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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진 이성숙 Nov 10. 2023

공세리 성당에서 영화 주인공처럼

고목에도 단풍이

아산만과 삽교천을 잇는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 언덕 위에 위압적으로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성당 하나가 있다. 초기 선교사들이 포구로 들어와 세운 교회다. 1894년 설립. 소박한 차림새가 내 외할미를 닮았다...


신유박해, 병인박해 당시 순교자 헌화비를 살피고 길을 돌아 내려가면 포승줄에 묶인 순교자 동상과도 만난다. 시절을 앞서간 그들 앞에서 고요히 고개 숙인 후 나는 다시 바람에 흩날리는 외투 자락을 잡고 언덕을 거슬러 오른다. 공세리 성당에는 그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고목을 대하는 즐거움도 있다. 수령 350년, 속살을 드러낸 고목에도 단풍이 들었다.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한 단풍으로 치장한 공세리 성당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성당을 한 바퀴 돈 후 차를 몰아 삽교천에 이른다. 늦은 오후의 바다는 바닥을 드러낸 체 반짝이고, 흐린 하늘 가운데에 서해 대교가 걸려 있다.


여기까지 왔다면 곡교천 은행나무길도 걸어봐야지. 아직 초록을 다 지우지 못한 은행잎이 하늘을 가리고 도열해 있다.

캘리포니아 비숍의 아스펜 단풍이 뇌리에 선한데, 연두빛 은행잎이 아스펜을 밀어낸다. 부족함 없는 오후다.


공세리 성당 본당과 포승줄에 묶인 순교자 동상


가을 오후, 노을 품은 삽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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