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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습관

by 거북이 Jan 19. 2025

초등학생 아이가 '엄마, 엄마 이거 재밌는 거야' 하면서 흔한남매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보여줍니다. 같이 영상을 들여다 보지만, 도통 재밌어 하지 않는 제 표정에 아이는 마음이 상한가 봅니다. 


아이에게 '영상속에 있는 사람들이 어른인데도 아이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어쩐지 너무 이상해 보인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너희들한테는 이게 재미있을수도 있지만 어른한테는 재미없을 수도 있다, 고 말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른인데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일상이고 너무나 익숙해서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혹은 어른인데도 어른스럽지 못한 모습을 아이에게 보인 것 같은 미안함이 드러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어린아이같이 말하고 생각하는 '일습관'들이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 '아, 짜증나' 라고 말하며, 짜증나는 기분을 옆 사람들에게 전파합니다. 혹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표정과 행동으로 다 드러나게 합니다.   

- 마음속으로 '하기 싫은데...' 라고 외치고 있지만, 명령과 지시니 억지로 참으며 일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흉내를 내는 것이 되고 맙니다. 그러면서 인생이라는 소중한 시간과 돈(월급)을 교환한다고 생각합니다.  

- 뜻대로 일이 잘 안될 때,  나자신을 자책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탓을 합니다.    


이런 일습관과 말습관들은 우리가 같이 일하는 한 팀임을 잊게 합니다. 나만 애쓰고 힘든 것으로 착각하게 합니다. 동료 파트너십을 잃게 합니다.     


특히, 상사라는 리더의 자리에 있을 때 어린아이의 일습관의 파급효과와 영향력이 큰 것 같습니다. 


몇년 함께 일했던 과장님이 생각납니다. 하루는 과장님께서 간부회의 혹은 하루종일 여기저기 외부 출장을 다녀오신 후였습니다. '아, 정말 과장해먹기 힘드네. ㅇㅇ주임, 자네가 나 대신 과장 할 건가?' 라고 농담처럼 웃으시며 본인의 괴로움을 표현하셨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과장님이 참 현명한 분이신 듯합니다. 직원들도 리더가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함께 뭐가 문제인지 공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도 '내가 뭐 도와 줄 일이 없는가?' 라고도 물어보시고 자기의 책임도 회피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힘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반면에 어떤 상사는 종종 직원들에게 '그런식으로 일하면 같이 일 못하지' 라고 말하는 말습관을 가진 분이 있으셨습니다. 비록 그 분의 말 속에서 이 분에게 있어 직장에서 일과 성과가 얼마나 소중한 의미인지 알게 되었지만, 한편 말 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습니다. 


상사분 본인에게는 오랜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인간적으로 참 외로울 것 같다, 라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부하직원에게 있어서는 사람을 배척하는 이 분의 말습관으로 인해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고, 마치 일의 성과를 위한 도구'로만 느껴져 서글픔이 들게 했습니다.     


존경과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상사를 만나면,  '저 분에게 누를 끼치면 안되겠구나' 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게 됩니다. 직원이 스스로 일하게 회사도 성장하고 직원도 성장하게 되는 같습니다. 두려움과 지시로 일할 때는 회사만 성공하는, 상사만 성공하는 50점짜리 성공일 뿐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발전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 자신은 발전하지 못하고 회사만 상사만 성공하는 회사에 누가 계속 있고 싶을까요. 존경과 신뢰로 일하게 되면, 회사와 개인의 모두에게 만족감이 높고 성취도 누적될 것입니다.      

 

하지만  어찌되었던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고 표현해 주셨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솔직함이 친절과 미소가 단순히 악세사리 장식 같은 것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시커먼 본심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대화와 소통은 본인의 감정과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데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참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냅니다. 그곳에서 어떤 습관과 관이 채워져야 우리 인생이라는 시간이 풍성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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