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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 강 Nov 22. 2024

운이 좋았던 해외생활

번외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1)

부인이 두 명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로핸디.

심지어 뒷돈도 받다.

일보다 밥이 중요한 헤루.

돈 떨어진 이민자.

한국이 불편해진 한국인 외노자.

등등 현장에는 기상천외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한국에는 없는, 인도네시아에만 있을 법한 경우를 적어보려 한다.


현장 구매 창고 담당자 로핸디.


 나쁜 내용이지만, 대놓고 이름을 쓰는 이유는 로핸디에게 돈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핸디는 두 명의 부인이 있다. 첫 번째 부인은 보고르에서 아들을 키우고 있다. 둘째 부인은 현장 근처에 사는데, 몸이 아프다고 한다. 어느 날 로핸디는 부인이 죽을병에 걸렸는데, 돈이 없다며 사무실에서 울고 있었다. 병명은 자궁경부암. 치료비가 너무 많이 들어 자궁을 적출한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쌈짓돈을 빌려준 얼마 뒤. 어플에서 여자를 만나 자고 왔다며 자랑을 한다. 욕도 아까운 놈이다.


 뒷돈을 당당히 받는다. 글은 읽히지만, 이해는 안 되는 문구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뒷돈을 받는 건 상식이다. 심지어 리베이트란 명목하에 사용된 돈을 세금신고하면 금액의 6%가량 매입으로 처리해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래전 기억이라 명목과 해당 %는 확실하진 않지만, 세금 감면 컨설팅 중 뒷돈을 준 내역으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는 내용을 확인했었다.


  현장에 있을 때, 콘크리트 타설 하는 날 콘크리트 펌프카 업체 사장한테 한국돈으로 만원 정도를 받았다. 차량 대여료로 약 35만 원을 건네주는데, 거기서 만원을 되돌려 준다. 필요 없다 말했지만 막무가내로 테이블 위에 올려 놀고 간다. 그때 알았다. 로핸디가 뒷돈을 많이도 받아먹고 있었단 사실을 말이다.


 원래 업체 정산은 로핸디의 일이었다. 그런데 내가 경리를 하면서 업무를 뺐었다. 항상 돈돈 거리며 돌아다녔기에 큰돈을 맡기기 불안한 게 그 이유였다. 그리고 펌프카 정산을 하면서 로핸디가 뒷돈을 받아왔던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인의 상식으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에 소장님께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그러나 소장님은 무덤덤히 그럴 줄 알았다며, 이곳에선 비일비재한 일이니 넘어가라 하셨다. 일단은 소장님 말대로 넘어갔지만 그날을 계기로 시야가 넓어지며, 뒷돈을 어떻게 얼마나 주고받는지 무형의 형체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참고로 그날 받는 돈 만원에 돈을 좀 더 보태서 현장 인부들에게 음료수를 돌렸다. 물론 로핸디의 사연이 많아 보이는 눈빛은 덤이었다.


현장보단 식당에서 자주 만나는 헤루.


안전관리자 헤루는 아침 TBM에서 Sehat(건강)을 외친 뒤 사라진다.

현장을 한 바퀴 돌고 소장님과 커피 한잔하러 들린 식당 겸 매점에서 헤루를 만난다.

이미 식사를 다한 헤루는 안녕이란 말대신 끄억끄억 트림을 해댄다.

헤루뿐만 아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 회사 소속이거나, 일용직 직원들 중 짬이 있는 직원은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든 커피를 마시든 한다. 물론 이들이 제일 많이 사는 건 음료수가 아닌 담배 한 개비였다.

가난한 동네에 잔술을 팔듯이, 이곳에는 담배를 한 개비씩 판매한다.


여기서 반전이 있다.

근무시간에 매점을 이용하는 이들은 소장님을 보고도 당당했다. 왜냐? 기도시간이기 때문이다. 기도하라는 기도시간에 기도는 안 하고 매점을 이용한다. 기도시간을 터치해선 안된단 규정을 악이용 한 형태지만, 기도 다녀오는 것보단 시간이 짧게 걸리니 회사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 물론 헤루는 기도시간 외에도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하루에 몇 끼나 드세요?"

"5끼!"


주어는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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