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술을 하나 더 습득하다.

한샘 시스템장 셀프 설치 성공

by 리메리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에 보면, 구애를 하는 남자가 브리짓에게 하는 말이 있다.

"내가 우리가 같이 만들 스웨덴 가구(이케아)를 사 왔어요.
이것을 우리가 같이 만든다면, 우리는 무슨 일이든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I would have bought Swedish furniture for us to make.
If we can get through this, we can get through anything."


이케아 가구 조립이 정말 만만치 않은데, 서양에서는 이케아 가구 조립하다가 싸우는 커플들이 하도 많다 보니 이런 우스개 소리도 생겼나 보더라.

이상하게 별 거 아닌 이 대사가 내게는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아마도 남자가 생기면 이케아 가구 조립을 같이 꼭 해봐서 테스트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그랬는지 모르겠다.

브리짓존스의베이비중에서.png


이케아 가구 조립은 그냥 상징이다.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서 부딪힐 일이 한가득일 텐데, 서로 얼마나 이해하고 맞춰가면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을 가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늘 나는 남편이랑 이케아 가구 조립보다 더 어려운 한샘 시스템장 조립을 성공했다.

당근으로 구입한 한샘 시스템장을 옮기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자재는 너무 무겁고 너무 컸다.

안 들어갈 것 같던 거울장과 철제틀을 보조석까지 눕힌 SUV에 겨우 집어넣었다.

이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옮겼다.


신기하게도 짜증은 나지 않았는데, 걱정은 많았다.

30만 원이나 주고 산 이 시스템장을 우리가 조립하지 못할까 봐 말이다.

검색을 해봐도 뚜렷하게 나와있지도 않고, 한샘에 이전 설치 요청해야 한다고만 나와서 걱정됐다.

물론 나와 다르게 남편은 자기가 기계과 출신이라며 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남편의 자심감은 미심쩍었지만 어쨌든 자재들을 방에 다 옮기고 이제 설치 고민을 시작했다.

설치 설명서는 당연히 없다.

이케아는 친절하게 영상도 있고 설명서도 있는데 ㅠㅠ


이 철제는 어디에 들어가는 거며 이 선반은 어디에 맞는 건지 완성본을 보고 최대한 때려 맞추고 일단 조립을 시작했다.

우선 코너 프레임을 어떻게 잘 맞추긴 했는데 이 놈의 시스템장이 너무 헐거웠다.

이게 이렇게 부실할 리가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조립을 다 맞추고 나면 고정되는 시스템인 줄 알고 그냥 진행했다.

그렇지만 이쪽을 맞추면 저쪽이 헐겁고 저쪽을 맞추면 이쪽이 흔들리고, 도무지 답이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조립하는 게 이렇게 힘들다는 걸 몸소 느끼다 보니, 이전 설치 비용이 그렇게 비싼 게 납득됐다.

한샘시스템장나사표시.jpg
한샘시스템장나사.jpg
한샘 시스템장 고정 나사

몸이 고생하던 와중에 드디어 호언장담하던 남편이 한 건 했다.

시스템장 모서리 곳곳에 조이는 나사가 있었던 것이다.

그걸 조이니 대번에 튼튼하게 고정이 되었다. 신기.

더 이상 판이나 철제를 들고 있지 않아도 되니 순식간에 편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음 단계는 진행이 잘 안 되었다.

몇십 분을 낑낑댔며 나사를 조였다가 풀었다가 다시 끼웠다가 반복했지만 온전히 끼워지지가 않았다.

처음에 맞춘 건 그냥 운이 좋았던 거였다.

다시 힘으로 밀어붙였다가 다시 뗐다 붙였다가를 반복하다가 이번에 내가 해결책을 찾았다.

어디 한 군데에서 떨어져 나온 한샘 고정 나사를 발견한 것이다.

그 나사의 온전한 모습을 보고 나니 어떻게 이 시스템장이 고정되는지 알겠더라.

이거 만든 사람 누군지 정말 천재다.

바로 그 고정 나사 표면에 화살표 표시가 있었던 것이다.

세모 모양의 화살표를 끼워야 하는 방향으로 해놓으면 "열린" 것이고,

끼운 다음에 나사를 조이면 바로 "닫혀"서 조여지는 원리였다.

훗. 그다음엔 일사천리로 조립을 하고 마지막 난관도 있었지만 둘이 잔머리를 굴려서 무사히 해결했다.

한샘시스템장셀프설치.jpg
한샘시스템장.jpg
한샘 시스템장 셀프 설치 기념

머리는 산발이 되고 얼굴은 초췌하고 온몸에 땀은 잔뜩 흘러서 서로 모습이 정말 볼만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함박웃음을 띠었다.

이제 당근에 올려서 쉬는 날 이거 이전 설치 해주고 돈 벌자고 서로 너스레를 떨었다.

이렇게 또 할 수 있는 일이 늘었다는 사실에 기뻤다.


이어서 바로 벽걸이 티비 해제하고 스탠드까지 설치했는데, 이것도 막상 해보니 별 거 아니었다.

생존기술이 점점 늘어난다.

뭐든 해봐야 늘고, 하다 보면 안 될 일은 없나 보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16화아이를 생각하면 싸움을 멈추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