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취업 이민 신청을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의 이야기
고용주 없이 외국인 스스로 독립 지원이 가능한 취업 영주권은 EB-1A 그리고 NIW 기반 EB-2가 있다.
몇몇 변호사들의 회신을 종합해 보자면, 나는 EB-1A에는 조금 모자란 감이 있고 NIW 기반 EB-2는 노려 볼만했다.
다만 몇 가지 이유로 내 NIW를 준비해 지원하게 되지는 않았다.
아내 써니와 종종 과연 언제까지 미국에 살고 싶은 지 이야기를 나눈다. 써니와 나 모두 성인이 된 후 한국 미국 양국에서 어느 정도의 사회생활을 해 보았기에 직접 경험해 본 양국의 장단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아직 우리는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적어도 10년 동안은 미국에서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정도는 확실히 동의할 수 있다. 물론 거기서 5년이 더 지난 후에는 과연 어디에 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외국인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국에 거주하려 할 경우 여러 모로 영주권을 취득함이 훨씬 이득임에 틀림이 없고, 그래서 우리는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영주권 신청에 도전했다.
영주권을 소유한 외국인은 한 국가에 거의 조건 없이 거의 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보통의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비이민' 비자(nonimmigrant visa)를 소지한 외국인들은 비자 발급 조건이 무효해지면 동시에 체제 신분이 소멸된다. 다행히 미 이민국(USCIS)이 짧은 유예 기간(grace period)을 주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해 주지만, 한 일자리를 잃은 후의 60일에서 90일의 이 짧은 기간이 지나면 즉시 미국을 떠나야 한다. 따라서, 비이민 비자를 가지고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지금 같은 폭풍 구조조정의 시기가 찾아오면 언제든 삶의 터전을 떠나게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위협 때문에 불안감에 휩싸이게끔 된다. 우리 부부는 앞으로 10년간 성실하게 일할 계획이지만, 언제 어떻게 불의의 사고가 닥쳐 타의로 일자리를 잃게 될지는 모른다. 굴지의 빅테크 기업들이 이렇게 직원들을 쳐 내게 될지 2021년에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래서 우리는 현재의 스트레스성 위장병과 미래의 안정을 등가교환하기로 결심했다.
경제 호황기라면 영주권을 취득하는 과정이 꼭 위장병과 탈모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기업들은 일 잘하는, 즉 받는 월급보다 많은 부가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직원을 오랫동안 붙들어 놓고 있기를 원하고, 그래서 웬만해선 외국인 직원들에게 영주권을 발급해 줘 회사에 묶어두려 한다. 보통 (1) 학부 이상의 학위를 가지고 (2) 미국의 테크 기업에서 (3) 전일(full-time) 신분으로 해당 직책에 적절한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전일 직원은 회사의 지원을 받아 영주권을 신청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성공적으로 영주권을 발급받는다. 그 과정이 다수의 미 정부 기관을 상대로 해야 하는 일이라 어느 정도의 인내심을 요구하긴 하지만. 아! 아래에 간단히 설명하게 되지만, 평상시에도 인도인 친구들에게는 미국 영주권을 받기란 대단히 살 빠지고 머리 빠지는 일이다.
대한민국 국적자인 성인이 취득할 수 있는 미국 영주권은 크게 가족 우대(Family preference, F) / 취업 기반 (Employment-based, EB)으로 나눌 수 있겠다. F 영주권은 말 그대로 미국 영주권자와 시민권자의 가족을 위한 영주권 신청을 뜻하고, 애석하게도 우리 가족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EB 영주권은 나와 써니같이 직업을 찾아 미국에 오는 외국인들이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이고, 보통의 미국 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영주권이 바로 이 영주권이다.
