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신 바나나를 달라.
인도네시아에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처럼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힘들게 구한 마스크를 자재창고 현장에 나눠준다.
숨 막히는 무더위에 사람들은 마스크를 버린다.
현장 바닥에 흙 묻은 마스크가 돌아다닌다.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사 온다.
또 버린다.
더는 구할 곳도 없다.
머리를 쓴다.
사비로 바이크용 마스크를 사다 준다.
중고거래를 했는지, 쓰고 있는 사람이 없다.
말하는 나도 아침마다 마스크 쓰라는 잔소리가 지겹다.
듣는 창고장이 폭발한다.
"미스터, 마스크는 우리 같은 젊은 사람들한테 필요가 없다. 잔소리 그만하고 마스크 살 돈으로 바나나를 사줘라. 바나나에 있는 비타민을 먹으면 우리는 코로나와 싸워 이길 수 있다."
처음으로 사람을 때리고 싶단 감정이 들었다.
무시를 당해도, 갈굼을 당해도 들지 않았던 감정이 지금 들었다.
무지에서 나오는 당당함에 화가 난다.
저들을 걱정하는 내 진심이 조롱당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마음에서 저들을 포기했다.
한 달 뒤 코로나가 더 심해졌다.
현장 사람들은 마스크를 찾는다.
"미스터, 우리도 마스크가 필요합니다."
"요즘 마스크 구할 데가 어디 있습니까. 바나나 사드리겠습니다."
창고장은 대꾸를 못한다.
점심시간에 시장에 들러 바나나 한 송이를 사다 준다.
창고장 표정이 썩는다.
형이 보내준 귀한 마스크 5장을 빼서 건네준다.
"마지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