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호 Sep 26. 2024

검은 고양이와 자전거와 크로플 20화

작은 사건들 속의 소중한 순간들

정의는 자전거의 페달을 천천히 밟으며, 하루가 마무리되어 가는 길을 느긋하게 달리고 있었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저녁, 그녀는 조금 지쳤지만 마음은 한없이 가벼웠다. 오늘 하루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이 있었고, 그 모든 것이 아직도 머릿속을 떠돌고 있었다. 바람은 상쾌하게 그녀의 뺨을 스쳤고, 주위의 풍경은 잠잠하게 도시의 소음이 사라져가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거리엔 은은한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면서, 마치 세상이 천천히 잠들어가는 듯한 고요함이 가득했다.


정의는 자전거를 멈추고, 작은 공원 벤치 앞에 섰다. “잠시 쉬었다 갈게!”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하며 자전거에서 내렸다. 가방을 열고 조심스럽게 크로플이 담긴 작은 상자를 꺼냈다. 상자를 열기도 전에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풍겨 나왔고, 정의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와, 냄새가 정말 좋아!" 그녀는 상자를 아직 열지 않았지만, 상상 속에서 크로플의 바삭한 질감과 따뜻한 달콤함을 이미 느낄 수 있었다. 마음속 깊이 퍼지는 그 고소한 향기는 오늘 하루의 피곤함을 모두 씻어주는 듯했다.


정의는 크로플 상자를 조심스럽게 손에 쥐고 벤치에 앉았다. 도시의 분주함과는 달리 이 공원은 마치 작은 섬처럼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그녀는 잠시 상자를 내려놓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노을이 진 하늘은 부드러운 핑크빛과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 위로 점점이 별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좋다. 이렇게 평화로운 저녁이라니…"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런 순간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마치 자신이 공주가 되어 저 멀리, 끝없는 하늘의 나라로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옆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정의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조그만 여자아이가 마치 꿈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공원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는 정의가 들고 있던 크로플 상자를 보더니, 그 큰 눈이 반짝이며 말했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저건 뭐야?” 아이의 목소리는 맑고 귀여웠다. 정의는 미소를 지으며 상자를 아이 쪽으로 살짝 보여주었다. "이건 크로플이야. 아주 맛있는 거지!" 정의는 상자를 다시 조심스럽게 닫았다. 아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을 반짝였다. “우와! 나도 먹고 싶어…”


"이건 어른만 먹을 수 있어. 어른의 것이거든." 정의는 거절을 말했지만 아이의 표정은 실망으로 물들지 않았다. 척. "언니도 어른 아니잖아." 어스름한 공원의 조명아래 아이는 정의를 향해 손가락을 향하고 있었다. 따스한 불빛이 가라앉은 아이의 얼굴은 자세히 보니 고집으로 볼이 발그레져 있었다. '귀엽다.' 정의는 아이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크로플은 귀여움과는 다른 문제니까. 안된다고 생각해야 했다.   


"넌 어른이구나. 어쩔 수 없네." 정의는 조심스레 가방에 크로플 상자를 담으며 말했다. 아이는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준다는 건가, 안 준다는 건가. 정의는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크기. 이 상자로부터는 크로플에서 나던 고소한 향기는 없었다. 하지만 그 대신 반짝이고 예쁜 색깔의 리본이 둘러져 있었다. 정의는 한 손으로 쥐어질 상자를 양손으로 받쳐 들고 아이에게 향했다. 쪼그려 앉은 정의의 시선에 아이의 시선이 조금 높아져 있었다. "이거, 뭐야?" "이거? 마법의 과자. 먹으면 마법을 부릴 수 있어."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아이의 얼굴은 금세 밝아지며 기뻐했다. "정말? 고마워!" 아이는 작은 상자를 양손으로 소중히 받아들고는 활짝 웃었다. 그 웃음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햇살처럼 따뜻하게 정의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맛있게 먹어!” 정의는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가 크로플을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녀는 이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순간이 어쩐지 가족을 생각나게 했다. 정의는 자주 이렇게 가족을 떠올리곤 했다. 특히 엄마가 만들어준 따뜻한 저녁 식사를 떠올리면, 그리운 마음이 가슴 깊이 자리했다. "우리 엄마도 이걸 좋아하겠지?" 그녀는 가만히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아이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뒤돌아갔다. 정의는 아이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그 아이에게 오늘 하루도 나처럼 특별한 하루가 될지 몰라." 아이가 사라진 뒤에도, 공원의 고요함은 여전했다. 정의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기 전에 가만히 그 순간을 음미했다. "이건 정말 나만의 소중한 시간…" 그녀는 마음속에서 그 느낌을 되새기며, 자전거의 핸들을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저 멀리서 불빛들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제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자전거 바퀴가 부드럽게 도로를 달리자, 바람은 여전히 상쾌하게 얼굴을 스쳐갔다. "가족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정의는 생각했다. 어쩌면 동생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려고 할 것이고, 엄마는 저녁 준비를 마치고 따뜻한 미소로 자신을 맞이해 줄 것이다. 이 모든 순간이 정의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특별했다. "나는 이 작은 것들, 아주 작은 순간들이 너무 소중해." 정의는 가방 안에 든 크로플 상자가 잘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도시의 불빛들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고,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정의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깨달으며, 그 감정을 마음속 깊이 간직했다. "내일은 또 어떤 특별한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녀는 기대에 찬 마음으로 페달을 계속 밟았다. 정의의 얼굴에 흐르는 미소는 바람 속에 녹아들었고, 그 미소는 저 멀리까지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오늘의 작은 모험은 끝났지만, 내일도 또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정의는 한가롭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서서히 저물어가는 도시의 풍경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다. 온종일 쌓인 작은 사건들과 즐거운 일들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맴돌았다. 햇살은 이미 사라지고, 저녁의 서늘한 바람이 그녀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며, 길가의 나무들이 부드럽게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꿈결처럼 아늑하고 평온했다. 정의는 이런 순간을 좋아했다. 바쁜 하루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 짧지만 조용한 시간 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일상들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자전거의 계기판에서 깜빡이는 불빛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어? 배터리가…” 정의는 눈을 크게 뜨며 배터리 부족 경고등을 확인했다. 마음속에서 조용히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전기 자전거의 배터리는 거의 다 소모된 상태였고, 남은 길을 전부 페달만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런, 조금 더 빨리 페달을 밟아야겠어.” 정의는 웃으며 자신을 다독였다. 원래 긍정적인 그녀답게 상황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내심 긴장감이 감돌았다. 가방 안에 고이 담긴 크로플을 생각하며, 그녀는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좀 더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크로플은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은 행복이었다. 그녀는 그 소중한 크로플을 가족들과 함께 나눠 먹을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정의는 자전거 위에서 서서히 속도를 높이면서도, 주변의 풍경을 놓치지 않았다. “저녁 공기는 정말 상쾌해… 바람은 이젠 조금 차갑다.” 그녀는 뺨을 스치는 공기의 온도를 느끼며 속삭였다. 이제 가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가을이면 학교 축제도 하고, 선배들이랑 친구들이랑 뭐 재미있는 일 많이 생기겠지?” 정의는 혼자서 작은 상상에 빠졌다. 그러나 잠시 후, 배터리 경고등이 다시 깜빡이자 그녀는 그 생각을 멈추고, 다시 자전거에 집중했다.