EB 영주권의 문은 아쉽게도 그렇게 넓지는 않다. EB 영주권의 수효는 매년 140,000개로 한정되는데, 이 14만 개의 쿼터(quota)는 또 5개의 세부 카테고리로 나뉜다. 여기에 더해 영주권 전체의 쿼터는 한 국가 출신 이민자가 너무 늘어나지 않도록 출신국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된다. 이 국가별 쿼터는 1990년에 미 의회가 제정된 법령해 의해 적용되게 되었는데, 인도와 중국으로 대표되는 주류 이민자들에 비해 쪽수가 부족한 대한민국 출신 이민자들에게는 매우 다행인 방침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제한된 영주권 숫자로 인해 내가 일정 기준을 충족했다고 하여 원할 때 아무 때나 영주권에 지원할 수는 없고, 보통은 접수 준비를 먼저 마치고 문호(門戶)를 확인해야 한다. 매 달 카테고리마다 이 문호가 달라지므로, 어떤 카테고리로 접수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한참 대기를 해야 할 수도, 아니면 바로바로 지원서를 넣을 수도 있게 된다.
꽤나 시적으로 들리는 '문호가 열렸다'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영주권으로 향하는 문이 열려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이민 카테고리의 문호가 열림은 현재 해당 카테고리에 지원자가 충분히 몰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오는 대로 접수를 받아 주는 상황을 뜻한다. 반대로 '문호가 닫혀 있다'라는 표현은 일단 쿼터가 소진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문을 활짝 열고 모두를 환영하는 상황은 아니긴 한데, 앞에 질서 정연히 줄을 서 기다리면 일단 줄에서 앞에 있는 사람들은 선택적으로 들여보내겠다 -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각 영주권 카테고리의 문호가 열렸는지 닫혔는지는 매우 감사하게도 미국 국무부(US Department of State, DOS)에서 Visa Bulletin이라는 페이지에 매 달 알려주는데, 취업 기반 영주권 제목 아래 'A. Final Action Dates' 표를 보면 된다. 여담이지만, US DOS는 Visa Bulletin에 밑밥을 잘 깔아 두기 때문에, 이를 잘 읽어 보면 다음 달 어떤 카테고리의 문호가 어떻게 바뀔 것 같다는 눈치도 대강 챌 수 있다.
C 기호는 현재 해당 카테고리의 문호가 열려 있음을 뜻하며, C 기호 대신 날짜가 적혀 있는 카테고리는 현재 문호가 닫혀 있는 카테고리를 뜻한다. 여기 적힌 날짜는 승인 가능일(또는 최종 행동 일자, Final Action Date)이라는 날짜인데, 해당 카테고리에 지원한 사람을 선착순으로 심사하는 데 있어 기준으로 삼을 날짜를 뜻한다. 일단 문호가 닫혀 있는 카테고리에 지원한 사람들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우선 일자(priority date)를 기준으로 줄을 서게 되고, 이 날짜를 기준으로 삼아 이보다 앞에 서 있는 사람만 선택적으로 심사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Visa bulletin은 복잡하게시리 Final Action Date 말고도 접수 가능일(Dates for Filing)이라는 날짜도 함께 발표해 주는데, 이론적이라면 Dates for Filing보다 빠른 priority date를 가진 지원자는 승인에 상관없이 서류 접수가 가능해야 하지만, 현재는 Final Action Date 기준으로 서류를 받아준다고 한다.
EB 영주권 신청 과정은 두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외국인 노동자 이민 청원(Immigrant Petition for Alien Workers, I-140) 준비 및 접수 과정이 있고, 그 후에 신분 전환 (Adjustment of Status, AOS, I-485) 또는 이민 비자 발급을 위한 대사관 처리(Consular Processing) 과정 이 진행된다. I-140이 미국 노동부(Department of Labor, DOL)와 USCIS가 이 외국인에게 취업 이민을 허용해도 좋을지 판단하는 과정이고, I-485/CP는 이제 본격적으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쥐어 주는 과정이다. AOS는 이미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을 위한 과정이고, CP는 외국에 거주하고 있어 여권에 이민 비자(immigration visa)를 발급받아 입국하고자 하는 외국인을 위한 과정이다.
