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데이터를 원하는 모양으로 받는 법, AI와의 약속이 필요하다
마케팅팀의 박과장은 최근 AI를 활용한 업무 개선에 적극적이다. 경쟁업체 분석 자료가 필요해서 AI에게 요청했는데 결과가 기대와 달랐다. 분석 내용은 정확했지만 모든 정보가 긴 문단으로만 이어져 있어서 팀 회의에서 발표하기 어려웠다. 데이터를 표로 만들고 핵심 내용을 정리하느라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런 상황은 AI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경험이다. AI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잘 만들어주지만,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기 편한 형태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마치 정확한 길을 알려주지만 지도로 그려주지는 않는 안내자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AI에게 단순히 무엇을 할지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모양으로 결과를 받고 싶은지까지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출력 형식 지정이라고 하는데, 마치 주문할 때 음식 종류뿐만 아니라 포장 방법까지 정확히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신제품 출시를 위한 시장 조사 결과를 정리해달라고 AI에게 요청한다고 가정해보자. 막연하게 시장 조사 결과를 정리해달라고 하면 내용은 좋지만 활용하기 어려운 형태로 나온다. 하지만 제품명, 타겟 고객, 예상 가격, 경쟁 우위, 위험 요소 순서로 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면 회의 자료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결과를 받을 수 있다.
형식을 지정할 때는 최종적으로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야 한다면 CSV나 JSON 형식이 좋고,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면 제목과 소제목이 있는 문서 형식이 적합하다. 프레젠테이션에 사용할 예정이라면 슬라이드별로 구분된 형태로 요청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특히 반복적으로 사용할 자료의 경우 표준화된 형식을 만들어두면 매우 유용하다. 월간 매출 보고서를 매번 만든다면, 전체 매출액, 부서별 실적,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주요 성과 및 이슈, 다음 달 목표 같은 고정된 항목으로 구성된 템플릿을 만들어두고 AI에게 이 형식에 맞춰 자료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복잡한 업무에서는 여러 단계의 형식 지정이 필요하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상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기본 정보인 상품명과 가격부터 시작해서 재고 현황, 판매 통계, 고객 리뷰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데이터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이때 각 항목별로 어떤 형태의 데이터가 들어갈지, 어떤 단위로 표시할지까지 세세하게 지정해줘야 한다.
실제 업무에서는 팀원들과의 협업도 고려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같은 자료를 사용할 예정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준적인 형식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수한 기호나 복잡한 구조보다는 엑셀이나 구글 시트에서 쉽게 열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 실용적이다.
하지만 형식을 지정할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는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한 번에 너무 많은 항목과 복잡한 구조를 요구하면 AI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수 있다. 둘째는 예시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추상적인 설명보다는 실제 데이터 샘플을 보여주면 AI가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AI가 요청한 형식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럴 때는 단순히 다시 요청하는 것보다 왜 그런 형식이 필요한지 이유를 설명해주면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완성된 결과물을 받은 후에는 형식이 올바른지 스스로 검토해달라고 추가로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궁극적으로 출력 형식 지정은 AI와의 효과적인 소통을 위한 필수 기술이다. 내용만큼이나 형태가 중요한 현대 업무 환경에서, AI로부터 받은 자료를 추가 작업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다면 업무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는 것을 넘어서 AI를 진정한 업무 파트너로 활용하는 핵심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 작가 프로필
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