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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앤트 Nov 30. 2023

기본기의 단계

반짝임

기본을 중시하는 만큼 체계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한다.


나는 기본기 마스터다. 기본기를 다 뗐다. 기본기를 다 익혔다. 스스로 이렇게 이야기하는 유형들은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실행의 단계에 머물러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과도기인 것이다.

폭넓은 카테고리인 기본기에 대해서 다뤄 보겠다. 모두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얘기를 하지만 기본기의 영역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정확하게 짚어내기에는 참 난감할 것이다.


영역으로 접근하기보다 성장 단계로 나눠본다.


첫 번째. 기본기를 인식하는 단계

대다수가 기본기를 중요하다고 여기니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어떻게 해야 기본기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며 검색해 보는 등의 접근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 실행의 단계

기본기에 좋다고 하는 장르나 소재, 재료를 골라서 그려보는 단계다. 기본기를 익히기에는 소묘가 좋고, 소재로는 기초 도형과 석고상을 그려 봐야 한다는 등의 널리 알려진 특정 루트를 실행해 보게 된다.


세 번째.  확장의 단계

기본기에 대한 영역을 재정립하는 기간이다. 장르와 소재 등이 작은 카테고리로 느껴질 정도로, 기본기는 생각보다 더 포괄적인 범위임을 느끼게 되는 단계다. 이해도라는 단서에 접근하게 되며 그동안 해온 장르와 소재는 체험 형식으로 느껴지게 된다. 체험도 이해도가 일부 포함된 행위지만, 인식과 집중이 동반되지 않으면 효율은 떨어지고 개발되기 어렵다.


확장의 단계를 통하여 기본기에 대한 이해도를 향상해야 한다.


김앤트, 시범 프로세스, 27.2x37.2cm, 도화지에 연필, 2018


같은 장르, 소재, 재료로 그려도 그림마다 더 나은 장점들을 파악해 볼 수 있다. 이 요소들을 크게 보면 구성, 형태, 색감 등의 처리방식이 되며 비교를 통해 더 탄탄한 기본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스타일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 화려하고 능숙하며 돋보이는 등의 말로 형용하기 힘든 다양한 시각 표현들이 특유의 감성으로 다가오게 된다. 감성의 뿌리를 쫓아 깊게 파고 들어가 보면 표현 중심이 아닌 경우가 많다. 장르, 소재, 재료를 해석하는 능력에 있어서 이해도가 뛰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하게 특이한 표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도가 한 가지 이론에 적용되어 극대화된 부분이 스타일이라 칭할 수 있다.

 

스타일까지도 기본기 영역이다.  


일반적으로 기본기 영역을 장르나 소재로 규정짓지 않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기본기를 거쳐 가는 단계처럼 여기는 경우는 이해도 영역에 접근하기 전 초입 부분인 실행의 단계에 머물러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그림을 배울 때는 기본기 집중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 배워야, 제대로 된 스타일까지 연결해 나가기 용이하다.  

기본기를 익힌 다음에 응용 하며 나만의 그림을 그려야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는 개념이 정론처럼 퍼져있다. 이 개념과 본 글의 내용은 크게 충돌한다. 그렇기에 그림을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내용이 혼란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기본기의 핵심 키워드는 그동안 이 책에서 많이 다뤘던 그림에 관한 이해도다. 한 가지 방향이 아닌 다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이해도 해석의 길을 넓힌다. 해석은 실용성을 중심으로 계획으로 연결돼야 하며 숙련도가 뒷받침된 표현력 또한 갖추어야 한다.


림을 잘 그릴 수 있는 체계는 이해도의 영역부터 시작된다.

 

특히 초반에는 쉽게 판단하고 단정 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가지 루트를 충분히 체험해 본 후 결론을 내린 부분들도 다시 돌아보며 수정해 나가야 한다. 

런 경험들이 모여서 이해도전체적으로 상승한다.  장르와 상관없이 그림이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모두 적용되는 얘기다. 트렌드를 쫓고 스타일을 적용하는 것은 이 이후 과정에 적합하다. 이 루트는 다양한 장르 확장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검증된 길이다.

디테일은 복잡하기에 간단하게 정의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단락을 크게 나눠보면 이 내용과 같은 배열의 개념이다.


김앤트, 시범 프로세스, 27.2x37.2cm, 도화지에 연필, 2018

성장 과정에서 굉장히 편협했다. 만화로 그림을 시작했을 때는 알아보기 힘든 현대 미술을 낙서나 사기처럼 여겼다. 소묘를 했을 때는 이것만이 진정한 기본기라 생각했다. 면의 개념을 알고부터 선으로 표현하는 그림들은 깨달음이 적어 보였다. 물감을 다루면서는 건식 재료들이 가벼워 보였고, 디지털을 시작하고 수작업이 비효율적이라 느꼈다. 디자인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더 진보된 미술이라 느끼기도 했다. 타투를 익히게 되고 현장감에, 혼자 그리는 그림들은 편하고 어렵지 않은 작업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소묘를 하니까 아직도 생각만큼 제어가 안 되고 적용이 안 됨을 느꼈다. 일러스트를 한 장 그리려고 해도 구성을 짜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고, 그렇게 다시 장르와 재료를 몇 바퀴 돌았을 때쯤 확연하게 알게 되었다.

장르와 재료의 우월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술 자체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야 한다.


생각과 체감의 차이는 몸에 새겨지는 깊이가 다르다.


하나하나 다시 재정립을 해가며 이해도를 높여 주었을 때 기본기의 영역을 완성해 나갈 수 있다. 편협한 시각으로 단정 짓게 되는 순간부터 이해도는 낮게 설정되고 기본기는 부족해진다.

기본기를 작은 범위에 가두기보다 전체 범위로 넓혀서 이해도 개념을 잡아 나가게 되면 대기만성형의 성장 곡선을 반드시 만들 수 있다.


잠깐은 누구나 반짝일 수 있다. 오래 반짝일 수 있는 동력을 찾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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