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어긋접목에 관한 보고
관이 내게 하려고 하는 것들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관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관은 언제나 열려 있다. 어떤 때엔 활짝, 어떤 때엔 빛만 간신히 들어올 만큼 약간, 벌려져, 퀴퀴한, 쥐의 혀 같은, 숲의 변 같은, 인간의 가장 안쪽 같은 냄새를 풍기며, 어떤 옛말을, 욕지거리를, 찬 숨을, 송가를 뱉으며, 뿜으며, 흐르며, 꺼지며, 깨지며, 흐드러지며, 치근거리며 나의 곁에 있다.
관을 있는 힘껏 끌어안으면 나 볼 수 있다. 관의 세계다. 처음에는 그저 먹지처럼 보일 뿐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지.
그것은 우글거리는 논밭이다.
나는 이따금 들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거기 빠져서 낱알들 쪼아 먹고 속 곯은 우렁이들 골라내고 싶다고 말한다.
관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나 그 속으로 흘러들어가길 허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관은 열려 있다. 어떤 때엔 활짝. 어떤 때엔 간신히.
어떤 때엔 나의 모양으로 정확히.
내가 관에 하려고 하는 것들을 이해할 수 없다.
관이 나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쾌청하고 추운 어느 날. 나와 관은 호수공원의 어느 벤치에 앉아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낙엽을 보았다. 곱아 가는 그의 손가락 보면서 나는 중얼거렸지.
"물이랑 맞닿아 있음에도 말라 가고 있구나 저것은. 물의 반대로구나. 영원히 물의 반대로구나."
나는 낙엽의 운동을 본다. 그것은 정적이다. 그것은 격렬하고 필사적이다. 나는 그가 물을 사랑한다고 여긴다.
관은 나의 말에 동조하지 않는다. 그는 낙엽을 보지 않고 있다. 그는 호수의 너비가 얼마인지, 수심 얼마나 깊은지 훑으려는 것처럼 물가를 멀리 내다보고 있다.
나는 관의 노래를 듣는다. 그를 따라 부른다. 나의 언어는 관의 언어와 달라서, 관에게는 아름다운 발음의 낱말이 내 경우엔 그렇지 않아서, 나의 노래는 울퉁불퉁하다.
낙엽은 이따금 물살에 밀려 수변까지 밀려갔다가 되돌아온다. 나는 낙엽이 낙엽의 몸으로부터 쏟아지려 하는 것을 본다.
울퉁불퉁한 것이 내게서 계속 쏟아지고 있다 와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