Priority date는 I-140의 승인이 완료되면 그제서야 발급되어 신청자가 영주권 줄에 설 수 있는 순서를 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비자 카테고리의 문호가 열려 있는 특별한 경우, I-485는 I-140과 동시에 접수(concurrent filing)가 가능하다. 이는 I-140과 I-485를 다루는 부서가 모두 USCIS이기 때문인데, CP의 경우 DOS에서 담당하는 절차이기에 무조건 I-140이 승인된 후에 진행할 수 있다. 어쨌거나 문호가 닫혀 있는 보통의 경우에는 I-140을 이용해 영주권 접수가 가능하다는 승인을 받은 후 비자 카테고리의 문호가 열릴 때까지 대기하게 되고, Final Action Date가 본인의 priority date보다 더 뒤로 오면 그때 신청서를 접수하게 된다.
설명을 계속하다 보니 꼭 이민 공사의 홍보 블로그처럼 되어 버린 감이 있다. 너무 길어지는 감이 있지만, 기왕 설명을 시작한 김에 계속 적어보련다.
위 Visa Bulletin 표에서 한 번 보셨겠지만, EB 영주권은 EB-1부터 EB-5까지 나뉜다. 각각 카테고리에 '순위(preference)'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이는 각 카테고리에 할당된 인원의 비중이 카테고리 1부터 5까지 내림차순으로 할당되기 때문이다. 이 중 EB-4는 종교인과 국제기구 종사자 등을 위한 카테고리이고, EB-5는 투자이민을 위한 카테고리라 일반인이 노릴만한 영주권 카테고리는 아니다. 따라서 보통 취업 이민자는 EB-1, -2, -3을 노린다.
USCIS에 따르면 EB-1, -2, -3 영주권이 각각 요구하는 지원자의 조건은 조금씩 다르다. 먼저 EB-1은 현저히 우수한 능력(of extraordinary ability)을 가진 자, 뛰어난 교수 또는 연구자(outstanding professor or researcher), 또는 미국계 회사의 중역(multinational executive or manager)을 위한 카테고리라 서술되어 있다. EB-2는 고등교육과정 수준이 요구되는 고도의 전문직 종사자(a member of the professions holding an advanced degree or its equivalent) 또는 과학, 예술, 사업분야에서 상당한 능력을 보인 자(a person who has exceptional ability)를 위해 제공된다. 마지막으로 EB-3은 학사학위가 요구되는 직종에 근무하는 자(persons whose job requires at least a U.S. baccalaureate or foreign equivalent degree and are a member of the professions, 또는 professionals), 2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숙련공 (persons whose jobs require a minimum of 2 years training or experience, not of a temporary or seasonal nature, 또는 skilled workers), 그리고 예외적인 경우로 2년 이하 경력의 직공(persons performing unskilled labor requiring less than 2 years training or experience, 또는 other workers)에게 할당되는 카테고리라 USCIS는 설명한다. 테크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대부분은 각자의 학력과 경력 기간, 그리고 현재의 영주권 문호를 고려하여 EB-2와 EB-3을 저울질해 보고 알맞은 영주권 신청에 나선다.
EB 비자는 이름이 취업 기반인 만큼 미국 내 기업의 고용 의사의 제출을 요구하는데, 이 고용 의사를 면제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존재한다. 하나는 EB-1A(Person of extraordinary ability) 카테고리를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익 면제(National Interest Waiver, NIW) 조항을 이용해 EB-2를 신청하며 영구 고용 승인(Permanent Labor Certificaion, PERM LC)을 면제받는 방법이다. EB-1A는 보통은 국제적인 상(올림픽 메달, 퓰리쳐, 오스카, 노벨상 등등)의 수상자라면 무조건적으로 고려해 준다고 USICS는 말하고 있는데, 이 외에도 USCIS가 제시하는 10개의 조건 중 3개 이상의 조건을 만족시키면 이 또한 고려가 가능하다고 한다. NIW는 USCIS에서 '명시적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다(the endeavors that qualify for a national interest waiver are not defined by statute)'고 공표해 두었는데, 대신 내부적으로 3가지 기준을 고려해 이를 충족하는 사람에게 부여한다고 되어 있다.
