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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 강 Aug 12. 2024

밀린 일기 쓰는 중 - 인도네시아

마스크

한국에서 형이 보내준 마스크를 받았다.


한국은 마스크 대란이다.

마스크를 사려는 긴 줄이 뉴스를 도배한다.

정부에서 마스크 수출을 통제한다.

비행기에 마스크 30장 이상을 들고 탈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인도네시아도 최초 감염자가 나타났다.

감염자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뜬소문으론 일본인 주재원이란 말도 있고, 한국사람이란 말도 있다.

중요한 건 인도네시아에도 코로나가 시작됐다.


코로나가 늦게 퍼지기 시작한 인도네시아는 코로나 취약국이다.

인도네시아에 있던 마스크는 블랙홀에 빨려가듯 중국에 팔려갔다.

지금 공장에서 밤새 만들고 있는 마스크도 중국에 빨려 들어갈 예정이다.

부랴부랴 정부에서 규제하지만, 일회용 마스크를 구하기가 힘들다.


옷을 잘라 만든 천 쪼가리 마스크가 유행한다.

시장한켠에는 옷을 잘라 마스크를 만드는 사람도 보인다.

마스크 크기가 점점 작아진다.

이번에 구한 마스크는 코끝과 입만 살짝 가린다.

숨이 너무 편하게 쉬어진다.

어이가 없다.


한국에서 형이 마스크를 보냈다는 연락을 받았다.

배송비까지 10만 원이 들었다는데,

고맙다.

형의 마음이 고맙다.


바나나만 먹어도 코로나를 이겨낸다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다 보니 코로나가 무섭지 않다.

솔직한 마음으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있나 싶다.

가정부도 마스크를 안 쓴다.

소장님들은 매일밤손님들과 술을 마신다.

그 옆자리에 나도 있다.


코로나가 안 걸리면 신기한 환경 속에 사는데, 마스크라니.

에어컨을 틀고 보일러를 트는 사람의 마음이 이해된다.


형에게 고마움이 가득 담긴 문자를 보내고 싶다.

내 마음을 잘 표현하고 싶다.

머릿속에 긴 글을 적고 지우고 다시 적는다.

결국 [고마워 마스크 잘 쓸게] 란 무성의한 문자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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