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리 Oct 22. 2023

처음 해 보는 일들이 늘어간다


어쩌다 보니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가장 짧은 5km 걷기 코스이긴 하지만, 유니폼을 입고, 번호판을 달고, 기록 측정용 태그를 운동화에 부착하고 나니 제법 선수가 된 느낌이었다. 수백 명이 함께 출발선에 서니까 괜히 가슴이 벅차고,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아름다운 구좌의 해안도로를 따라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뛰기도 했다. 맞은편에 반환점을 돌아오는 반가운 얼굴들이 지나가면 아낌없이 응원했다. 아이들은 중간점에서 종이컵에 담긴 이온음료 마시는 걸 좋아했는데, 두 번밖에 없어서 아쉬워했다. 10km를 뛰면 네 번 마실 수 있다고 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투명한 바닷물 속 뿔소라도 세어보고, 기마경찰도 넋 놓고 구경했다. 화창한 날씨와 시원한 바닷바람, 사람들의 함성 그리고 힘차게 돌아가던 풍차 소리가 선명하다.


나름 고난 끝에 결승선을 통과한 우리는 완주 메달을 받고 뿌듯해했고, 기록 측정용 태그를 낡아 떨어질 때까지 운동화에 훈장처럼 달고 다녔다. 제주에 오지 않았다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할 일이 있었을까. 처음 해 보는 일들이 하나씩 늘어간다.



작가의 이전글 비가 금방 그칠 거라는 믿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