고용 의사 없이 독립(self-sponsored) 영주권 신청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난관은 USCIS에서 말하는 EB-1A과 NIW의 기준들이 다분히 정성적이며, 이 기준들이 시대에 따라 주관적이고 유연하게 적용된다는 데 있다. EB-1A와 NIW 기반 EB-2의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따라서 보통은 문호가 열려 있어 바로 영주권에 지원할 수 있는) EB-1A를 노리면 된다. 가장 확실하게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상을 수상한 사람이라면 별 고민 없이 EB-1A를 바로 노리면 되겠다. 다만, 과연 그런 상을 받는 비 미국인이 한 해 몇 명이나 될까? 일단 국제적인 상 수상 이외에 USCIS가 제시하는 EB-1A 조건은 다음과 같다.
국내외 수상 경력 (Evidence of receipt of lesser nationally or internationally recognized prizes or awards for excellence)
전문 분야 협회의 회원 자격 증명 (Evidence of your membership in associations in the field which demand outstanding achievement of their members)
학술지나 해당 분야의 업계 전문지, 또는 주요 미디어에 소개된 증거 (Evidence of published material about you in professional or major trade publications or other major media)
타인의 업적을 심사한 경험 (Evidence that you have been asked to judge the work of others, either individually or on a panel)
과학/학문/예술/스포츠/경영 분야에 독창적인 공헌을 한 증거 (Evidence of your original scientific, scholarly, artistic, athletic, or business-related contributions of major significance to the field)
주요 전문지나 주요 미디어에 학술적인 학술적인 연구 논문 또는 기사를 기고한 증거 (Evidence of your authorship of scholarly articles in professional or major trade publications or other major media)
전시회 이력 (Evidence that your work has been displayed at artistic exhibitions or showcases)
단체에서 주요한 직책을 맡았던 증거 (Evidence of your performance of a leading or critical role in distinguished organizations)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 또는 보수 (Evidence that you command a high salary or other significantly high remuneration in relation to others in the field)
상업적인 성공의 증거 (Evidence of your commercial successes in the performing arts)
그나마 다양한 근거를 제시한 EB-1A에 비해 NIW는 한 술 더 떠 어떤 분야에서 본인들이 이야기하는 '국익'인지도 명시하지 않은 채, 다만 내부적으로 아래의 세 가지 기준을 사용하여 신청자를 고려한다고만 이야기하고 있다.
신청자의 종사 분야가 가치 있는 분야여야 하며 국가적으로 중요해야 함. (The proposed endeavor has both substantial merit and national importance.)
신청자의 배경이 해당 종사 분야에 기여할 것이 명확해야 함. (You are well positioned to advance the proposed endeavor.)
신청자에게 노동 승인을 면제해 주는 과정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어야 함. (On balance, it would be beneficial to the United States to waive the requirements of a job offer, and thus the labor certification.)
설명만 읽어 보면 (그 귀여움이 국제적인 레벨인) 우리 동네 웰시코기 조나단도 NIW에 신청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내 박사과정 지도교수님도 선정이 어려울 수 도 있을 것만 같다! 최근 여러 번의 법률 개정을 거쳐 상당히 많은 부분이 구체화되기는 했는데, 세 가지 요건 검사(three-prong test)등의 좀 더 구체적인 기준, 특히 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분야(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STEM) 종사자에게 적용되는 기준들이 명문화되고 있으니 한 번쯤 확인해 보시는 게 좋긴 하겠다. 어쨌건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든 기준들은 대단히 정성적으로 기록되어 있기에,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 규정집만 보고 본인의 지원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 같은 어려움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잘 알려진 이민 변호팀에 이력서를 보내 무료 상담을 받아 보는 방법이다. 