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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 강 Aug 08. 2024

밀린 일기 쓰는 중 - 인도네시아

나는 여전히 이방인이다

같이 나쁜 짓을 하기에 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면 알아듣지 못할 말을 쓴다.

단어 몇 개를 외워 검색해 보지만 네이버에 나오지 않는다.

가정부에게 물어보니 답이 나온다.


그렇다 그들은 내 앞에서 다른 지역 언어를 쓰고 있다.

공용어인 바하사가 아닌, 자신들의 지역에서 쓰는 순다어를 쓴다.


드라마 속 재벌이 서민 며느리를 무시하며 프랑스어로 이야기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아쉽게도 난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니다. 그저 따돌림을 당하는 이방인일 뿐이다.


나름의 선의를 베풀었다.

가짜 영수증을 받아주고 돈을 줬다.

하지만 돌아온 건 따돌림이다.


음, 유감이다.


저들이 나를 팀으로 생각 안 한다면, 나도 저들을 팀으로 안 보면 된다.

FM대로 일만 하자.

오히려 좋다.

저들이 돈을 어떻게 빼먹는지 빠삭하게 알게 됐으니 일은 더 쉽다.


말 대신 명확한 증거로 이야기한다.

연비와 이동거리 그리고 주유량을 계산해 주유비를 정산해 준다.

날짜와 시간이 안 맞는 영수증은 반려한다.

새로 사 온 물품이 정품인지, 중고는 아닌지 확인한다.

가짜 영수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돈을 못 빼먹으니 소장님을 찾아가 앓는 소리를 한다.

들을 가치가 없는 소리다.


소장이 말을 안 들어주니,

오래된 현지 직원들은 본사에 있는 이사와 사장에게 연락해 내 욕을 한다.

배 째라지.


그즈음 본사 사장님이 내려오셔 소주를 사주신다.

"강대리, 아니 강 과장. 다음 주부턴 자재창고로 출근해."

뭐지, 나 왜 진급하고 현장을 맡은 거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혼란스럽다.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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