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싸우고, 제법 안 싸워요.
내 남편은 배려심이 많다. '응 너 먹고 싶은 거 먹어.' '너 가고 싶은데로 가' 라며 늘 나의 선택을 존중해 준다. 여기선 '너'라고 지칭했지만 늘 다정하게 나의 이름을 불러준다. 나도 늘 남편에게 진심으로 응원을 한다. '응, 오늘 일하느라 힘들었지? 고생했어. 얼른 씻어. 그리고 오늘은 제발 양말은 뒤집지 말고 세탁기에 바로 넣어.'
결혼 전, 결혼준비과정 교육에서 듣기를 남자들은 그래도 단순해서 잘한 것에 대해 칭찬을 해주면 동기부여를 받아 더 잘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mbti ‘f(감정형)’ 성향인 남편은 그 결과가 어떻든 마음을 알아주면 힘이 나는 유형이라고 한다. 이모저모 ‘건강한 의사소통‘ 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는 빠삭하게 잘 알고, 심지어 내가 교육도 한다. 그런데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다양한 중독문제로 찾아온 사람들에겐 맞춤형 상담을 그렇게 잘하면서, 정작 내 남편한텐 맞춤형 대화가 안 된다.
심지어 나는 배려심이 많은 남편이 때로는 귀찮으니까 '무책임'하게 모든 결정권한을 나한테 떠넘기는 건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연애 초반엔, '배려'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떠넘김'으로 생각 들 때가 종종 있다. 결혼준비할 때도 웨딩홀이며, 드레스며, 한복이며 주로 내가 이끌어서 진행한 과정이 많았던 터라 조금은 지쳤다.
‘응 당신 좋은 거 해'라는 말이 너무 ‘남용’ 되다 보면 그냥 결정을 하기 귀찮아서, 관심이 없어서 나오는 반응이라고 생각이 들 수가 있다. '나는 당신이 선택하는 것 다 좋은데, 그래도 나는 이게 조금 더 좋네'라며 말해주면 그래도 그 상황에 대해 우리가 함께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주기에 좀 더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
그래도 우리 부부는 평소에 자주 대화를 하며, 서로의 ‘다름’을, 서로의 성향차이를 받아들이며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다. 서로 정말 사랑은 하는데, 아직은 사랑하는 방법과 사랑 표현 방식이 조금 다른 우리다. 이것도 하나씩 맞춰지겠지 뭐.
모든 부부, 모든 커플이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서로를 위하는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인데 그 방법이 서로 조금 다를 뿐이다. ‘방법’은 맞춰가면 그만이다. 방법이 잘못됐다고 나의 진심까지, 상대방의 진심까지 왜곡하여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사랑하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