다행히도 USCIS에서는 다른 미국 정부 기관과 같이 기본적으로 판례를 이용해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충분히 빅 데이터가 쌓인 대형 이민 로펌은 이력서를 훑어보는 것 만으로 한 신청자의 NIW 취득 확률을 평가해 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최근의 트렌드를 알아보고자 하는 노력도 어느 정도 요구된다. 물론 이민으로 밥 먹고 사시는 변호사님들께서 어련히 잘 아시겠냐만은, 그런 뛰어난 이민 변호사 여럿을 최근에 상대해 본 수백 명의 사람들이 더 양질의, 최신의 빅데이터를 제공해 줄 테니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뉴스에 워낙 자주 나와 한국에 계시는 분들도 익히 잘 아시겠지만, 미국 대통령의 행정 명령(Executive Order)이 이민법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NIW와 EB-1A의 적용 기준은 기본적으로 판례에 기반하다고 하더라도, 경제 상황과 미국 정부의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해 거의 매 달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물론 USCIS의 규정집이 최신 법률에 기반한 가이드라인을 잘 제시하고 있기는 한데, 상술했듯이 여전히 대단히 정성적인 기준들이 제시되고 있으므로 개개인이 판단을 내리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어딘가의 누군가가 이런 트렌드를 잘 정리해서 공유해 주면 좋을 텐데, 아쉽지만 아무래도 민감한 개인 정보가 드러날 소지가 있어서인지 공개된 웹 상에서는 EB-1A / NIW 합격자들의 이력에 대한 실시간 통계 자료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보통은 텔**램이나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이용해 익명으로 알음알음 정보를 교환하는 듯하고, 빅 테크 회사에는 내부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정보들을 교환하곤 하는 것 같다.
내가 소속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사정에 능통한 한 선배님께서 공유해 주신 정보에 따르자면, 요즘(2023년 5월) NIW는 본인의 미국 취업 가능성에 대한 증명(취업 제안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뷰를 보고 있는 증거라던가, 이직 제안을 받은 증거라던가를 뜻한다고 한다)도 요구하는 듯 하니 참고가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최근 총 3개의 이민 로펌과 EB-1A / NIW 상담을 받았고, 모든 로펌으로부터 NIW는 높은 확률로 승인될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첫 상담은 2021년 9월에 이뤄진 한국의 한 이민공사를 통해 받은 상담이며, 두 번째 / 세 번째 상담은 모두 미국으로 자리를 옮긴 후인 2023년 1월에 미국의 이민 로펌을 통해 받았다. 아무래도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그리고 최근까지 연구직에 종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연구 실적이 존재하고, 그 연구 실적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나쁘지 않은 평가를 해 주신 것 같다. 고맙게도 연구 분야 또한 요즘 미국이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도체 관련 분야였기 때문에 못나지 않게 평가해 주신 것이 아닐까? 세 번째 상담을 드렸던 미국에 계시는 유명 한국계 로펌의 경우, 승인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EB-1A 또한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씀해 주시기는 했다. 변호사님께서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시지는 않으셨지만, 생각하기로는 수상 경험이 없고 "타인의 업적을 심사한 경험" 분야의 실적이 모자라 높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지 않았나 한다.
뜬금없이 미국에서 다시 영주권 상담을 받은 이유는 이때 아내 써니의 PERM이 DOL로부터 거절되었었기 때문이다. 써니의 PERM은 2022년 4월에 접수되어 약 9개월 동안 대기 중인 상태였는데, 2023년 새해가 되어 갑자기 '직책에 필요한 지원자의 최소 경력이 기입되지 않았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 우리에게 한 쪼가리 거절 통보로 돌아왔다. 보통은 추가 제출 서류로 해당 경력 요구 사항을 갈음해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이번에도 같은 절차로 신청서를 접수하였기에 로펌 BAL에게도 상당히 의아한 거절 통보였다고 한다. BAL은 써니를 위해 재검토 요구(reconsideration request)를 신청해 주었지만, 재검토시 승인 확률이 극악히 낮다고 알려져 있어 우리는 잠시 절망에 빠졌다.
