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첫날밤

좋지 않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by 임가영

여기저기 물난리 소식에 안타까워하고 있을 즈음,

퇴근길 친구와 맥주 한잔하고 간다며 b에게서 카톡이 왔다. 비가 이렇게 미치도록 오는데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sns에 올라온 미호강의 물은 흡사 메콩강의 흙탕물처럼 무섭게 넘쳐흐르고 있었다. 속속 올라오는 수해 피해 소식에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좋지 않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오늘이 꼭 그런 날이었다.


맥주 한잔하고 온다더니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b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여보 놀래지 마. 나 병원이야. 간단하게 응급 진료만 보고 가면 될 줄 알고 너 걱정할까 봐 술 한잔하고 들어간다는 거였는데 입원을 하래. 올 수 있어?"


너무 놀라서 잠시 몇 초간 멈춰서 우두커니 있었다.


가끔은 너무나 순하고 착한 b의 마음이 바보 같다. 내가 너무 잘 우니까.... 행여나 하나뿐인 마누라 놀래서 많이 울까 봐 자기 발로 응급실에 왔단다.


7년 전이었다. b가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건.

이번에도 그는 비슷한 전조증상이 보여 자기 발로 집 근처 가까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간 거다.

다행히 피검사 결과 바로 시술을 할 정도는 아니어서 입원을 하고 월요일에 정밀검사를 하기로 했다.



얼마 전 아빠가 오랫동안 병원에 있다 퇴원해서 그런지 친정 엄마의 짐 챙기는 속도는 전광석화처럼 빨랐다. 보호자 이불과 베개, 물티슈, 양치컵 등등 난 그 사이 편한 옷가지와 스킨로션을 챙겼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리고 또다시 드는 생각. 우리 가족에게 좀 쉬었다 가라는 하나님의 예비하신 계획이란 걸 다시금 깨닫는 순간.


밤 9시 넘어서 입원실에 올라와 병실이 다인실뿐이다. 혈관 확장제가 들어가서 인지 b의 표정이 참 밝다.


"너랑 이렇게 병실에 둘이 있으니까 좋네."


b가 웃으니 나도 웃는다.


이런 거 보면 천생연분인 거 같기도 하고... 다행이지 뭐.

몇 년 전 미용 그만두고 사업한다고 했을 땐 정말 막막하고 미웠었는데 부부의 세계란 정말 묘한 영역이다.


곤히 자는 모습이 아이 같다. 별문제 없이 월요일 퇴원하게 되길 바라며 b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난 COPD 폐쇄성 폐 질환 말고는 워낙 건강 체질이라 병원에 한 번도 입원한 적이 없고, b가 몇 년 전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실려왔을 때도 중환자실에 있다 바로 퇴원해 부부동반 병실 외박은 첫날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잠이 안 온다. 열어 놓은 창문 사이로 빗길을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와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만 들릴 뿐 고요한 병실.



열일곱 살에 처음 만났으니 b를 만난 지도 27년째. 앞으로 50년은 더 함께 깨 볶으며 살자는 야무진 상상을 해본다.


잠들기 전 "우리 여름휴가는 어디로 갈까?"

얘기하는 걸 보니 철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꽤 병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오늘 밤은 잠들기 전 꼭 기도하고 자야지. b의 건강과 수해 피해로 마음 아픈 이들을 위해서.....


*그림 by 지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