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장애 일상 - 정신의학과

우울증과 마주하는 순간

by 미미



“우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감각에 대한 무능력이며, 우리의 육체가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어있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다.

그것은 슬픔을 경험하는 능력이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기쁨을 경험할 능력도 없는 것을 말한다.

우울한 사람은 만일 그가 슬픔을 느낄 수만 있어도 크게 구원을 받을 것이다.”

- 건강한 사회, 에리히 프롬 저 -






내가 우울장애 일거라 생각하며 정신의학과에 방문할 때, 그 발걸음이 홀가분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OECD 주요국 중 한국인의 우울감 경험률은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수치를 보이지만 우울장애 치료율은 최하위권이다.

그나마 우울장애로 인한 자살사건이 매스컴의 관심을 받으면서 우울장애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병이며 우울장애도 '감기를 치료하듯' 치료해야 하는 병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우울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울감이나 스트레스, 알코올문제, 불안감 등등 다양한 이유로 정신의학과에 방문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굉장히 많이 누그러진 편이라 하겠지만... 정신의학과를 방문하는 발걸음은 여전히 가볍지만은 않다.



내가 우울증 약을 먹는다고 엄마에게 말했던 날

"너는 정신병자였니?"라는 소리를 들었다.

친언니에게 말했던 날에는 " 너 그 정도였어?"라는 말을 들었고.



우울감 때문에 혹은 우울 장애 때문에 정신의학과를 방문하는 사람을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길래 정신질환자나 정신질환 자체를 욕하는 정신병자라고 부르는 것일까. 나는 단언컨대 가정 내 불화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가족에게 비아냥 거린다거나 가족음 음해한 적이 없고 술이나 담배도 하지 않았다. 사회적 규범에 위법된 것도 없었고 특별히 아픈 곳 없이 건강한 일반인이었다.

그런데 정신의학과에 방문해서 우울장애 판정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는 이유로, 가장 의지하고 싶었던 가족들에게 정신병자 소리를 들었다.



어쩌면 정신의학과에 방문하기 전이 훨씬 더 평범해 보이는 삶이었을지 모른다.

정신의학과에 방문하여 약물 치료를 하면서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지 않고 평온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였고 동시에 '분노'라는 뜨거운 적개심에 휩싸일 때도 있었다.

내가 실패했다고 믿었던 나의 일생이 온전히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환경적 영향)을 깨달았고 우울함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유년시절과 그 때문에 발행하는 현재의 문제들을 되돌아볼 수도 있어다.

나는 언제고 반드시 죽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믿으며 삶의 의지 보다 죽음에 대한 갈망이 크던 나에게 "사람들이 누구나 죽고 싶어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을 주기도 했다.

(이전에는 모든 사람들이 죽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 우리 가족은 모두 죽고 싶다고 했으니깐)








정신의학과에 처음 방문하게 되면 누구나 초진을 하게 되는데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고 의사와 짧은 면담을 진행한다. 상담센터가 아닌 정신의학과에서는 5분~30분 정도 간단한 면담을 진행하게 되는데 뒤에 대기환자가 많다면 어쩔 수 없이 면담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이점에서 아쉽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나에게는 매우 적당한 시간이었다.



20대 초반 대학교에서 운영했던 교내 상담프로그램을 통해 1년 동안 상담을 받을 수 있었는데 나의 어릴 적 생활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서 서술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으며 (상담 또한 나에겐 사회적인 활동이라 에너지 소비가 있다.) 상담하며 꺼냈던 어린 시절과 잔상과 남은 감정을 해소해야 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1년 간 상담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생각과 열정이 생기긴 했지만 상담과 함께 약물치료가 필요했던 나에겐 "울적했던 어린 날의 위로와 남은 삶에 대한 지지"를 받았던 긍정적인 추억 정도로 남았다.

혹시라도 오해가 있을까 봐 언급하자면, 상담선생님은 에너지가 넘치면서 다정한 분이셨다. 본받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심리상담을 했음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울적한 마음이 드는 것과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상황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에 나는 크게 낙담했다.



내가 요즘하고 있는 생각과 내가 겪고 있는 증상을 전달하고 상황에 적절한 약을 처방받는 것.

이 간단하면서 효율적인 정신의학과 시스템이 매우 만족스러웠고, 우울증 약을 먹고서 처음 경험하는 안락함과 은근히 느껴지는 에너지가 무척 새로웠다. 그간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먹었던 에너지드링크와 피로회복제 보다 인위적으로 몸을 깎아내는 느낌이 아니라 마음의 고요함이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참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처음에는 2주에 한 번씩 방문하여 약에 대한 반응이나 내가 문제로 여겼던 증상들의 차도를 보면서 1달에 한 번씩 방문하게 되었고 중간중간 상황에 따라서 약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약을 변경하는 과정을 겪으며 우울 장애 치료를 하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정신의학과 처음 방문하여 초진 했을 때 비용은 4~5만 원.

