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에 무감각해진 인류
지난 글에서 AI 이미지로 상상력을 더 키우는 방법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글에서는 생성된 이미지가 인간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진짜 같은 "가짜"가 만들어져서 생기는 인간의 인식은 어떨까?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점점 더 사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만든 그림이나 사진을 보면 금세 티를 알아챘다. 눈동자의 초점이 어긋난다든지, 손가락이 기묘하게 늘어나 있다든지, 혹은 배경의 질감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는 순간 어색함이 드러났다. 하지만 오늘날의 생성 모델은 이런 약점을 거의 극복했다. 빛의 방향, 피부의 세밀한 결, 머리카락 한 올이 떨어지는 움직임까지 정교하게 표현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이 정교함이 한순간의 기술적 성취에 그치지 않고 학습을 거듭하며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가 그림을 배우며 점차 선과 색을 자유롭게 다루는 것처럼, AI 역시 반복 학습 속에서 교정하고, 현실을 모방하는 능력을 끌어올린다.
더욱이 이 사진들은 이제 영상으로도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 정지된 장면을 넘어 움직임과 음향까지 덧입혀지면, 보는 이들은 더욱 강하게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갈수록 AI가 생성하는 이미지와 영상의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그 정교함은 계속해서 고도화되고 있다.
이러한 장면을 마주했을 때, 과거라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영화를 실사화로 만들고 있구나. 곧 개봉하겠네.”
그러나 AI로 인해서 가짜 뉴스의 이미지가 많아지게 된다면, 그러한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사그라든다.
결과적으로 이미지를 근거로 현실을 연결하는 일은 줄어든다. 인터넷의 이미지가 현실의 그림자였던 시대가 끝났다. 인간은 더 이상 “인터넷 이미지를 현실에 연결”하지 않고, 단지 “이미지 그 자체가 주는 감각”에 머무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딥페이크(DeepFake)다. 몇 년 전만 해도 가짜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 세상을 뒤흔들 것처럼 주목받았다.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얼굴이 합성된 영상이 공개되면 언론은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물었고, 사람들은 사회적 혼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술렁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여전히 딥페이크 기술은 존재하고, 오히려 더 정교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관심은 크게 줄어들었다. 가짜 영상이 새삼스러운 충격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 이 기술이 현실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이제는 놀라거나 분노하기보다 그저 하나의 문화적 풍경으로 흘려보낸다.
이 변화는 의미심장하다. 진짜 같은 가짜가 주는 충격은 일시적이었을 뿐, 시간이 흐르자 인간은 그것에 익숙해졌다. 오히려 중요한 건 영상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보는 순간 어떤 감각과 흥미를 주는가가 되었다.
물론 법적인 문제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원인과 결과의 명확한 연결이 필수적이다.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누가 행위 주체였는지,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를 가려내는 것은 사회 질서의 기반이기에 결코 무시될 수 없다. 법정에서는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 기준이 되고, 정치적 판단 역시 실제 사건에 대한 증거와 기록 위에서 작동한다.
그러나 문화적이고 대중적인 소식들, 특히 예술과 오락의 영역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곳에서는 사실관계가 아니라 개인이 어떻게 감흥을 받았는가가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어떤 이미지나 영상이 실제인지 여부보다, 그것이 보는 이에게 설렘, 즐거움, 신기함, 혹은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는지가 핵심이다.
하나는 여전히 책임을 묻고 규칙을 유지하기 위해 사실성을 요구하는 층위이고, 다른 하나는 사실보다 감흥을 우선하며 경험의 질에 집중하는 층위다. 사회는 이중 구조로 나뉘어, 같은 이미지라도 보는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고 소비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앞으로 점점 더 사실에서 감흥으로 이동하는 경험을 일상적으로 누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미지의 진위 여부가 아닌 ‘현재의 감각’이 중심이 되는 흐름이 이미 시작되었고, 이는 AI 이미지 시대의 새로운 문화적 문법이 되어가고 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AI로 인해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이미지를 근거로 사실을 추론하기 어렵고, 대신 그 이미지가 불러일으키는 감흥 속에 머문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기술적 진보의 결과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방식 자체에 변화를 요구한다.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사실로 받아들일지, 또 무엇을 감흥으로 경험할지 선택해야 한다. 이 변화를 좀 더 신중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