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생각하면 싸움을 멈추게 된다?

싸움은 어쨌든 안하는 게 제일이지 않을까...

by 리메리

필라테스를 마치고 진이 빠져 넋을 놓고 집으로 겨우 겨우 걸어가던 중이였다.

어디서 남자가 고래고래 성질을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가 길이냐고! 어? 길이 아닌데 왜 들어오냐고!"

고개를 돌려보니 번듯한 테슬라 새 차 주인이 배달 오토바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테슬라 주인이 오토바이 주인에게 삿대질을 하며 당장이라도 덤벼들려고 하는 걸,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필사적으로 말리고 있었다.

오토바이 주인은 그 상황에 아무 대꾸도 안하고 그냥 오토바이 위에 앉아있었다.

보통은 같이 싸우기 마련일텐데 왠일로 오토바이 주인이 가만히 있다 생각하며 그냥 지나가려 했다.


그런데 그 때 테슬라 뒷좌석에 앉아있는 아주 어린 여자애가 눈에 띠었다.

한창 귀여울 때의 아이가 동그란 눈을 하고 자동차 창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

테슬라로 다가가 아이에게 미소를 띄우며 부드럽게 말했다.

"애기야~ 귀 이렇게 막아. 그래~ 그래~ 귀 막고 있어~"

그렇게 저지르고 나서야 내가 또 오지랖을 부렸구나 싶어 그 성질난 테슬라 주인과 아내를 쳐다보았다.

혹시 나한테 불똥이 튀면 어쩌나 걱정도 스쳤다.

다행히 그들도 부끄러움을 알았는지, 나에게 별 말없이 바로 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


그냥 지나칠만한 사건이었다.

누가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고는 안난 것 같았고, 나도 운전하면서 오토바이를 못 보고 실수하는 일이 종종 있었으니 언제 어디서든 있을 법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싸움 현장에 있던 아이를 보니 순간 '아! 아이가 이런 거 보고 들으면 안되는데.' 싶은 생각부터 들었다.

부모가 화를 내는 상황이 아이에게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할 수만 있다면 아이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 테슬라 주인 아내는 남편을 말릴 게 아니라 아이를 안아줬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내도 그런 남편과 사느라 얼마나 힘들까.

그 남자는 자기차에 흠집이 날 뻔해서 화가 났던 걸까.

온갖 생각들이 뒤섞였다.


평소 내가 오지랖 부려서 좋았던 적은 잘 없었지만, 그래도 이번엔 좀 잘했던 것 같다.

나한테 안좋은 일이 생겼을 수도 있지만, 우선 싸움을 멈추는 게 나으니까.

아직도 그 아이의 눈빛과 표정이 기억난다.

겁에 질린 것은 아니고 그냥 '이게 뭔가' 싶어하는 모습이었지만 커가면서 아빠의 그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면 아이 정서가 어떻게 변할까.


'아이 앞에서는 찬물도 함부로 못 마신다.'고 정말 행동거지 하나하나 다 조심해야 한다는 걸 다시 생각했다.

아이 키우는 게 그렇게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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