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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Oct 31. 2024

하루하루가 모여 내 삶이 된다.

모두가 아는 당연한 이 주제로 글을 한 편 쓰고 싶어서 자판을 두드린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삶은 계속된다.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냉동인간을 만들 수 있다면 삶이 잠시 정지되기도 할 것이다. 냉동인간을 만드는 캡슐 속에 들어가서 몇 년이 흐른 뒤 다시 깨어나면 삶이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의 삶은 매일매일의 연속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하루를 시작하여 씻고 아침밥을 먹고 일터에 가서 일하고, 집에 와서 아이들을 챙기고 집안일을 하고 잠이 들면 하루가 끝난다. 다음날 눈을 뜨면 하루가 또 시작된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나? 무엇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나? 무엇을 꿈꾸고 있나?


  결혼 전에는 하루가 온전히 나의 것이었다. 초등교사가 되어 어느 정도 학교생활이 적응된 후부터는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젊고 패기 넘치는 남교사였던 나는 먼 훗날 승진하여 교장선생님이 될 것을 꿈꾸며 이것저것 하였다. 교육청 다문화교육 관련 TF팀에 들어 다문화지원팀 일을 하였다. RCY라는 청소년단체의 임원직을 맡아 청소년단체에도 발을 담그고 있었다. 그때의 내 삶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런 일들로 나의 하루하루가 채워져 있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교육청에 다문화지원팀 출장을 갔다. 청소년단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매달 소집되는 임원단 회의에도 참석하였다. 저녁에는 각종 술자리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이렇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사회생활이다!'라고 스스로 착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엮어가다 보니, 정말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저녁에 각종 모임을 참석해야 하는 사람, 승진하기 위하여 다양한 활동을 하며 애쓰는 사람.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되었다. 그러면서 내 삶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내 삶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해야 할 일들로 내 삶의 하루하루가 채워지고 있다. 아이와 놀아주기, 집안일하기, 장보기, 운전하기 등. 한 때는 승진을 꿈꾸며 역할갈등을 겪고 살았으나, 지금은 하루를 살아감에 있어서 예전 승진을 바라보며 살던 나의 모습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젠 완전히 승진의 뜻을 접고, 가정에 충실한 남자로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밥을 차리고, 직장에 간다. 퇴근 후 둘째와 놀아주고, 집안일을 한다. 예전처럼 회식이나 모임은 일절 없다. 정말 가끔 모임이 있으면 참석하였다가 일찍 집에 들어온다. 하루하루 그렇게 살다 보니, 나는 이제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 되어있다. 이제는 모임에 참석하면서 뭇사람들을 만나는 일들이 어색하기도 하고, 조금 두렵기도 하다. 현재 나의 하루하루는 직장, 집을 오가며 지낼 뿐이다.


출처: 블로그, 브랜딩 책쓰기 코칭협회

  지금 나의 삶을 만족한다. 예전에 둘째가 많이 어릴 때는 엄마만을 찾고 아빠랑 있는 것을 싫어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둘째가 아빠랑 노는 것을 좋아한다. 아빠랑 놀 때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아빠가 져주니 좋은가 보다. 그렇게 하루하루 놀아주다 보니, 이제는 아빠가 없으면 허전해하며 나를 찾는다. 이렇게 된 것은 매일매일이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일 것이다. 둘째가 언제까지 아빠를 찾고 아빠랑 놀아달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둘째가 원할 때까지 해줄 생각이다. 나중에 많이 크면 또래 친구들과 놀며 아빠를 찾지 않을 때까지.


  나의 하루 중 매일 하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 운동은 할 시간이 없어서 정말 조금씩 한다. 매일 아침 씻기 전에 턱걸이, 집에서 시간 될 때 제자리 뛰기 및 팔 굽혀 펴기 50회 정도. 이것을 하루하루 빠짐없이 하면 나의 몸은 튼튼해진다. 근육이 가라앉지 않고 유지가 된다. 그러면 나의 삶은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삶이 된다. 하루하루 조금씩이라도 하는 운동이 쌓이고 쌓이면 나의 몸이 쇠퇴하지 않고 유지가 된다.


  매일 아침, 저녁 오디오북을 듣는다. 책을 읽고 싶은데, 읽을 시간이 없어서 오디오북이라도 듣는다. 아침에 그릇 정리를 하며 20분, 저녁에 설거지를 하며 30분 정도. 그리고 출퇴근 시 가끔 노래 말고 오디오북을 듣는다. 나의 집과 직장까지는 차로 10분 정도. 그렇게 매일 오디오북을 들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면 나는 오디오북을 듣는 삶을 사는 사람이 된다.


  매일 아침 글을 쓴다. 아직은 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히지는 않았지만 이른 아침 시간에 글을 쓰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글을 쓰다 보면, 나는 매일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정말 밥을 챙겨 먹듯이 아침에 일어나서 글을 쓰는 루틴을 내 몸에 새기고 싶다. 백일 넘게 지속하면 나의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을 계속 유지하면 나의 삶이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글을 쓰며 사는 사람이 된다.


  예전에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아침밥을 거르면 다시는 그 아침밥을 챙겨 먹을 수가 없다!"

  매일 하는 일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그것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맞다. 한 번 거르기 시작하면 두 번, 세 번은 거르기 쉽다. 내 몸과 정신은 계속 편안하고 안일함을 추구하기에. 그렇게 들쭉날쭉 하루하루를 살면 내 삶은 들쭉날쭉이 된다.


출처: 포토뉴스, news.naver.com

  학창 시절 도덕책에 나왔던 '칸트'라는 철학자가 갑자기 생각난다. 그 글의 제목은 '시계 철학자 칸트'였다. 칸트라는 철학자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산책을 나와서 동네 사람들은 칸트가 산책 나온 것을 보고 몇 시인지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때 그 글을 읽으면서 '참 인생 피곤하게 사네. 너무 융통성 없는 것 아니야?'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칸트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달라졌다. 아마 칸트는 그렇게 자신의 산책 시각까지 정확하게 통제하며, 하루하루를 살면서 자신의 삶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가지 않았을까?


  술을 좋아하기에 젊은 시절에는 흥청망청 술을 많이 마시고, 다음날 휘청거리며 하루를 보내기도 하였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면 나의 삶은 술 취한 삶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 맑은 정신으로 매일 글도 쓰고, 운동도 조금 하며 살고 싶다. 둘째가 놀아 달라고 하면 매일 놀아주며 살고 싶다. 그렇게 나의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내 삶을 엮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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