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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리 Dec 11. 2023

정신과 4번째 진료-한달이 무난하게 지나갔다.

또다른 동반자-우울증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는 건 편해졌지만 남자 의사는 여전히 불편했다.

도대체 왜 불편한지 모르겠다.

정말 친절하고 다정한데... 


아무튼 요즘은 어떠냐는 질문으로 시작하길래 나는 좋다고 대답했다.

회사 가는 건 어떠냐길래 전처럼 힘들지 않고 훨씬 다닐만하다고 했다.

뜬금없이 팀원이 몇 명이냐 묻길래 나까지 6명이라고 하니까, 그중에서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몇 명이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1명만 불편하고 4명은 편하다고 했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 어느 유명한 강사분이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10명 있으면 그중에 5명은 괜찮고 3명은 나를 좋아하고 2명은 나를 싫어하는 건 정상인 거라고요. 잘 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도 된다고요. 모두가 다 나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거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4명이 편하고 1명만 불편한 거니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아요.


- 음... 원래 있던 팀에서 팀장이 혼자 나를 오해하고 쫓아내서 갑자기 이 팀으로 오게 됐는데 솔직히 전보다 훨씬 편하긴 해요. 그런데 괜찮다는 그 4명도 나랑 다른 생각을 말하거나 하면 정말 답답하고 짜증이 나요.

- 다른 생각을 말하면 그렇군요.

- 네. 전에는 그거 때문에 혼자서 엄청 힘들어했는데, 그래도 요즘에는 금방 잊어버리고 괜찮아져요. 


속으로 괜찮다는 그 4명도 나를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혼자 과대망상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팀장이 나를 쫓아낸 얘기를 더 할까 싶었지만 의사가 굳이 더 물어보지 않아서 안 했다.

솔직히 진짜 억울했는데...

그 팀장 혼자 피해망상이 걸려 내가 행정실에 고자질을 했다고 뭐라고 하고 팀장을 험담하는 글을 블라인드에 썼다고 의심하더니, 결국 자기 맘대로 내가 범인이라고 확정 짓고는 막무가내로 팀을 변경하게 되었던 건데...

결과적으로는 회식 좋아하고 정치 험담하고 맨날 가족 욕하는 피곤한 팀장한테 벗어날 수 있어서 잘 된 거긴 했지만 조금은 억울하다.

그렇다고 오해를 풀고 싶은 생각도 없고 믿어주지도 않을 것 같아서 내버려 두고 있다.


- 딸과는 어떠세요? 나이가 있어서 사춘기가 왔을 것 같은데요.

- 아직 사춘기 안 왔어요. 잘 지내요. 주양육자가 제가 아니라서 아무래도 잔소리를 잘 안 해요. 그래서 잘 지내고 있어요.

- 그렇군요. 그러면 친정어머님과 딸은 사이가 어떤가요?

- 둘은 오래 같이 있어서 그런지 티격태격하긴 하는데 잘 지내긴 해요.

- 그러면 가족들과의 관계는 다 좋으신 거네요.

- 네, 그렇죠.

- 다행이네요. 그럼 다음 주 언제 보는 게 좋을까요?

- 그런데 이렇게 매주마다 와야 하는 걸까요?

- 진행경과 보면서 4주까지 늘릴 수는 있거든요. 상황 봐서 2주로 늘렸다가 할 수도 있어요.

-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간단히 4번째 면담도 끝나고 한번 더 다음 주 예약을 잡았다.

매주 방문하는 게 귀찮아서 다음부터는 2주마다 한 번씩 보자고 해보자고 생각하면서.

요즘은 정말 마음이 평온하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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