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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 Mar 05. 2024

에이섹슈얼 연구 리뷰(?)

한국사회에서 에이섹슈얼의 스트레스경험과 대처 방법에 대한 합의적 질적연구

얼마전 "한국 사회에서 에이섹슈얼의 스트레스 경험과 대처 방법에 대한 합의적 질적 연구" 라는 제목의 학위논문이 발표되었다. 에이엄 내에서는 첫 국내 학술논문이라 더 크게 공유가 되었고, 나 역시 흥미롭게 읽었다.  내용상으로 크게 모르는 내용은 없었다. 내가, 내주변의 에이엄들이 수없이 호소하고 주장했던 스트레스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드디어 에이섹슈얼에 대한 첫 번째 국내 학위논문이 발표되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기초적인 단계의 연구가 이제서야 나왔다는게 나를 암담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이 또한 우리의 언어가 될테니일단은 충분히 기뻐해야겠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개인의 스트레스 경험에서 "타인에게 나를 설명하기 어려움"을 연구 참여자 12명 모두가 호소했다는 것이다. 논문에선 "대다수의 참여자들은 유성애자가 경험하는 성적끌림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적 끌림과 성욕의 차이 및 성적 끌림의 부재를 상대방에게 이해시키기 어렵고, 유성애 중심적인 언어에 갇혀 자신의 경험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고 언급하였다." 고 서술되었다. '진정한 사랑을 하면 달라질 것으로 여김'과 '내가 어떤 사람인지 혼란스러움' 역시 각각 11명의 연구참여자가 해당되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혼란스러움'은 [성적 끌림을 인간의 본능으로 여기는 사회의 성적 규범을 내면화해 자신을 잘못되거나 문제 있는 사람으로 지각하며 혼란을 겪었다는 내용의 범주이다. (중략) 참여자들은 자신을 에이섹슈얼로 정체화하는 것이 친밀한 대인관계 접촉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이라고 생각하거나,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는 것을 심리적 장애로 인식하며 자신이 ‘문제 있는’ 사람일 수 있다는 불안함을 경험했다고 보고하였다.]

 

그리고 그 개인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가장 빈도수가 높았던 것은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찾음" 과 "기존의 관계를 넘어서 새로운 관계를 맺음" 이었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찾음" 범주는 [사회의 성적 규범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찾으며 대처하였다는 내용으로, 참여자들은 정체화 이전에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기 어렵고 기존의 규범 속에서 자신을 판단하게 되었다면 에이섹슈얼 스펙트럼 안에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용어를 찾은 뒤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존의 관계를 넘어서 새로운 관계를 맺음" [범주는 에이섹슈얼로 정체화하고 주변에 자신을 드러내면서 기존의 관계를 넘어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갔다는 내용의 범주이다. 구체적으로, 참여자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관계를 맺으며 이전에는 나누지 못했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이를 통해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 서로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언급하였다.] 고 한다. 


나는 왜 이 대목들이 유달리 눈에 익을까. 분명 문자로서 정리된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이는 너무나도 내 일상이었다. 지금 내가 글을 써내려가는 와중에도 은은하게 겪는 현실이며, 어쩌면 내가 죽을 때까지 겪어야할 비극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매우 만연하다. 적어도 에이섹슈얼 범주에 있는 이들에게는 말이다. 이 점이 나를 더 간절하고 뼈아프게 만든다. 


더더 빨리 뭔가를 해내야 할 것 같다.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결국 나는 또 길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목표도 없이 일단 당장 뛰쳐나가야할 것만 같은 압력을 느낀다. 이 압박감을 잘 견뎌내야만 하는 것이 유성애-유연정 중심적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내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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