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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 강 Nov 09. 2024

운이 좋았던 해외생활

번외 코로나의 시작


코로나의 시작은 혼돈을 불러왔다.     


 현장에서 한 사람 몫을 하기 시작 할 무렵, 뉴스에서는 코로나라는 낯선 단어가 들려왔다. 한국에서 유통업에 종사중인 지인은 인도네시아에 있는 일회용 마스크 공장에서 물건을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하지만 이미 때를 놓쳤는지 마스크 공장에 연락이 닿지 않는다. 나중에 알게된 바로는 인도네시아 마스크 공장들은 정부에서 제제를 가하기 직전까지 마스크를 전량 중국으로 수출했다고 한다.     


 당시에 신기했던 점은 12월부터 전세계가 코로나 때문에 난리가 났지만, 인도네시아는 예외였다. 이상하리 만큼 조용했다. 아마도 섬이란 특징 덕분에 코로나가 상륙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린 것 같았다. 인도네시아에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월달 부터였다. 코로나가 다른 나라보다 두 달 늦게 시작되는 사이, 인도네시아에는 사이비들이 판을 쳤다.     


 자신의 힘으로 코로나를 막아내고 있다 주장하는 주술사. 코로나는 기도를 무서워 한다며 대규모 종교집회를 열어야 한다는 종교인. 기도 하기전 손과 발을 씻는 습관 덕분에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며, 기도 횟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광신도들까지. 오지 않은 코로나를 자신들의 잣대로 썰어대며 재단했다. 당연하게도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자 이들의 주장은 깔끔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1월의 현장은 온갖 사이비 같은 의견에 들썩거렸다,  인도네시아는 특이하게도 종교지도자란 개념이 있다. 현장의 직위와 상관없이 종교적으로 가장 신실한 사람 혹은 연장자가 담당한다. 현지인 현장 총 관리자와 종교지도자가 같다면 좋겠지만, 가끔 현장 총 관리자와 종교지도자가 다른 경우가 있다. 우리 현장이 그랬다.     


 현장 관리자는 인부들이 열심히 일하길 바란다. 책임감이 강해서 그런건 아니다. 현지 인부들이 놀면 한국인 소장님한테 한소리 듣는게 싫어서 그렇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 근무시간에 현장 이탈 인부들이 많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장님은 당연히 노발대발하며 현장관리자를 찾아간다.     


"라트민! 왜 인부들이 자리를 비우는 걸 보고만 있어!"

"소장님, 저 사람들 기도 하러 가는 길입니다."

"기도? 아직 시간 남았잖아?"

"요즘 기도 시간 전에 손발 씻는걸 강조해서 줄 서야해서 그렇습니다."     


 어이 없는 상황에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일단 확인부터 해보자는 생각으로 기도실인 무솔라를 찾아간다. 거창하게  무솔라라 부르지만, 그저 짜투리 합판으로 대충 가려 놓은 허름한 창고 같은 곳이다. 소장님이 무솔라에 방문했지만, 안에는 사람이 없다. 손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도가에 수 십명의 사람들이 몰려, 손발을 씻으며 떠들어댄다. 어이가 없다. 코로나가 비말, 즉 침을 통해서 전염된다는 사실이 뉴스에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나오는데 이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당장에 뭐라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종교적문제는 굉장히 예민하기에 현장의 왕이라고 불리는 소장님일지라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발을 씻고 또 씻고 있는  종교지도자 이자 형틀팀장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네 본다.     


"수도가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무슨일이야?"

"영상에서 기도 전 반드시 손발을 깨끗하게 씻고 기도를 해야 코로나가 안걸린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손발 씻는걸 확인 중 입니다."

"코로나 예방이 목적이라면, 저렇게 떠드는 걸 못하게 막아야 하는거 아닐까?"

"코로나 걸린 사람이 없는데, 코로나 떄문에 말하지 말라고 하면 저 사람들이 제 말을 들을까요?"


 진심으로 어이없어하는 형틀팀장의 태도에 소장님도 어이가 없다. 상식적이지 않는 사람에게 상식적이지 못한 사람 취급을 받으니 화도 안난다. 어이 없는 와중에도 한편으론 설득이 어려울것 같다는 빠른 판단이 하셨다. 상식으로 이들에게 접근해선 안된다. 심지어 종교와 엮여있다면, 상식을 버리고 이들을 바라봐야 한다. 현장에 빠삭한 소장님은 종교지도자를 사람들이 안보이는 곳으로 따로 불러내 이야기를 나눈다.     


 "코로나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손씻는다고 인부들이 자리 비우고 작업 속도는 떨어지고 있어 큰일이다."

"종교계에서 권장하는 일이라 참."

"담배 한 대 피면서 좋은 방안을 좀 고민해줘“     


소장님은 100,000rp를 꼬깃꼬깃 접어 종교지도자에게 건네준다. 종교지도자는 별 말 없이 돈을 받는다. 그 뒤로 자신들 끼리 계급을 나눠 회사 직원은 기도전 자리를 비울 수 있게 만들고, 현장 일용직들은 자리를 비울 수 없게 만들었다. 허무하리만큼 쉽게 소동이 끝났다. 상식위에 돈이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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