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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 강 Aug 05. 2024

밀린 일기 쓰는 중 - 인도네시아

뚜깡 (기술자)

뚜깡


뚜깡 손들어 보세요!


기초공사가 마무리되면 낯선 사람들이 몰려온다.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른다.

그저 일 할 수 있는 몸뚱이라 하나만 들고 온 사람들이다.

실력을 테스트해야 한다.

먼저 양심에 맡겨본다.


형틀목수로 온 사람들에게 묻는다.

뚜깡 손들어보세요.

새로 온 11명이 전부 손을 든다.


화가 난다.


저 사람들 사이에 진짜 뚜깡이 있으면 함부로 손을 들지 못한다.

실력이 고만고만한 사람이 모여 뚜깡이라며 손을 든다.

짜증이 난다.


망치질을 시켜본다.

못을 톡톡톡 치는 사람도 속아낸다.

조립된 틀을 분해하라고 했을 때 빠루를 찾는 사람도 속아낸다.

오늘 온 사람 중에 뚜깡은 없다.


제대로 형틀목수는  망치 하나로 형틀을 조립하고 분해한다.

무심하게 툭툭 치는 망치질에 못이 깊숙이 박힌다.

조립과 분해를 망치 하나로 한다.

저들 중 뚜깡은 없다.


새로 온 철근팀 일용직들에게 묻는다.

뚜깡 손들어 보세요.

앞에서 본 게 있어서 그런지 양심적으로 5명 중 2명만 손을 든다.


도면을 보여주고 철근을 구부려 보라 한다.

길이에 맞춰 받침대를 조절하고 철근을 구부린다.

마무리 후킹 부분까지 깔끔하다.

저 둘은 뚜깡이 맞다.

일당이 오른다.


인니 현장에 경력증명서 같은 건 없다.

몇 년을 일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실력 하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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