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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Jul 21. 2024

이야기로 만들다. 2

진짜 골룸.


몰랐다 진짜.
한 줌 남긴 머리칼이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화장실 거울에 보이는 저이는 누군가?.
처음 보는 얼굴이다.
윗 머리 한 줌이라도 남기면 옆으로, 뒤로 내려 덮일 줄 알았다.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 바닥 같은 얼굴 위로 겨우내 밭에 버려져 있던 말라비틀어진 대파 뿌리 마냥 나자빠진, 한 줌의 머리카락이 이리도 황망해 보이는지.
언젠가 코미디에서 본 여자가 흉내 냈던 그, 뭐더라? 고오... 골룸이다.
저절로 눈이 질끈 감긴다.
 에효...... 애들이 보면 나보다 더 놀래겠다.
애꿎게 손만 닦다 나오니  간병인이 킥 웃음을 참는 게 보인다.
손에 잡히는 대로 수건으로 동여맸다.
나는 무섭고 속이 상하는데.....
벌써 저녁 시간인지 여기저기서 밥이 배달된다.
내일 아침 일찍 수술 시간이 정해졌다며 저녁부터 금식이라고 알려준다. 간병인은 도시락을 꺼내던 손을 멈추며 어색하게 바라본다.
 음식냄새 맡는 것도 고역이라서  복도로 나오니 휑하다.
 3년 전에 인공 관절 수술을 하고나서부터 다리에 힘이 빠져서 자주 넘어졌다. 유모차를 밀고라도 복지관은 갔었는데 지난겨울부터는 거의 가지 못했다.
 집에 있어봐야 혼자 TV만 멍하니 보고, 뒷방 늙은이처럼 있는 내가 너무 한심했다.
 내일 수술하고 나면 마음대로 나가서 다닐 수 있겠지.
 어제 딸년이 쥐어박듯이 하던 말이 아직도 속을 울린다.
 " 엄마가 원해서 하시는 거지만 난 아직도 확신이 없어. 엄마도 큰 기대는 하지 마셔.
당장 밖으로 뛰어나가시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수술이 잘되고 재활까지 열심히 하시면 원하시는 데로 하실 수 있으니까. 잘 이겨내셔."
' 밉살 맞은 년 같으니라고. 같이 살아도 내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도 모르면서.'

 지난달 영감 제사에 모여 앉은 애들은 둘째만 빼고 모두 수술을 반대했었다.
 팔십이 넘은 나이에 전신마취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희가 경험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보다 더 겁을 먹었다.
둘째와 내가 꼭 해야겠다고 하니 만약 잘못되면 요양원에 가야 한다며 협박처럼 말했었다.
그래도 나와 둘째는 비밀은 털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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