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아 올 시각은 분명 아니건만, 습관이 되어버린 시선은 베란다 창을 통해 가까이 있는 하늘의 표정을 살핀다.
먹빛이다.
아침으로 먹을 누룽지를 뜨거운 물에 덤벙 담가둔다.
눌어붙었던 빛깔이 곱다.
친구에게 이무롭지 않게 물었던 안부에 또 덜커덕 얹혀 버렸다.
별일 없지?
넌?
늘 그날이 그날이지..
좋겠다.
뭔 일 있어?
늘 그 모양이지.
조만간 낮술 한잔 해야겠네.
더는 물어볼 말이 남아 있지 않았다. 조만간이라고 한 것은 의무감에 한 말에 가깝다.
구구절절이 아는 이야기를 토씨 하나 빼지 않고 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친구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가끔 불러 내주는 것이다.
낮술에 얼근하게 취하게 해서 노래방으로 데려가서는 친구가 부를 노래를 십여 곡 예약해 놓으면 된다.
스스로 갇힌 감옥을 나오지 못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언젠가부터 친구의 우는 소리가 그저 틀어 놓은 TV소리와 같아졌었다.
더는 안부를 쉽게 물어보기 힘든 세상이 된 것인지 이미 유추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인지......
다음 주말에는 짬을 내야겠다.
만들어 놓은 누룽지도 가져다주어야겠다.
눌어붙은 마음에 찬물 한 바가지부어서 푹 퍼지게 끓여 먹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