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녕 May 29. 2024

3장. 외로움을 달래준 쑥 맘모스빵 #어글리베이커리

내 인생 쑥이 이렇게 맛있는 것임을 처음 깨달았어.




#어글리베이커리

맘모스빵, 추억의 맘모스빵은

아마도 소보루 가득한 빵 사이에 하얀 식물성크림과 딸기잼 정도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글리베이커리의 빵은 예술이다.

소보루가 가득 붙어 얆은 빵피에 팥앙금 가득한 빵 사이에

녹차크림, 초코크림, 쑥크림 등 달콤하고 독특한 플레이버의 크림과 초콜렛이 통으로 들어가있다.

한마디로 맛있는거 때려넣은 미친놈이다!


정말 빵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만큼

빵보다 부재료가 많은 이 맘모스빵은

내 빵 세상을 바꿔주었다.


여전히 웨이팅이 기나긴 망원동의 어글리베이커리에는 너무나도 많은 나의 20살 기억이 녹아들어있다. 울고 웃고 행복하고 우울하고


#빵리뷰 도 더하고 싶으나

빵에 대한 설명은 나의 인스타그램에 가득하기에 패스하겠다 (빵 추천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하다..)




이 글은 빵집 추천이 아닌 빵집에 담긴 나의 이야기를 쓰기에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라면 이 곳에 담긴 당신의 이야기도 한번쯤 떠올려봤으면 한다.






1) 나 홀로 가는 서울땅을 설레게 만든 것


20살, 코로나로 인해 줌으로 수업을 듣게 되며 서울을 올라갈 이유가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실기과 특성상 대면 수업을 갑자기 하게 되었고 서울집을 급하게 하루만에 구하게 되었다. 낯선 혼자만의 방에는 최소한의 짐을 들였다. 아직 여기가 우리집이라는 기분보다는 하나의 거처라고 느껴졌다. 

두려움 반 설렘 반.


사실 그 당시에는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컸다. 서울 올라가서 먹고 싶은 빵이 많았기 때문이다. (단순)

제대로 집에 입주하는 날, 캐리어를 끌고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향한 곳은 집이 아니였다. 부산에서 캐리어 끌고 올라가면 꽤 지치고 힘듦에도 힘든 건 생각도 안난다. 기차에서 내내 검색한 '어글리베이커리'

망원동에 위치했다고 한다. 오늘의 라인업을 보면서 무슨 빵을 살지 한참을 고민한다.


20살의 어리숙한 나는 이전까지 스스로 길을 찾아다녀본 적이 잘 없었다. 외동 그 자체라 자립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부모님도 서울로 나를 보내는 것을 굉장히 걱정했다. 나도 걱정은 되었지만 그 걱정을 다 눌러버릴 만큼 빵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서울역에서 망원역.. 꽤 멀다. 우리집과 반대방향이다. 

그게 뭐 대수냐 지금 내가 어글리베이커리를 맛볼 수 있다는데! 서울의 미로같은 지하철을 캐리어를 끌고 돌아다니다보면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내가 더운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내 빵들이 더울까봐 걱정일 뿐..


난생 처음 도착한 망원동은 아주 정 넘치는 곳이였다. 시장과 핫한 카페가 함께 있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그보다 빨리 가서 웨이팅해야 한다. 내 빵 다 팔리면 어떡해!

다행히 평일이라 내가 찾던 맘모스빵이 남아있다. 후기를 엄청나게 봤더니 실제로 보니 연예인 영접한 기분이다.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크기가 작아서 조금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고 손 부들부들 3개 구매했다. 나에게는 빵 하나에 5천원 넘어가는 게 너무 부담이였거든 ..

이왕 온 김에 망원동 다른 빵집도 들려야겠다. 찾아보니 투떰즈업이라고 또 맘모스 맛집이 있다고 한다. 이 때 내 최애 빵은 맘모스빵이였기 때문에 맘모스빵이라면 그 어떤 고통도 감내할 수 있다. 

망원동을 가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꽤나 길이 미로같다. 묵직한 빵에 캐리어까지.. 나 힘들다.

이 당시 투떰즈업은 어글리베이커리와 먼 곳에 위치했다.

겨우 도착한 투떰즈업 , 내 수중의 돈은 만원 남았다. 살 수 있는 빵은 오로지 두개이다. 신중하게 앞에서 20분은 고민하다가 구매했다. 



다시 회기동까지 가는 길은 또 엄청나게 멀었다. 그럼에도 행복했다. 집가서 이 빵을 드디어 맛볼 수 있다니!

더운 공기가 스치는 6월이라, 땀 범벅이 되었지만 빵이 녹고 있는게 더욱 걱정되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캐리어 내팽겨치고 (내팽겨쳐질 공간도 없지만) 바로 빵을 냉동고로 옮겨두었다. 이 빵은 차갑게 먹어야 맛있다구!





