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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Nov 04. 2024

국화도에는 국화가 없다.

럭셔리한 여행. 3



 바람이 터졌다.
 입 안 가득 물고 있던 공기가 한꺼번에 뱉어진 듯이  섬을 아무렇게나 흔들어 댄다.
 좌대 낚시를 예상했던 계획을 수정하고 그는 섬 둘레를 돌아보기로 하고  나는 하고 싶은 나만의 놀이를 하고.
 돌아온 그는 ' 국화도엔 국화가 없네.' 내미는 핸드폰 사진 속에는 자잘한 산국만이 수줍게 숨어있다.
 조개와 게 몇 마리 넣은 해물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나자 그는 낚싯대를 챙겨서 선착장 쪽을 나있는 테크 길에 들어선다.
 뒤에 있는 나를 의식해서 천천히 걷고 있지만 나는 안다.
 뛰어가고 싶은 마음을.( 놀이터에 가는 아이의 뜀박질이 보인다.)
 모퉁이를 돌아 선 그가 보이지 않자 나도 후다닥
읽던   속으로 눈을 묻는다.
 활짝 열린 문으로 거세게 바람이 들이친다. 전혀 냉기가 없다.
글을 읽다 보면 어느 시점에 눈은 쉬는 시간을 알린다.
서슬 퍼런 바다에 낚싯대 드리우듯 시선을 던지며 잘 놀고 있을 그에게로 간다.
놀래미 한 마리 잡았다면서 저녁에 한 술 하려면 두 마리는 더 잡아야겠지? 한다.
들고 나는 사람들은 터진 바람 탓을 하며 툴툴거린다.( 낚시꾼의 낚시가 안 되는 이유 2만 가지 중의 하나이다.)
 맑아진 눈에 넣고 싶은 것은 오로지 저 지랄 맞은 바람뿐이다.
 해가 지고 돌아온 그의 손에 들려있는 놀래미와 감성돔, 그리고 우럭 두 마리.
 회를 떠서 막 술 한 모금 넘기려는데 드러난 갯벌 쪽에서 폭죽이 터진다.
 주말이어서인지 물 나간 자리를 여행객들이 채웠다.
 불꽃 축제를 보러 나온 젊은 부부가 조개구이를, 더불어 우리가 뜸벅뜸벅 썬 회 한 접시가 곁들여서 저녁 식탁이 차려졌다.


달다.

 술잔이 채워지고 거기에 담기는 이야기가 아름다운 밤.

 불꽃놀이가 끝난 자리에서 나뭇단이 탄다.

중년들의 마른 장작 타는 소리.

불멍이 한 껏 고조되고, 누군가의  오래된 노래에 취하고, 기세를 꺽지 않은 밤바람에 취하고, 젊은 부부의 이야기에 취하고, 아직도 바람은 잦아들지 않는다.

 
 국화도에 국화는 없어도 꽃의 향기를 품은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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