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글거림 주의
내 전화번호부 남편의 이름은 ‘잘생긴 선비’다. 연애 초반부터 나에겐 선비 이미지였다. 밖에서는 진짜 선비 이기도 했고.
우선 남편자랑 먼저 늘어놓겠다. 먼저 선수 치자면 자랑할만한 남편인지는 욕할만한 남편인지는 나 혼자 판단하겠다.
남편은 술, 담배 일절 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난 오래전 술을 끊었다.. 나이는 비밀..)
게임은 안 하더니.. 최근에 핸드폰으로 피파는 조금 한다. 그래도 조금 봐주는 중이긴 하다. 뭐 친구들 만나러 나가는 것도 아니고 돈 드는 취미 활동을 하는 남편도 아니기 때문에.
돈은 엄청 아낀다. 그 남자의 모토는 일단 ‘사지 마, 됐어, 있는 거 써’ 이거다. 돈 모으는 재미로 사는 사람이랄까.
나랑 같이 교회 유치부 교사로 섬기고 있다. 세상 큰 덩치로 아이들 잘 놀아줌.
집안에서는 참 장난기 많고, 재미있고, 아이들도 좋아하는데 밖에서는 세상 재미없고 과묵한 남자다. 오죽하면 연애할 때 남편은 회사에서 ‘넌 진짜 말이 없다. 여자친구가 재미없겠다 ‘라고 했다더라. ㅋㅋ 뭘 모르시네. 세상 제일 웃긴 개그맨 재롱부리는 남자가 우리 집에 살고 있다.
늘 남편에게 ‘밖에서 이미지메이킹 잘한다?‘라는 소리를 한다. 브런치를 통해 열심히 남편이 가꿔온 선비 이미지가 조금씩 추락하고 있지만 그게 진짜 추락인지 오히려 더 높이 평가되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뭐.
이런 밖에서만 선비 같은, 그리고 수식어를 붙이자면 ‘잘생긴’ 선비인 내 남편이 얼마 전 자기 전 이런 소리를 했다.
(내 이름)ㅇㅇ이 마음속을 휘젓고 다니고 싶어.
들어가서 수영하고 싶어.
ㅋㅋ 우웩. 하기도 하지만 웃겼다. 그 어떤 다른 애정표현보다도 좀 더 진실되게(?) 와닿은 느낌이랄까.
그 사람 마음속에 들어가서 수영하고 싶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실 가끔 나도 이런 비슷한 말을 남편에게 한 적이 있다. 말을 안 했다면 생각한 적이 있다. 무슨 느낌이냐면 남편이랑 가깝다 못해 남편 몸이랑 내 몸이 아예 하나가 돼서 합쳐지고 싶을 정도라고 표현해야 하나?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자웅동체 되고 싶은 느낌이랄까.
앞전 나의 글을 보다가 이 글을 보면 뭔가 모순이 있어 보이는 듯 느낄 수 있다.
근데 오히려 앞전에 올린 글(각방 쓰는 부부 있나요? 글) 덕분에 ‘아 이 부부가 이럴 수밖에 없구나라고 느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