본래 나는 취업(H-1B) 비자 소유자의 승인된 I-140에 함께 부여되는 배우자(H-4) 취업 허가(Employment Authorization)를 받아 구직 활동에 임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써니의 I-140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년 같으면 2022년 중 PERM이 승인되었어야 하고, 내가 미국에 도착하기 전에 충분히 I-140을 접수해 승인받을 수 있을 만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써니의 PERM이 거절되는 바람에 빠른 시일 내에 I-140를 받고 나의 취업 허가를 신청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써니 또한 빠른 시일 내에 영주권을 발급받아 마음 편히 미국에 거주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겨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잠시 내가 직접 self-sponsored 영주권을 신청해 받는 선택지를 진지하게 고려하게 되었다. 내가 이미 미국에 합법적인 신분으로 입국해 있었기 때문에 내 모든 일정과 병행하여 NIW를 준비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에 서술한 바 있지만, 2021년 하반기에는 만약 영주권의 수속이 늦어지면 미국 합류가 무한히 늦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영주권 신청을 접은 바 있다. 이 시기에는 나는 이미 미국에 입국해 한창 대학원 입학 지원서를 마무리하고 있었고,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앞으로 1년에서 2년 동안은 학생(F-1) 신분을 가지고 미국에 있을 계획이었기에 미국 내에서 영주권 과정을 진행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내 NIW를 준비하려고 오만 폼을 다 잡던 중, 우리는 써니 또한 충분히 NIW에 도전해 볼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써니는 대학원 시절 꽤 이른 시기에 취업을 결정했기에, 아쉽게도 저 연차에 열심히 준비했던 논문들을 제외하면 준비하고 있거나 게재를 앞두고 있던 논문은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본인은 NIW 지원을 조금은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쑈니의 연구 분야인 통계학 분야 학술지들은 나의 분야와는 다르게 평균적 1년 이상의 논문 심사 기간을 자랑하기 때문에, 지금 와서 논문을 열심히 준비해 투고해 보았자 적어도 수년은 기다려야 논문이 게재될 가능성이 생긴다. 게다가 NIW에 대략 100회의 논문 인용 횟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을 때, 빠른 시일 내에 그만큼의 논문 인용 횟수를 채워 NIW에 지원하기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 번 확인이나 해 보자 하는 심정으로 써니는 태어나 처음으로 구글 스콜라(Google Scholar) 프로필을 만들어 보았는데, 이렇게 한 번 모아 확인해 보니 써니의 논문 총 인용 횟수는 이미 90회를 넘어서고 있었다!
써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뒤뜰에 뿌려 놓고 잊어버리고 살던 씨들이 어느새 자라서 작은 숲을 이루고 있는'상황이었다. 써니는 박사 과정 1-2년 차에 열심히 코피를 흘려 가며 여러 가지 수학적 증명들을 통해 연구의 이론적인 기반을 닦아 두고 있었는데 당시 지도교수님이 갑작스레 학교를 옮기시는 바람에 해당 연구를 그만두어야 했던 적이 있다. 써니는 그 후 연구 주제를 바꾸고 새로운 분야의 이론 확립과 실무 경험 쌓기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써니가 열심히 토대를 쌓아 두었던 연구가 지난 수년간 유명 학술지들에 게재되어 어느새 평균 수십 회의 인용 횟수를 거두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급히 계획을 변경해, I-140가 발급되어 내가 바로 취업 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써니의 NIW를 대신 준비하기로 했다. 2월 초에 써니는 미국의 한 이민 로펌과 계약을 맺었고, 내가 써니의 전속 비서(?)가 되어 써니의 추천서와 연구 계획서 등의 서류의 초안을 대신 준비하였다. 다행히 우리가 계약한 이민 로펌의 변호사님들과 패러리걸 선생님들은 매우 효율적으로 우리의 서류 준비를 도와주셨고, 우리는 대략 1달여의 짧은 시간 동안 NIW 기반 I-140 지원에 필요한 거의 모든 서류를 다 준비할 수 있었다.
다만 열심히 돈과 시간을 들여서 준비했음에도 써니의 NIW 기반 I-140이 USCIS에 접수되는 일은 없었다. 어떤 연유로 열심히 준비한 I-140을 접수하지 않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어찌 됐든 써니의 I-140은 잘 접수되었고, 이 I-140이 승인되었기에 우리는 I-485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산더미 같지만, 먼저 시간 순서에 따라 내가 미국에 온 후 어떻게 한 회사와의 면접 기회를 잡고 면접에 임했는지 이야기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