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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서띵나라 Nov 05. 2024

제11화 냄새나는 것들

<가을이면 피해 갈 수 없는...>


 퇴근하는 저녁 무렵에 사람들은 바삐

움직여 하나둘씩 차례대로 버스를 탔다. 이미 버스 안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타고 있었다. 내가 오르고 내 뒤로 어떤 중년의 머리가 희끗한 신사분이 탔다. 그러자 버스 기사는 나인지 신사인지 모를 누군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아!! 똥내!! 거기 아줌마 아저씨 발바닥 좀 봐요!!"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순간 너무 당황했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나에게 똥냄새가 난다는 말인가? 발바닥을 보라는 말에 신발밑에 들러붙어 있을 무언가의 정체 모를 것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버스 손잡이를 잡고 겨우 발바닥을 보려는데 보이질 않는다. 사람들은 나를 주시했고 어떤 아가씨는 심지어 나를 똥 싼 여자 취급하듯이 쳐다봤다. 20대 대학생 커플은 귀에 대고 수군거리며 남학생이 여학생의 코를 잡아주는 게 아닌가.. 이건 뭐지? 훅 짜증이 밀려왔다.

순간 나는 이 상황을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에

짜증 섞인 말투로 "대체 뭘 보라는 말이에요?"라고 대꾸했다. 그러자 버스 기사는 그제야 자신의 말투가 심했는지 조금은 수그러진 목소리로

"아니~~ 요즘 하도 은행들을 밟고 타시니깐요..

에구.. 아저씨가 밟고 오셨네..."라며 이미 운전석 옆자리에 빗자루로 내 뒤에 탄 신사는 자기 발로 끌고 온 은행을 무심히 발로 밀어냈다. 기사님은 버스 앞 문을 열어젖히고 그만 동그랗지만 터져버린 은행을 빗자루로 쓱 하고 바깥으로 털어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이 내가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었지만 이미 차 안의 은행냄새로 똥내 가득했다. 버스 창문을 내리고 기사양반은 "탈 때 조심해서 타세요~~~ 들.. 아주 골치예요.. 골치"라며

멋쩍은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그 후로 나는 은행나무 아래에 떨어진 은행을 밟지 않으려고 발끝을 모아 걷는다. 샛노랗게 잘 물든 은행잎과는 달리 은행이 몸에 좋고 살짝 구우면 맛도 있지만

그놈의 지독한 똥냄새에 진저리가 난다.

내 주위에도 은행처럼 일도 잘하고 똑똑하지만 남들과 소통할 줄 모르는 똥내 나는 인간들이 많다.

 몸에 좋은 은행 먹고 똥내 없이 향기 짙은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참!! 결국에 그 신사분은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버렸다. 누명을 벗어서 나는 다행이었지만...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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