그 후에 나는 실비 처리를 받지 않고 기본 건강보험만 적용하여 본인부담금을 내고 있는데 3주 치 약을 처방받으면 보통 1만 5천 원 ~ 2만 원 정도 비용이 나온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조울증, 공황장애 약을 3주 치 처방받을 때 3만 원이 넘는 걸 본 적 없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만약 약이 추가되거나 필요시 먹는 약을 추가로 처방받는다면 그만큼 비용이 올라갈 거라 생각하고 나처럼 일반 정신의학과가 아니라 대형병원 정신의학과는 비용이 더 비싸다고 알고 있다.






정신의학과에 대한 에피소드랄까

추가적인 팁을 말씀드리자면...

나에게 맞는, 나의 요구사항을 수용해 주는 의사 선생님을 찾아서 유랑(?) 하는 걸 겁내지 마시길.



내가 처음 방문했던 정신의학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은 지 4주 만에 7kg이 쪘다.

사실 약을 먹으면서 부작용은 피할 수 없는 숙제 같은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데 부작용이 심하다면 약을 변경하는 것이 맞다. 특히 피부발진 같은 경우에는 바로 복용을 중단한다.

정신의학과에 약 복용 후 체중의 증가와 안면떨림 부작용에 대해 호소하며 약을 변경하고 싶다 말하니 "이 정도 부작용도 감수하지 않으면 우울 장애 고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체중 증가나 감소는 우울증 약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부작용이고 체중 증가를 감수해서라도 우울 장애 증상을 고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의사 선생님은 내가 부작용으로 인해 받고 있는 스트레스나 향 후 나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나란 우울 장애인은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그 감정을 아주 열심히 키워서 죄책감이라는 열매를 맺게 하는데, 의사 선생님 말 한마디는 "내가 우울 장애를 가진 것이 잘못이며 그렇기에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살이 찐 내 모습도 싫었고 우울 장애를 개선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는 점차 사그라들고 있었으며 내가 과식하지 않았음에도 살이 쪄간다는 억울함까지 더해지니 견딜 수 없었다.



정신의학과를 바꾸는 것 또한 굉장한 죄책감을 동반하였기에 나름대로 엄청난 고민 끝에 딱 한 번만 다른 병원에 가보고 역시나 똑같으면 포기하자는 심정으로 다른 병원을 방문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초진을 하고 (정신의학과는 처음 방문할 때마다 초진을 해야 한다) 이전 병원에서 느꼈던 부작용과 그로 인해 받았던 스트레스를 호소하였다. 우선 부작용이 나타났던 약은 복용을 중단하고 내가 피하고 싶었던 부작용을 고려하여 다른 약을 처방받았다. 바꾼 정신의학과 선생님은 약으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서 세심하고 기밀하게 관찰해 주셨고 약 변경을 원하면 같은 계열 안에서 함께 논의하며 약을 변경해 주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 우울 장애에 걸린 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고 내가 의지박약이라 고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분비 이상이나 신경 전달 물질의 불균형, 또는 유전적 요인이나 정신사회적 요인 등으로 기인하기 때문에 약물치료가 반드시 필요하고 나에게 맞는 약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는 사실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약을 찾아서 안착한 지 4년이 지나고 있다.



우울 장애 증상 개선을 위해 정신의학과에 방문했다면 '정신의학과'라는 위압감에 짓눌리지 말고 죄책감도 가지지 말고 나의 치료와 온전히 안정된 일상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이왕 방문을 나선김에 나에게 맞는 선생님과 나에게 맞는 약을 찾는 것에 도전해 보자고. 단 한순간이라도 편안한 마음과 잡음 없는 정신을 경험해 보시라고.






* 미미가 먹는 우울 장애약


<아침>

산도스에스시탈로프람정

인데놀

라믹탈정

데팍신서방정


<저녁>

리보트릴정


<필요시 약>

인데놀

알프람정



저녁약을 최소한으로 처방받아먹고 있는데 깊게 잠들어서 아침에 몽롱한 상태를 매우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리보트릴정과 명인트라조돈염산염정을 함께 먹었다.

이전부터 무기력하고 귀찮아지는 느낌에 강박적으로 반응하여 커피를 지나치게 많이 마셨고 에너지 드링크를 섞어 마시거나 피로회복제를 과하게 먹어서 코피를 흘린 적도 많다. 도파민 중독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다 하였는데 우울장애약을 복용하면서 강박적으로 에너지를 내려는 모습이 많이 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