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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이 Oct 10. 2023

11. 걱정투성이

암환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 아빠는 2023년 5월 '변연부 B세포 림프종 / MALT Lymphoma'(혈액암/림프종/임파선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 PC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아빠의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첫 1차 때는 매주 병원에 와서 수치를 보자고 하셨다. 이때 보는 수치는 '호중구 수치'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몸 안의 면역력이 버틸만한 상태인가 확인하는 것이었다. 암이 갑자기 확 퍼져서 죽을 일은 없다. 하지만 위험한 건 '감염'이다. 특히 어르신들이 조심할 건 '폐렴'. 그 외에도 피가 잘 멎지 않을 수 있기에 몸 안팎의 상처와 출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피가 멎지 않을 땐 당연히 응급실로.


첫 주사를 맞고 1주일 뒤. 채혈, 엑스레이 촬영, 그리고 진료를 보았다. 다행히 수치는 정상이었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다시 채혈, 엑스레이 촬영, 진료. 이 때는 호중구 수치가 낮았다. 그래서 호중구를 높여주는 주사를 처방받아 복부에 두 방 맞고 귀가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새벽. 아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재난문자'가 왔다. 거실로 나오니 엄마, 아빠도 거실로 나오셨다. 그동안 여러 위협에는 단련(?)되어 있었지만 그런 재난문자는 처음이라 혹시 정말 전쟁이라도 일어나는 걸까, 싶었다. 어디로 대피해야 하나 잠깐 생각했다가, 그보단 항암치료는 앞으로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암 주사를 맞고 첫 1-2주 동안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항암 주사를 맞으면 호중구 수치가 낮아지는데, 그렇게 되면 감염 위험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암 기간 내내 생것은 절대 금지였다. 특히 생선회, 육회, 생야채. 껍질째 먹는 과일도 피하라고 했다. 생김치도 안된다고 해서 집에 있는 김치를 모두 볶았다. 김치에는 생물로 만든 젓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유도 팩 포장된 멸균우유가 좋다고 했다.


드디어 우리 집에서도 몸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몸에 좋다고 해서 과하게 찾아 먹으면 안 됩니다.) 아빠가 찾아온 것은 마늘, 엄마가 찾은 건 올리브오일이었다. 그래서 매 끼니 식탁에는 올리브오일로 볶은 통마늘이 올랐다. 엄마의 명령(?)으로 좋은 올리브오일을 고르는 건 내 몫이어서 한참 꽤나 공부해서 구입했다.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보고 구입하고, 그런 모습이 재미있단 생각도 들었다가 서글퍼졌다.


엄마는 당신이 못해준 게 있나 싶어 자책을 하기 시작하셨다. 결혼 후 전업주부로만 살고 있는 엄마다 보니 건강과 식사는 당연히 엄마의 전담이었다. 그런데 아빠가 암이라고 하니, 엄마는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고 속상해하셨다. 우리 집 매일 아침 식탁에는 생선이 올라왔다. 엄마는 생선을 구울 때 썼던 종이호일이 문제였을까, 라고 되뇌었다. 암에는 원인이 없다고, 엄마를 다독일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저녁,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계시다가 어, 어... 하시더니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난다고 하셨다. 놀랐지만 바로 마사지기가 생각나서 꺼내 문질러드리며 만져보니 튼튼한 줄로만 알았던 아빠의 허벅다리가 참 얇다. 괜히 울컥하면서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꾹꾹 마사지했다. 이내 쥐는 풀렸다.


이런 증상도 혹시 항암 부작용일까? 모든 작은 증상들을 전부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된다. (이후에 간호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그럴 수 있다고 했다. 쥐가 자주 나거나 걷기 어려울 정도라면 병원에 왔을 때 꼭 얘기하라고 하셨다.)


어떤 날엔 반나절 이상 인터넷만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만하고 할 일 해야지, 했다가도 또 문득 생각나는걸 다시 검색해 본다. 그만 보자, 했다가도 찾고, 찾고, 또 찾는다. 뭘 찾는 건지도 모르겠다. 관련된 정보는 줄줄이 쏟아진다. 결국 내가 찾고 있는 건,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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