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관계 속에서 변하는 우리
안녕하세요, 범진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저는 두 편의 긴 에세이를 연재했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다룬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그리고 인간적인 요소에 집중한 「AI를 알고 싶어서 인간을 배워요」.
두 글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큰 시야에서 조망하는 시도였습니다. AI는 인간의 특성을 닮아가고 있고, 우리는 그 모습 속에서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두 존재가 기계와 생명이라는 차이점은 존재하지만, 오히려 행동적 유사성에서 많은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동안 에세이에서 “AI 시대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왔다면, 이제는 한 발 더 깊이 들어가 인간이 AI로 인해서 어떻게 바꾸어 가는가라는 문제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ChatGPT가 등장한 지 벌써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인공지능 기술은 폭발적으로 발전했고, 사람들은 그것을 자신의 삶과 업무에 적용해 새로운 효용을 만들어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연구를 준비하는 이들은 조사 능력을 극대화했고, 창작자들은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어 자신만의 작품을 확장했습니다. 회사원들은 반복적 업무에서 벗어나 좀 더 중요한 의사결정에 시간을 쓰게 되었고, 학생들은 맞춤형 튜터를 통해 자기만의 학습 경로를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표면적으로 AI 사용은 업무 효율 단축이 장점입니다. AI가 대신 처리해 준 시간 덕분에 우리는 이전보다 더 몰입할 기회를 얻었고, 더 깊이 생각하거나 전혀 다른 활동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어떤 영역을 활성화하느냐와 직결됩니다. 그 과정에서 적응하는 뇌는 고정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뇌는 놀라울 정도로 가소적(plastic)이며, 활동의 전환에 따라 스스로를 재구성합니다.
예를 들어서, 언어를 담당하는 브로카 영역은 원래 언어를 위한 게 아니었습니다.
영장류 시절 이 부위는 도구 사용, 손동작, 제스처 같은 행동 계획을 담당하던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인류로 오면서 이 영역은 점차 말을 조합하고 문장을 만드는 능력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청각 피질도 단순히 소리를 구분하고 위험을 감지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지만, 인간에게서는 언어의 리듬과 의미, 심지어 음악적 패턴까지 처리하는 능력으로 바뀌었습니다. 뇌는 이렇게 기존 기능을 그대로 두지 않고, 끊임없이 회로를 다시 짜서 새로운 차원의 사고와 표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AI와의 상호작용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글쓰기를 위해 초안을 AI에게 맡길 때, 뇌는 더 이상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하는 데 자원을 쓰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디어를 평가하거나 서사의 구조를 점검하는 쪽으로 전환됩니다. 코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반복적인 문법 기억과 구현에서 벗어나, 설계적 사고와 논리적 추상화에 뇌의 에너지가 더 쓰입니다. 이처럼 AI는 우리의 뇌를 새로운 활동으로 재편성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재편성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단순히 편리해졌다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사고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반복적 작업이 줄어든 대신, 인간은 더 높은 수준의 판단, 해석, 창의성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기본적인 숙련 능력이 약화될 위험도 존재합니다. 마치 계산기를 사용하면서 암산 능력이 줄어드는 것처럼,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인간 뇌의 일부 기능은 ‘퇴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을 단순한 퇴화로만 보지 않습니다. 인간과 AI가 유사하기에, 어떤 부분에서는 중복과 잉여가 발생하고, 또 다른 부분에서는 시너지가 창출됩니다.
이 두 축이 얽히며 새로운 인지 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죠.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뇌의 적응’이자 동시에 ‘인류 사고방식의 변환’입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좀 더 구체적으로 관찰해 보려 합니다. 인간이 어떤 AI 도구를 사용하고, 그 결과 어떤 인지적·정서적 요소에 영향을 받는지를 사례 중심으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ChatGPT, 심층 리서치, Gemini, 미드저니, Runway 등 이미 우리 일상 속에 들어온 기술들을 통해, 인간의 뇌가 어떻게 적응하고 사고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는지 탐구하겠습니다.
저는 연구자로서, 동시에 인간을 깊이 관찰하는 시선으로 이 글을 씁니다. 단순히 AI의 기능을 설명하기보다는, 인간과 AI가 서로를 비추며 성장하는 장면을 살피려 합니다.
지금까지 AI가 발전하면서 다음과 같은 AI 기술은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었습니다.
GPT-3, ChatGPT, Search, 심층 리서치, Claude, Gemini
DeepBlue, AlphaGo, AlphaZero, AlphaGeometry
AlphaFold, Galactica, SciPhi, Elicit & Perplexity
Image Generator, 미드저니, Runway, Stable Diffusion, DALL·E
MusicAI, Jukebox, AudioLM, Whisper
자율주행, Robots
우리는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을까요?
인간과 AI 관계의 비밀을 풀어 봅니다.
앞으로 이 연재는 Science Vibe가 아닌 제 이름, 범진으로 매주 수요일 마다 이어갑니다.
감사합니다.
범진.
Illustrated by Alice Eg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