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천천히 중국어 배우기
둘째 아이를 등원시키고, 중국어 기초 회화 수업을 듣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평소와 달리 일찍 일어난 둘째 덕분에 평소보다 조금 여유롭게 도착했지만, 역시나 꼴찌다. 일찍부터 도착해 앞자리에 앉아있는 학우님들을 지나 내 지정석이 되어버린 맨 뒷자리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 짝꿍이었던 학우님들이 몸을 돌려 내게 눈인사를 건넸다.
나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눈인사에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담아 마음을 건넸다. 나와 함께 공부하고 있는 학우님들의 평균 나이는 70대로, 내가 들어오기 전 60대 초반의 학우님이 막내를 담당하고 계셨었다.
그러나, 수업이 시작되면 성별, 나이, 직업, 살아온 인생 같은 것들은 모두 사라진다. 선생님 앞에서 우린 모두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들이 된다. 교실을 가득 채운 나이 지긋하신 학우님들은 나와 같은 목표를 갖고, 같은 곳을 보며 공부하는 학생들이자 나의 친구들이다.
떠오르는 잡생각에 수업에 집중이 잘 안 됐던 날이 있었다. 그때 내 앞에 앉아계신 학우님들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잠시도 쉬지 않고 노트 위를 바삐 오가는 손과 선생님만 따라다니는 시선들,
모르는 것은 바로 손을 들어 묻고, 마침내 이해하게 됐을 때 얼굴 위로 옅게 퍼지는 생기 같은 것을 보자 아무런 까닭 없이 마음이 시큰거렸다.
마치 누군가 손으로 흩어진 내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무너지지 않도록 토닥거려 준 것만 같았다.
수업 끝나기 30분 전, 나와 학우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회화시간이 찾아왔다. 서로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귀를 기울인다. 어떤 의도나 꾸밈도 없는 순수한 말이 더듬더듬 밖으로 꺼내진다. 중국어 반, 한국어 반 섞인 말에 어느덧 손짓과 몸짓이 더해지면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렇게 한바탕의 웃음을 끝으로 수업이 끝났다. 집으로 가려는데 짝꿍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눈이 마주치자 주먹을 불끈 쥐고 내게 말했다.
今天!! 加油!! [오늘도 힘내!]
오늘도 한 뼘 더 가까워진, 우리는 朋友(펑요/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