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깡 (기술자)
뚜깡
뚜깡 손들어 보세요!
기초공사가 마무리되면 낯선 사람들이 몰려온다.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른다.
그저 일 할 수 있는 몸뚱이라 하나만 들고 온 사람들이다.
실력을 테스트해야 한다.
먼저 양심에 맡겨본다.
형틀목수로 온 사람들에게 묻는다.
뚜깡 손들어보세요.
새로 온 11명이 전부 손을 든다.
화가 난다.
저 사람들 사이에 진짜 뚜깡이 있으면 함부로 손을 들지 못한다.
실력이 고만고만한 사람이 모여 뚜깡이라며 손을 든다.
짜증이 난다.
망치질을 시켜본다.
못을 톡톡톡 치는 사람도 속아낸다.
조립된 틀을 분해하라고 했을 때 빠루를 찾는 사람도 속아낸다.
오늘 온 사람 중에 뚜깡은 없다.
제대로 된 형틀목수는 망치 하나로 형틀을 조립하고 분해한다.
무심하게 툭툭 치는 망치질에 못이 깊숙이 박힌다.
조립과 분해를 망치 하나로 한다.
저들 중 뚜깡은 없다.
새로 온 철근팀 일용직들에게 묻는다.
뚜깡 손들어 보세요.
앞에서 본 게 있어서 그런지 양심적으로 5명 중 2명만 손을 든다.
도면을 보여주고 철근을 구부려 보라 한다.
길이에 맞춰 받침대를 조절하고 철근을 구부린다.
마무리 후킹 부분까지 깔끔하다.
저 둘은 뚜깡이 맞다.
일당이 오른다.
인니 현장에 경력증명서 같은 건 없다.
몇 년을 일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실력 하나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