길가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가끔씩 그녀의 귀에 스쳐 지나갔다. 상점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거리는 점점 더 조용해졌다. 도로 위엔 거의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가로등 불빛만이 도로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고요함 속에서, 정의는 마치 자기만이 존재하는 세상 속을 달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 도시도, 가로등도, 불어오는 바람도 그녀와 함께 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괜찮아, 조금만 더 가면 돼. 배터리가 부족하더라도 내가 페달을 열심히 밟으면 집까지 충분히 갈 수 있어.” 정의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페달을 더 힘차게 밟았다. 하지만 자전거는 점점 무거워지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녀는 조금씩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이럴 땐, 정말, 음. 뭐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정의는 중얼거리며 이 상황을 가볍게 넘기려고 했다.


그녀는 언제나 작고 소중한 것들을 사랑했다. 가방 속에 든 크로플도, 이 자전거도, 그리고 가족도 그랬다. 정의는 가족들에게 가져갈 크로플을 떠올리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 엄마가 이걸 보면 얼마나 기뻐할까?” 정의는 그렇게 생각하며 페달을 밟는 힘을 더해갔다. 지금의 힘든 순간을 버텨내는 것은, 바로 그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오늘이 끝나고 내일이 다가올 때, 또 어떤 작은 행복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설레었다.


시간이 흐르고, 정의는 어느새 도로 끝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집까지는 몇 분만 더 가면 됐다. 그녀는 다시금 한숨을 돌리고, 서늘한 밤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이 순간, 주변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와 가로등 불빛이 만들어내는 따스한 빛들이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정말 평화롭다.” 정의는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하늘은 별이 더 많이 빛나고 있었다. 


별들이 속삭이는 듯한 그 소리 속에서, 그녀는 아주 잠깐 멈춰 서서 가족과 함께할 저녁을 상상했다. 따뜻한 식탁 위에 놓인 크로플, 동생의 웃음소리, 엄마의 다정한 손길. 그 모든 것들이 정의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그런 소중한 순간 중 하나로 그녀의 기억 속에 남을 것임을 알았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기 시작하자, 정의는 마음속에서 점점 더 단단해지는 다짐을 느꼈다. "아무리 배터리가 부족해도, 나는 끝까지 잘 해낼 거야." 그녀는 가로등 밑을 지나며, 부드럽게 빛나는 그 불빛을 바라보았다. 이 빛은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따뜻하게 지켜보는 것 같았다. 저 멀리 보이는 집의 불빛을 향해, 정의는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그녀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동안, 바람은 여전히 그녀를 감싸주었고, 차가운 공기가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주었다. 가끔씩 전기 자전거의 배터리 부족 경고등이 다시 깜빡였지만, 그녀는 이제 그 불빛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정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뭐 어때. 배터리가 없으면 없는대로 달리면 되지, 뭐. 


그리고 마침내 집 앞에 도착한 순간, 그녀는 자전거에서 내려 크로플 상자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이 크로플은 오늘 하루의 작은 선물이었다. 정의는 손에 들린 상자를 소중히 쥐고,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불빛 속에서, 가족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정의는 깨달았다. 아무리 작은 물건이나 사건이라도, 사랑과 소중함이 깃들면 그 어떤 것도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전 22화 검은 고양이와 자전거와 크로플 19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