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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Oct 30. 2024

'글'과 '식사'의 공통점

글을 쓰고 읽는 것과 식사를 준비하여 먹는 것은 비슷하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글을 읽고 쓰는 일을 '밥 먹는 일'처럼,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살아가기 위해서 매일 삼시 세 끼를 챙겨 먹는 것처럼 글을 읽고 쓰는 일을 특별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으로 여기려 한다. 작가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정 분량의 글을 쓰고, 독서를 꾸준히 한다. 그러한 삶이 곧 작가의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나도 글쓰기와 독서를 내 삶 속에 녹이려 용쓰고 있다. 그러면 나중에 작가가 되지 못할지언정, 글과 관련하여 훈련된 뇌를 갖게 될 것 같다.


  '글'에 대하여 가 이토록 살면서 생각을 많이 해본 적이 있었던가?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글에 대한 내 마음의 변화, 글을 대하는 나의 태도 등을 여기 매거진에 기록해 둔다. 요즘은 글을 쓰는 내 자신이 자연스럽다. 라이킷, 댓글, 조회수에 그다지 휘둘리지 않는 내 마음도 발견하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글'과 '식사'의 공통점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앞서 쓴 '읽기와 쓰기는 반찬과 밥과 같지 않을까?'라는 글과 조금은 비슷한 맥락이지만, 이번에는 글 자체에 대하여 적어보려 한다.


  먼저, '글'과 '식사'의 첫 번째 공통점으로 준비하고 차리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읽거나 먹는 시간은 순식간이라는 것이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하여 주제를 잡고,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글을 조직할지 고민을 많이 한다. 조사가 필요한 자료도 있고, 끊임없이 글에 대하여 고민을 한다. 그러면서 글을 한 편 완성하여 발행하면 독자들은 순식간에 읽는다. 삼천 자 작품 한 편을 눈으로 주욱 훑어서 읽는 시간은 이 분 정도 걸릴까? 밥 한 끼를 차리기 위하여 엄청난 정성과 노력이 든다. 무슨 반찬과 국을 할지, 밥은 언제 불을 켤지 등. 그렇게 밥상을 차려서 먹는 시간은 삼십 분 내외.


  예전에 글을 쓰지 않을 때는 그러한 수고를 몰랐었다. 흡사 집에서 밥을 차리지 않고,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을 때 그 수고스러움을 모르는 것처럼. 집에 먹거리를 담당하는 사람은 항상 고민을 한다. 그 사람이 엄마일 수도 있고, 아빠일 수도 있겠다. 요즘 점심은 다들 급식을 먹으니 패스. 아침밥을 먹는 집은 아침식사, 그리고 저녁식사의 메뉴를 항시 고민한다. 제철에 나는 괜찮고 싼 재료로 무슨 국과 반찬을 할지 매 번 고민이다. 그러한 수고스러움의 결정체로 한 끼의 식사가 완성되고 가족들은 뚝딱 해치운다. 글 한 편을 뚝딱 읽어 내려가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출처: 블로그, 어쩌다 마주친 집밥 레시피

  두 번째로 '글'과 '식사'의 공통점은 준비를 해도 해도 금방 동이 난다는 것이다. 냉장고에 반찬을 사거나 해서 넣어두면 금방 동이 난다. 국을 끓여 한두 번 먹으면 냄비가 바닥을 드러낸다. 그러면 또 장을 봐와서 음식을 하거나 반찬을 사 와서 냉장고에 쟁여둔다. 며칠 안 지나서 냉장고가 또 텅 빈다. 사람이 먹고사는 이상, 이 행동을 무한 반복한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한 편의 글을 적어서 저장해 둔다. 그리고 하루하루 글을 발행한다. 금방 나의 글 저장 곳간이 동이 난다. 글을 써놓아도 매일 발행하면 또 저장 글이 없다.


  매일 글을 올리는 것이 좀 힘들기는 하다. 그래도 힘이 닿는 데까지는 열심히 글을 매일 올려보려고 노력 중이다. 정말 바빠서 글을 못 쓰면 못 올리는 날도 있을 것이다. 이 날은 반찬과 국이 없어서 라면을 끓여 먹는 날이다. 그렇게 라면으로 식사를 때우고 또 국을 끓이고 반찬을 하거나 사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그렇게 또 글을 써서 저장해 두고, 발행하기를 반복한다. 한 번 글을 안 올리기 시작하면 계속 안 올릴까 두려워 매일 어떻게든 글을 올리려 고군분투 중이다.


  세 번째로 '글'과 '식사'의 공통점은 시대에 따라 메뉴와 트렌드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글을 쓰고 밥을 먹으며 살아왔다. 조선시대에는 그 시대에 맞는 글을 썼다. 붓으로 한시, 시조 등을 적기도 하고, 그 시대를 풍자하는 홍길동전, 춘향전 등의 소설을 써서 사람들이 두루 읽었다. 그때는 고봉밥에 자기 밭에서 나는 채소로 만든 반찬과 국을 먹고, 고기는 특별한 날만 먹었을 것이다. 시대가 점점 변함에 따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의 종류도 달라졌고, 식사 메뉴도 서서히 변해간다.


  근대에 들어서는 특정 작가들의 글을 다수의 독자들이 종이책으로 읽었다. 장르의 구분이 지금처럼 세분화되어 있지는 않았다. 이때는 다들 외식보다는 집에서 식사를 많이 했다. 외식을 한다 하면 중국집이나 고깃집에 가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현대에 들어서는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작가가 무수히 많아졌다.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 블로그, 브런치 등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수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작품을 쏟아낸다. 지금은 먹거리도 많이 바뀌었다. 오만가지 음식점이 생겼고, 배달이 안 되는 음식이 없다.


출처: 블로그, 내 삶의 주인공

  이러한 현실 속에서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작가가 되겠다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세상이 변함에 따라 나의 글이 빛을 발하는 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필체를, 나의 생각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생겨나서 내 글을 퍼 날라 일파만파 퍼지면 나도 유명한 작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브런치를 꾸준히 유지하며 글을 모으면 나중에 뭔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생길 것이다.


  '글을 쓴다.'는 건 보이지 않는 내 생각을 글자라는 매개체로 표현하는 매력적인 활동이다. '글'과 '식사'의 공통점에 대하여 약간은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기도 하다. 평소에 든 생각의 조각들을 퍼즐 맞추듯이 깔끔하고 세련되게 표현하지는 못한 글 같다. 그저 이런 내용의 글을 적어보고 싶어서 주저리주저리 적어 보았다. 이 글을 주욱 읽고 공감해 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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