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내가 보지 못햇던 신호들
사람의 마음에는 늘 신호가 있다.
하지만 그 신호는 언제나 명확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때의 나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장면들은 놓치고 있었다.
감정이 생길 때는 그 흐름만 보이기 쉬워
반대편에서 보내는 다른 신호들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떠올려보면, 그 사람은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가까이 다가오는 듯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다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나는 그 균형을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거리는 그 사람의 마음이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그가 보낸 말과 행동이 서로 엇갈려 보일 때도 있었다.
말은 따뜻했지만
표정은 가벼웠고,
배려처럼 느껴지던 행동이
막상 돌이켜보면 습관처럼 반복된 것이기도 했다.
나는 그때 그것을 ‘성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나에게 깊이 관여하지 않으려는
무의식적인 거리감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움직일 때 우리는
보이고 싶은 것만 보고,
긍정적인 부분만 더 크게 해석한다.
작은 회피나, 대답이 늦어진 메시지,
어딘가 어색한 침묵 같은 것들은
그저 사소한 일로 넘겨버린다.
그러는 사이에
상대가 보내는 미세한 신호들은
내 감정 뒤에 가려져 점점 흐려진다.
나는 그때
내가 느낀 따뜻함에 집중하느라
그 사람이 보여주지 않은 부분들에는
눈길을 주지 못했다.
기대가 생기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려워진다는 걸
그때는 잘 알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마음이 쏠릴수록
나는 더 조용히, 더 세심하게
상대의 움직임을 살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신호들은 분명히 있었다.
어디까지 다가올 수 있는지,
어디까지 물러나고 싶은지,
그 사람의 마음은 이미
작은 언어와 행동 속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다만 그때의 나는
그 신호들을 읽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보고 싶지 않았던 것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