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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 강 Aug 11. 2024

밀린 일기 쓰는 중 - 인도네시아

치우지 않는 물건.

정리가 부족한 창고.

깔끔하게 치우라는 본사 사람들.

사람이 없다는 창고장.


깔끔하게 치우라는 본사 사람들.

당신이 치우라는 창고장.

     

갈 곳을 잃은 나.


160kg이 넘는 철조망을 맨손으로 혼자 옮긴다.

빗자루 하나로 넓은 창고를 쓸었다.

빈 페인트 통을 모은다.

쓰레기를 한데 모아 버린다.

아무도 날 돕지 않는다.     


단톡방에 글을 남긴다.     


내일부터 2명 잘라도 됩니다.     


제정신이냐는 창고장.

뭔 소리냐는 본사.     


혼자서 반나절이면 될 일을 안 하는 직원들.

미필적 고의인가, 고의인가.

뭐가 됐든 필요 없는 직원들이다.    

 

나를 따로 부르는 창고장.

말이 없는 본사 사람들.     


미안하다며 앞으로 전담직원을 두겠다는 창고장.

말이 없는 본사 사람들.     


신입 길들이기에 실패한 창고장.

신입치고는 때가 더럽게 묻은 나.


현장은 일 쳐내는 게 힘들고.

창고는 사람 쳐내는 게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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