2) 드디어 영접한 내 최애빵



물론 냉동고에 들어간 건 아주 잠시였다. 바로 먹고 싶지만 또 너무 귀한 빵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줘야 한다. 음식은 참 아쉽다. 먹으면 사라진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순간이 잠시라니 .. 우리에게 이렇게나 소중하고 많은 추억을 전달해주는 데 자신의 임무를 다하면 바로 사라지는 멋있는 친구다.


그래서 나는 항상 마지막 친구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기록해준다. 너가 남긴 행복은 나에게 아주 커!

아주 거대한 맘모스빵을 반을 잘라서 쌓아준다. 단면샷이 아주 멋있는 친구거든ㅎㅎ

그렇게 몇십장을 찰칵찰칵 찍어주고나면 드디어 나 이거 먹는다!!!!!! 먹기 전의 많은 과정이 다 행복했다.


쑥 맘모스, 말차 맘모스, 기본 맘모스 총 세가지를 사왔다. 

어떤 걸 먼저 먹어야지 제일 맛있을까를 또 고민한다. 사실 후기를 하도 많이 봐서 안먹어봐도 먹어본 기분이다! 가장 먼저 기본부터 먹어주겠다. 안에 밤이 아주 통채로 박힌 단면이 나를 설레게 만든다. 


첫 입 와암 ,

.. 내가 지금 천국에 와있던가?

바삭한 소보루를 씹으면 고소하고 안에 담백한 팥이 포슬포슬 흩어지다가 꾸덕~한 크림이 이 모든 걸 감싸다가 씹히는 견과류와 밤이 식감까지 더해준다. 지금껏 먹은 맘모스빵과 다르다.

크림이 !! 크림이 다르다 !! 크림이 엄청 꾸덕하고 크림맛이 모든 걸 지배한다. 크림이 그냥 우유생크림을 넘어서 크림치즈를 더했는지 쫀득쫀득하다. 


바로 가장 궁금했던 말차 맘모스로 입을 옮겼다. 

.. 내가 지금껏 먹어본 말차는 무엇이였던가..? 내 눈 앞에 보성 녹차밭이 펼쳐진 기분이다. 엄청나게 진한 녹차의 쌉쌀함이 충격적이였다. 단맛을 가리는 쌉쌀한 녹차맛이 녹차가 뭔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녹차 덕후들이 극찬한 이유가 있었어. 근데 난 그래도 단맛이 좀 더 있는 녹차가 좋은가보다. ㅎㅎ


그렇다면 쑥? 사실 쑥 디저트라는 것을 처음 먹어봐서 가장 궁금했다.

내가 아는 쑥은 할머니가 캐주시는 쑥나물.. 그걸 누가 디저트로 만들기 시작한거지? 신기하다.

말차보다도 더 진한 색을 자랑하는 쑥 맘모스, 과연!


미쳤다.

미쳤다.

내 최애는 너다. 쑥 사랑해. 할머니 사랑해.

쑥 매력에 빠진 날이였다. 그 뒤로 지금까지도 내 최애 맛은 쑥이다.

쑥의 맛을 설명하라하면 잘 못하겠다. 뭔가 익숙한데 익숙하지 않은 씁쓸달달구수함?

그 자리에서 쑥 맘모스 하나를 다 먹었다. 





3) 행복을 넘어선 집착



사람은 정도가 늘 없다. 적당히 좋아하면서는 이렇게까지 큰 추억으로 남을 수 없었을 거고

과하게 좋아했더니 집착을 하게 된다. 소중하게 다뤘으면 맛있을 정도로 남기고 다음 날 또 먹으면 될것을..

배가 부름에도 계속 먹고 싶은 것이다. 많이 먹으면 아주 달고 느끼함에도 너무 좋아해서 그냥 먹는 것이다.

결국 사온 빵들은 어느새 다 먹는 나였다. 

그리고 자책하고 후회한다. 아깝다는 생각과 속이 좋지 않음과 빵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찬 내가 너무 실망스러운 것이다. 


그렇게까지 행복해했으면서 왜 또 후회를 하는걸까?

후회를 하지 않고자 내가 빵을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시간과 돈을 합리화할 수단이 필요했다.

그렇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빵에 대한 리뷰를 매일매일 했다. 채널도 다양하게.

인스타, 블로그, 유튜브를 시작했다.


정말 이게 콘텐츠라는 마음이 아니라 그저 합리화할 수단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수단이 나의 인생에 큰 변환점이 될 거라고 이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작가의 이전글 2장. 수능이 끝난 수험생의 무료함 #쟝블랑제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