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닭 3

끝까지 간다

by 날개


문제는 가죽구두였다.

돌이 지날 무렵 소아마비를 앓았던 동생은 한쪽 다리가 조금 짧았다.

심장병을 앓고 있던 동생은 학교를 다니면서 유독 더 절룩였다.

가방이야 내가 들고 다녔지만, 기울어지는 걸음걸이는 내가 도울 방법이 없었다.

운동화 바닥은 멀쩡한 뒤꿈치에 비해 앞쪽은 말 그대로 뻥 뚫어지곤 했다.

정립회관이라는 곳을 알아낸 엄마가 맞춰 준 가죽 신발은 한 짝이었다. 그야말로 키높이 신발이었는데 무릎까지 덮여 있어 오히려 더 불편해했다.

치료 목적이라며 다리를 늘려 준다고 했는데 믿을 수밖에.

절던 다리 대신 뻗정다리로 바뀐 것뿐이었다.

불편하니 동생은 엄마가 집에 있을 때만 신었다.


동생이 울면서 들어서는데 맨발이다.

넘어졌는지 맞았는지 서러운 울음이 묻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누구야?

뒤에 따라 들어오던 막내가 이른다.

"경삼이 오빠랑 해석이 오빠가 쩔뚝발이라고 놀리면서 오빠 신발을 가져갔어."


둘이다.


일대일이면 내가 이길 수 있지만 둘은 작전이 필요하다.

경삼이보다 해석이가 만만하지만 해석이는 형제들이 넷인 집의 막내라서 그들이 집에 있다면.......

경삼이 엄마와 우리 엄마는 같이 장사를 한다.

아직 점심때이니 오시려면 멀었고, 경삼이 새끼는 워낙 잘 도망 다녀서 한 번에 잡지 못하면 제 엄마 치마폭에 숨을 것이다.

엄마가 오시기 전에 구두를 찾아야 하는데,

산 91번지는 수재민촌이라 불렸다.

서울의 여기저기서 수해를 당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물난리에는 남아나는 게 없다고 했던가?

아무것도 없어서 그랬을까?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서 싸움이 일어났다.

주로 부부싸움이었지만, 우리 집으로 도망 오는 동네 아줌마들이 늘어났다.

특히 체구가 작은 경삼이 엄마는 우리 집 장롱 속에 숨어서 바닥이 얇은 베니아 판이 빠지직거리다 주저앉아 버린 적이 있었다. 결국 경삼이 아버지가 고치기는 했지만.

또 없는 것이 변소였다.

세 골목 사람들이 같이 쓰는 공동 화장실이 있었다.


방법을 찾았다.


빗자루를 들고 공동 변소가 보이는 만호네 부엌문 뒤에 숨었다.

걸리기만 해라

변소는 작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고 입구가 좁아서 입구만 막으면 잡을 수가 있다.

구두를 찾지 못하면 이유야 어떻든 엄마의 근심이 클 것이고 다시 구두를 맞추려면 돈이 많이 들것에 대해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때였다.

해석이가 변소를 향해 뛰어 온다.

나는 아예 만호네 부엌으로 들어가서 아예 몸을 숨겼다.

변소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날아갔다. 정말 날아올라간 것이 맞았다.

변소 문을 열자마자 들고 있던 빗자루로 빨갛게 힘을 주고 있던 해석이 머리통을 향해 퍽퍽 내리쳤다.

벌떡 일어 난 해석이의 눈은 튀어나오려고 했고 얼굴이 더 빨개졌다.


변소 난타전 이후 나는 해석이를 애석이라 놀렸다. 왜냐고? 난 못 봤으니까. 애석하게도

구두는 경삼이가 가져갔다며 엉엉 울면서 튀어나갔다.

경삼이가 공터 쪽에서 낄낄거리며 혀를 내민다. 구두를 갖고 있지 않았다.

저 뺀질이를 어떻게 잡나.

골목을 빠져나오는데 해석이 우는 소리 뒤에서 상희의 목소리가 찢어진다.

누가 우리 해석이를 때렸어?

나다. 왜?

엥. 상희 뒤에 영희언니까지 부룩거리며 따라온다.

너야? 막내 울린 게?

그래. 나다. 너네 동생이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먼저 해야지. 어따대고 소리를 질러? 옳지 너네들 쌍으로 잘 걸렸다.

내 동생 구두값부터 물어 내.

아니면 도둑질했다고 온 동네 소문낼 테니까.

학교에도.

영희언니가 해석이에게 물었고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린 상희가 해석이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한 대 더 때렸다.

어느새 경삼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 구두가 얼마나 비싼지 알아? 너네 형 공장에서 받는 월급 가지고도 안된다고.

어디선가 듣고 있을 경삼이 새끼 들으라고 큰소리로 떠들었다.

해석이네 삼 남매의 얼굴이 하얘졌다.


저녁 무렵.

구두는 대문 앞에 돌아와 있었다.


아무 일 없는 듯이 저녁을 먹는데 경삼이 엄마가 마실을 오셨다.

경삼이는 집에 있어요?

저녁 먹고 숙제한다.

아저씨도 계세요?

아니. 어디서 또 술 한잔 하는갑다.


됐다.

한달음에 달려가 경삼이네 방문을 열어젖히니

숙제한다던 녀석은 이불 위에 뒹굴거리고 있었다.

너 오늘 잘 걸렸다. 번개같이 뛰어 들어가서

이불자락을 잡아 덮어 씌우고는 난 그 위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덕구누나.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께.

정말 다시는 안 그럴께.

낮의 사연을 듣고 쫓아 들어온 아줌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나를 멈추게 했다.

아줌마는 내게 사과하셨다.

경삼이는 자신이 더 혼내겠다고.

낮부터 똘똘 뭉친 멍이 풀리면서 울음이 터졌다.

문 앞에서 아저씨와 마주쳤다.

경이가? 심부름 왔나?

아뇨. 경삼이 패주러 왔어요.

아저씨는 우는 나의 어깨를 토닥이시며

또 경삼이가 덕구 괴롭혔드나?

대답도 하기 전에 엄마가 내 손을 잡아당긴다.

애들끼리 그런 걸....... 경이가 지 동생이라면 벌벌 떨어서 그래요. 들어가세요.

경이가 맥없이 그랬을라구요. 이노무 자슥.......

경아! 내가 경삼이 혼내 줄 테니 그만 울어라.

에구 미안합니다 들어가세요.


집으로 오면서 엄마는 나를 혼내지 않았다.


대신 우리 삼 남매에게

가르쳐 준 노래를 흥얼거리셨다.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 형제

반짝반짝

정답게 지내이더니


웬일인지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남은별만 둘이서

눈물 흘리네.

( 형제 별 )


이전 04화 쌈닭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