가 있는 법.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따르듯이 모든 게 영원할 순 없다. 혹여나 우리의 인연이 이미 지나간 것이라고 한들, 어디선가 무탈히 지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너와 나의 시절인연이 무르익었지만 이내 문드러졌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자.


관계라는 게 참. 민들레 꽃씨 같다.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가느다란 씨 따위가 "후-" 한 번에 쥐도 새도 없이 흩어져 떠나가니까. 입김 한 번이면 툭툭 털어져 버린다. 나를 꽉 채우던 관계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갈 때의 헛헛함은 꼭 재각기 떠나는 꽃씨와 같다. 


입김 한 번에 다 날려버린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 손바닥에 언제 붙어서 여기까지 왔는지 착 달라붙어 있는 끈질김이 나를 흔든다. 결국 손가락을 집어 직접 떼어낸다. 관계도 그와 같다. 내 손으로 내가 떼내야만 정리되는 인연처럼 말이다. 


우리는 생에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자의가 아닌 타의적으로. 환경에 의해서 늘 어쩔 수 없이 연을 만든다. 전체집합과 같은 대집단에서 만난 이들은 내 인생에 그저 조연 1,2,3일뿐이고, 공통집합 안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와 관계를 맺게 된다. 나는 그걸 인연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당신들이 내 인생에 장면을 남겼듯이 나도 그들의 인생에 행복한 장면만 남기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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