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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p Jun 08. 2023

각방 쓰는 부부들 있나요?

부부사이 좋아지는 법

우리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인데 벌써부터 따로 잔다. 서로 사이가 안 좋아서? 같이 자는 게 불편해서? 벌써부터 혀를 끌끌 차며 '그럼 안되는데~'하며 이 글을 클릭한 독자님이 계시다면 아쉽게도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유인즉슨, 주말부부라서 그렇다.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주말부부. 우리 집 이야기다.



"우리는 언제쯤 같이 붙어있을 수 있을까? 맨날 붙어있고 싶다."


현 남편 구남친과의 1년 반 연애시절, 우리는 '장거리연애'하며 주변인의 안타까움을 샀다. 나는 경기도에서 자취하며 직장을 다녔고 남편은 강원도에 있는 회사 기숙사에서 지냈다. (연애하다가 장거리커플이 된 게 아니고 서로 처음부터 장거리임을 알고 소개받긴 했다.)


나는 공무원과 거의 비슷한 근무시간대, 남편은 직업특성상 주말에 쉬지 못하고 평일에 쉬는 교대근무라서 남편이 주로 내려왔다. 그럼 평일에 퇴근하고 잠깐 하루, 이틀 보고 1주~2주간 못 볼 때도 부지기수였다.

매일 통화하고, 카톡 하고, 영상통화하고. 그렇게 장거리연애를 하다가 결혼에 골인했다. 신혼인데 장거리커플이라 애틋하겠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다행히 얼마 뒤 남편은 경기권으로 이직을 했다.


남편은 전 직장에서 퇴사를 하고 내려오자마자 코로나에 걸렸고, 나도 남편한테 옮아서 첫 코로나에 감염됐었다. 그렇게 우리가 꼭 붙어서 같이 격리되었던 일주일. 그리고 신혼여행 일주일. 우리가 '신혼부부'로서 알콩달콩 유일하게 붙어 있었던 시간이다.


공교롭게도 남편이 신혼집으로 와서 이직을 한 곳은 알고 보니 지방출장이 많아 평일에는 거의 함께하지 못하고 주말을 함께 보낸다. 연애할 땐 주말에 못 보고 평일에 봤는데 지금은 평일에 못 보고 주말에 본다.




"아이고, 신혼인데 혼자 있어서 어떡해."


"… 생각보다 괜찮아"



남편이 보고 싶을 때도 많고 퇴근하면 같이 저녁 먹고 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같이 있고 싶다. 그런데 주말부부 생각보다 괜찮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이 감정은 뭐지? 싫은데 좋아. 좋은데 싫어.


혼자 먹고 싶은 대로 밥 먹고 혼자 보고 싶은 거 보고 나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재정비를 하는 이 시간.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


우리 부부가 비교적(?) 다른 커플보다 덜 싸우고 사이가 좋은 비결은 서로 성향이 맞고 종교가 맞고 어쩌고 보다는 생각보다 단순한 데서 비결이 있을 수도. 가끔, 남편이 밉고 남편이랑 싸웠다 등의 주변 고민이 들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한번 떨어져 지내봐."



방금 막 들려온 소식이다. 지방출장 갔다 내일모레 복귀할 남편이 잘하면 내일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오예. 얼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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